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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연 10만 호씩 5년간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자료사진)
 정부는 연 10만 호씩 5년간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자료사진)
ⓒ 강동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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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구로공단에서 일하는 제조업 여성근로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1986년 인근 광명시에 서울시립청소년미혼여성근로자아파트(광명시 하안동 760번지 일대, 대지 1만8000평, 449세대 898명 입주)를 지어 운영해왔다.

2013년 서울시는 ▲행정구역이 서울시가 아닌 점 ▲설립취지였던 해당 청소년 여성근로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점 ▲낮은 임대료(2011년 기준 보증금 약 130만~150만 원, 월 임대료 약 5만 원)로 특혜시비가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곳을 매각하고 인근의 가산디지털 단지에 대체부지를 마련해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덧붙여 앞으로 새로운 입주자를 받지 않고, 기존 입주자의 입주기한(2년, 1회 연장 가능)이 끝나면 폐쇄하고 2015년 전후로 매각절차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이곳에 거주하는 미혼 여성들은 오는 9월에 집을 비워줘야 한다.

저소득 미혼 여성근로자를 위한 공공임대아파트

그런데 현재까지 서울시는 구체적인 대체부지 위치, 설립계획을 공식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민선 6기 임기인 2018년까지 8만 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재정난과 공공용지 부족, 그리고 공공임대주택을 반대하는 님비현상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서울시에 묻는다. 공공임대주택 성격으로 30년 가까이 사용해 신축을 해도 주민의 반대가 없는 부지를 매각하고, 광명보다 땅 값이 비싸고 신축 시 님비현상이 있을 수 있는 서울에 땅을 구입하여 새롭게 지으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설립 시에는 구로공단이 제조업 위주였고 청소년 여성근로자가 상당수였다. 하지만 현재는 산업구조 변화로 정보통신업이나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졌고, 근로자들의 학력이 높아지고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20대 후반~40대 미혼 여성근로자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리고 현재 이 미혼 여성근로자들은 대다수가 비정규직데다 저임금과 고용불안 그리고 실업위험에 처해 있어, 주거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임대료가 낮아 특혜시비가 있다고 하는데, 공공임대아파트는 시장의 임대료보다 낮은 게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 해도 임대료가 너무 낮다면 임대료를 일부 현실화하려는 노력을 하면 되는데, 이런 노력 없이 그리고 대체주거 방안 없이 폐쇄와 매각으로 가는 것은 결국 이곳의 입주를 바라는 입주자들의 입주기회를 박탈하는 것 아닌가?

더구나 '광명시가 서울시의 행정구역이 아니어서 매각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광명시의 지하철 7호선 철산역과 서울시의 가산디지털단지역은 한 정거장 거리다. 서울에 직장을 둔 사람들 중에는 서울시에 거주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경기도나 인천에서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과 경기도, 인천은 하나의 생활권인 것이다.

특히 광명시의 부지는 1만8000평으로, 현재는 449가구 898명이 거주하지만 신축하면 4천~5천 명이 거주할 수 있어 서울시가 추진하는 '미혼여성 안심주택'의 대규모 단지가 될 수 있다.

구로직장여성아파트에서는 입주자 강제퇴거까지

광명여성근로자아파트의 매각 결정이 나면서, 그 불똥이 인근에 있는 근로복지공단 산하 구로직장여성아파트(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219-21번지 외 1필지, 대지 1435평, 100세대 200명 입주, 1989년 건축)로 튀었다. 광명여성근로자아파트에서 더 이상 입주자를 받지 않자 입주 희망자들이 인근에 있는 구로직장여성아파트로 입주신청을 하기 시작했고, 구로직장여성아파트의 입주 대기자 수가 늘었다(현재 163명).

근로복지공단은 입주 대기자 수가 많다는 이유로, 계약기간(2년 거주, 1회 연장 가능)을 엄격히 적용하여 계약기간이 초과한 입주자들에 대해 명도소송을 제기하고 강제집행까지 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어 놓았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6일 근로복지공단이 강제집행에 나섰지만, 해당 입주자들과 주거권 시민단체, 그리고 정당의 반대로 명도집행을 하지 못하고 올해 3월 말에 이주하는 것으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강제퇴거를 반대하는 입주자들은 비정규직으로 잦은 이직과 실업 그리고 임금체불과 질병, 가족 부양 등으로 인해 자립기반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자립기반이 마련될 때까지 거주하게 해줄 것을 주장하며 현재 근로복지공단과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은 한 호실(큰 방 1개, 거실, 작은 방 1개)에 3명의 입주자를 받았는데, 4년 전에는 2명으로, 최근에는 1명으로 줄이려 하고 있다. 입주기간도 초기에는 무기한이었는데 4년 전부터 '계약기간 2년에 1회 연장 가능'으로 단축됐다. 실제로 근로복지공단이 인천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른 직장여성아파트는 호실 거주인원을 1명으로 줄이면서, 계약기간을 넘긴 입주자에게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근로복지공단측의 입주인원 축소와 입주기간 단축이 직장여성아파트의 폐쇄로 가는 사전작업 아니냐는 시선이 적지 않다. 앞서 근로복지공단은 2011년 전후로 아파트 폐쇄와 부지매각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입주자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국회가 문제를 제기해 그만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아파트 운영규정을 개정하여 한 호실의 입주인원을 줄이고 입주기간을 단축했다. 그리고 기획재정부 산하 공기업기금운용단은 직장여성아파트가 적자가 난다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에 중장기적으로 여성근로자직장아파트의 사업종료(매각)를 권고하고 있다.

'주거복지 강화' 정책 거스르는 서울시와 근로복지공단

미혼 여성노동자 상당수는 비정규직으로 저임금과 고용불안, 특히 실업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높은 전월세 가격으로 인해 민간 임대주택을 구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 안전하고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낮은 공공임대아파트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

현재 전세가 폭등과 월세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이루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공공임대아파트 공급이다. 이는 주거 전문가와 정부도 인정하고, 세입자들도 강력히 요구하는 일이다.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전체 약 2천만 호의 5% 수준인 100만 호이다. 현 정부는 연 10만 호씩 5년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주거안정을 요구하는 주거단체와 전문가들은 연 20만 호를 10년간 공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도 '주거복지 강화'를 정책 목표로 내세웠다. 정부는 전셋값 폭등과 전면적인 월세화로 주거비 부담이 커진 세입자들에게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주거복지 강화가 그 대안임을 밝힌 것이다. 정부의 주거복지 강화정책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현재 서울시와 근로복지공단이 추진 중인 광명서울시립미혼여성아파트 부지매각과 구로직장여성아파트 입주자 강제퇴거를 중지시켜야 한다.

서울시에 미혼여성근로자아파트 부지매각을 철회하길 촉구한다. 근로복지공단에 구로직장여성아파트 매각의도를 중지하고, 자립기반을 확보할 때까지 계속 거주를 요구하는 입주자들과 대화하기를 요구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전국세입자협회 운영위원입니다



태그:#광명여성근로자아파트, #직장여성아파트, #공공임대아파트, #공공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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