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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자 정치인인 국회의원이 담당·처리하는 입법 개정에 관해 청탁하기 위해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정치자금법에 위배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아래 청목회)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사법부 등에 근무하는 청원경찰들의 복지향상, 권익보호, 친목도모 등을 위해 2003년 5월 결성된 친목단체로서 회원은 1만명 정도다.

청목회는 결성된 이래, 청원경찰 등급제(경찰과 같이 근무연수에 따라 순경, 경장, 경사 직급으로 승급하고, 승급에 따라 처우 향상)와 정년 연장 등을 숙원사업으로 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청원경찰법을 개정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2004년 12월 국회에 법률 개정 청원서를 제출했고, 그 무렵부터 2007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등급제를 포함해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소속 청원경찰의 처우개선 문제가 논의됐다.

그러나 일반 기업체에 근무하는 청원경찰 및 정부 공공분야 비정규직과의 형평성 문제, 예산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기획예산처 등에서 계속 반대해 17대 국회에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고, 그 후 청원경찰의 처우개선 문제는 진전이 없었다.

이에 청목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008년 8월 최OO 회장, 양OO 사무총장을 선출하고, 법률개정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김OO씨를 단장으로 '청원경찰처우개선추진단'을 신설해 국회의원들을 섭외해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때부터 청목회원 1인당 10만 원의 특별회비 모금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였다.

그러면서 소관 상임위원회(행안위, 법사위, 예결위 등) 소속 38명 국회의원들에게 총 3억830만 원의 불법 후원금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후원금은 청목회원 및 가족 명의로 10만 원씩 분산해 후원계좌로 입금했다.

이에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1심인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강을환 부장판사)는 2011년 2월 최OO 회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양OO 사무총장과 김OO 단장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청원경찰 개인 또는 가족들 명의로 1인당 10만 원씩 분산해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지급하는 등 사전에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그 결과 무려 38명의 국회의원에게 합계 3억 원 이상의 불법정치자금이 전달됐다"고 말했다.

또 "뿐만 아니라, 그 후원금을 전달받은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률 개정안이 의결됨으로써 국가는 청원경찰의 보수 등으로 2010년에 154억5200만 원, 2011년에 165억6400만 원 등 5년간 총 891억500만 원에 달하는 예산을 더 지출하게 돼 범정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더구나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 주권의 대리자인 국회의원들의 공정성·청렴성 및 입법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크게 손상돼 피고인들에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오랜 기간 열악한 처우 개선을 염원해 온 청원경찰들을 대표해 범행에 이르게 됐고, 그러한 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1표의 반대도 없이 통과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용섭 부장판사)는 2011년 6월 "피고인들이 단체인 청목회와 관련된 자금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행위를 정치자금법 제31조 2항을 위반한 것으로 본 원심의 판단은 옳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31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청목회 최OO 회장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양OO 사무총장과 김OO 단장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청원경찰법 개정 과정에서 입법 로비를 위해 청목회 내에서 모금된 특별회비 6억5000만 원은, 비록 일반회계와는 구별되는 돈이라고 해도 단체인 청목회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해 주도적으로 모집·조성해 청목회의 의사결정에 따라 기부할 수 있는 돈으로써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해당하므로 피고인들이 위 자금을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으로 기부한 행위는 정치자금법 제31조 제2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부자인 피고인들이 공무원인 국회의원들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인 청원경찰법의 개정에 관해 자신들이 요구해 오던 청원경찰의 등급제, 정년의 연장 등이 수용되도록 국회의원들에게 청탁하는 일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한 행위는 위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판결은 단체와 관련된 자금에 관한 기존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재확인함과 아울러, 기부자가 공무원이자 정치인인 국회의원이 직접 담당·처리하는 입법 개정에 관해 청탁하기 위해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정치자금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최초의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청목회, #정치자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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