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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이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게 단일 후보를 양보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을 알게 돼 도움을 주자고 제안하고 직접 금품을 전달한 강경선(59)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가 파기환송 재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건은 이렇다. 2010년 3월 '서울시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범시민 추대위원회'에서 후보 경선 방식을 논의할 때 처음 만난 곽노현 후보와 박명기 후보는 5월19일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곽노현 후보를 지지하면서 자신은 후보자 사퇴를 선언해 곽 후보가 진보진영 단일후보가 됐다. 이후 6월2일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곽노현 후보가 당선돼 2010년 7월1일 서울시교육감으로 취임했다.

그런데 박명기 교수는 '곽노현이 2010년 5월 19일자 금전지급 합의를 보고받아 알면서도 약속한 2억원을 주지 않는다'고 오해해 8월19일 곽노현 교육감 집무실에 찾아가 '합의사항을 이행하라'고 항의했고, 곽 교육감은 "모르는 소리인데, 무슨 약속을 말하는 것이냐"라고 맞대응하면서 서로 언성이 높아진 일이 있었다.

이후 10월 8일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곽 교육감은 국회의원으로부터 '박명기 교수가 굉장히 격앙돼 있다. 무슨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이런 계속된 얘기에 곽 교육감은 비서실장 등을 통해 약속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곽 교육감은 10월 중순경 양측 선거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서 곽노현 측에서 박명기에게 5억 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후보 단일화 협상이 진행됐던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곽 교육감은 선거대책본부장과 회계책임자에게 "당신들이 사고를 쳤으니, 책임지라"며 진노하며 금전지급을 거절하자, 박 교수는 곽 교육감에게 "위선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후 곽 교육감은 친구인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에게 "후보 단일화 당시 회계책임자가 박명기 교수에게 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해 준 일로 오해를 받고 있고, 격양돼 있는 박 교수를 만나 오해와 원망을 풀어 달라"고 부탁했다.

박 교수를 만난 강경선 교수는 '선거비용 지출로 인한 채무 때문에 극도의 경제적 곤궁 상태에 있다. 만약 박명기가 유서를 써놓고 자살을 하면 교육감직 수행에 지장이 생기므로 금전을 지급해 도와야 한다'는 등의 말로 설득해 곽 교육감이 돈을 주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곽 교육감이 2억 원을 마련했고, 강 교수가 2011년 2월~4월 사이 6회에 걸쳐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전달했다. 이에 검찰은 곽노현 교육감, 강경선 교수, 박명기 교수 모두를 재판에 넘겼다.

곽노현 교육감은 "2010년 5월 19일자 금전 지급 합의와 무관하게 진보진영의 도의적 책무로 박명기를 도와준 것이므로 대가성의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했고, 돈을 전달한 강경선 교수도 "후보 단일화 합의와 무관하게 진보진영의 도덕적 책무로 도와주기 위해 돈을 준 것이지, 후보자 사퇴에 대한 대가로 2억 원을 준 것이 아니어서 대가성이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1심과 항소심은 박명기 교수에게 2억 원을 전달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강경선 교수에게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9월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은 강경선이 2억 원의 제공이 후보자 사퇴에 대한 대가임을 인식했다고 판단하고, 이를 기초로 강경선이 곽노현과 공모해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2억 원을 제공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으니, 원심 판결에는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2호의 목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따라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제6형사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14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에게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10년 5월 19일의 금전지급 합의에 대해 곽노현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인식했고, 이에 따라 곽노현이 부탁한 대로 박명기의 오해와 원망을 풀어주고 이를 통해 곽노현의 원활한 교육감직 수행에 도움을 주고자 박명기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알린다는 취지에서, 곽노현에게 금전 제공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과 곽노현, 박명기의 관계, 피고인의 사건 관여 동기, 피고인은 박명기의 후보자 사퇴과정이나 곽노현의 선거운동에 관여한 바 없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에게 곽노현이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목적으로 박명기에게 2억 원을 제공한다는 점에 관한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의 목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강경선, #곽노현, #박명기,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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