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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앞둔 정치권 못지 않게 출판 시장의 경쟁도 뜨겁다. 특히 진보 진영 논객들이 내세우는 진보 집권 이후의 청사진은 그야말로 각양각색. 올해 말 대선까지 이어질 진보 진영의 뜨거운 정책 논쟁을 3권의 책을 통해 들여다보자.

<문제는 경제다> 겉그림
 <문제는 경제다> 겉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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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선대인의 <문제는 경제다>는 재벌개혁과 탈토건을 전면에 내세운다. 최근 <나는꼽사리다>와 '세금혁명당' 등으로 가장 주가를 높이고 있는 선대인은 범야권이라고 할 수 있는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진영논리'를 대변한다.

재벌 계열사 분리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등의 재벌개혁 조치로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민주화'를 이루자는 것은 한국 진보세력이 꾸준히 주장해온 것. 거기에 선대인의 출세작(?)인 <부동산대폭락 시대가 온다> 이후 꾸준히 주장해 온 부동산거품 붕괴론과 '토건세력 망국론' 등을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집권 이후 야권은 금리를 올려서라도 부동산 거품을 꺼뜨리고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토건성 예산을 줄여서 복지 재정믈 마련해야 한다. 또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소득에 매한 세금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

또 다른 대표적 진보논객인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이런 진보진영의 '재벌개혁론'에 반기를 든다. 그는 최근 펴낸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서 2005년 나왔던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업그레이드판 주장을 선보인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겉그림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겉그림
ⓒ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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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도 큰 논란이 됐던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이른바 '착한 박정희' 방식의 정부 개입과 산업정책을 옹호하고 나선 것. 그는 기존의 진보세력들이 '재벌개혁'이란 미명하에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도입에 앞장서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양극화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단가 후려치기 등의 만행도 따지고 보면 주주자본주의와 타협한 재벌들이 단기적인 수익률을 높여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기 위해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집권세력이 해외투기자본에 대항해 재벌들의 경영권을 보장해주되 복지 재원 등의 양보를 받아내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장하준, 정승일 교수와 진보진영 내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여온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최근 <결혼불능세대>를 펴냈다. 정승일 교수 등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통해 '복지국가론'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김 소장은 '공정·공평 사회론'의 선구자인 셈이다.

김 소장은 결혼불능세대를 대변하는 윤범기 MBN 기자와의 대담에서 장하준 교수의 '사회적 대타협론'이 "한국 사회의 속살을 보지 못했다"며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05년 당시 <쾌도난마>를 읽고 감화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뉴딜'을 제창하며 사회적 대타협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세계화와 중국 효과로 인해 "인간의 수명을 제외한 모든 것의 수명이 줄어들었다"며 비정규직의 증가를 불가피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비정규직 철폐'가 아닌 '비정규직이어도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결혼불능세대> 겉그림
 <결혼불능세대> 겉그림
ⓒ 필로소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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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대기업과 공공부문 등의 지나치게 높아진 임금과 복지수준(철밥통)에 상한선(캡)을 설정해 더 높아지지 않도록 하고, 비정규직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한편, 국가가 고용 보험을 두텁게 제공해 비정규직으로도 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는 '플라스틱 밥통'을 늘려가야 한다는 것.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누구나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은행설립 기준을 완화해서 중소기업의 돈 줄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한미FTA도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런 진보논객들의 주장은 현실 정치세력들에 의해 얼마나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선대인의 '경제민주화'론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의 공식 정책으로 채택되는 분위기다. 주요 야권 정치인들이 선대인이 출연하는 <나는꼽사리다> 등에 출연해 공감을 표시하고, 선대인 스스로도 트위터 등을 통해 이런 정치인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듯이 선거가 끝난 후 얼마나 정치인들이 이를 실현할지는 미지수다.

장하준의 '착한 박정희론'은 오히려 진보세력보다는 역시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친화성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재벌에 대한 최근의 비등한 여론을 감안할 때 야권이 이런 '재벌활용론'을 채택하기는 어려울 것. 실제로 저자들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맞춤형 복지론'의 가치를 인정하기도 했다.

김대호의 '공정·공평사회론'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개혁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만하다. 지금은 야권연대의 영향으로 민주통합당 내에서 목소리를 낮추고 있지만 김병준 전 참여정부 정책실장과 김두관 경남도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등이 이런 김 소장의 노선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과연 야권을 지지하는 '진보' 유권자들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런 치열한 정책논쟁으로 밤을 세워도 모자랄 판에 구태적인 '막말 논란'으로 선거판이 혼탁해지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


문제는 경제다 - 버리고, 바꾸고, 바로 잡아야 할 것들

선대인 지음, 웅진지식하우스(2012)


태그:#윤범기, #김대호, #결혼불능세대, #문제는경제다, #무엇을선택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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