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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수도권의 대중교통 요금체계는 통합거리비례제이다. 이에 따라 서울, 경기, 인천을 가리지 않고 일반버스와 지하철을 통합하여 10km까지는 기본요금 900원을 내고 5km마다 100원씩 더 내는 구조로 되어 있다.

수도권 대중교통요금의 마지막 인상은 지난 2007년 4월 1일로서, 그 이후로 지금까지 대중교통요금은 오르지 않았다.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물가가 올라온 것을 생각하면 그나마 대중교통요금의 동결이 물가 인상 억제에 큰 역할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운수회사들은 점차 요금인상 압력을 받고 있다. 유가는 계속 오르고 인건비도 들어가며 설비도 노후해지는데 예전 요금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지난번 인상이 2004년 7월이었으니 단순히 3년 간격으로만 생각해도 이미 인상할 시기를 넘긴 것이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서 대중교통요금 인상은 최대한 억제해야 하지만, 운수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요금을 인상해야 하는 이러한 난제를 어떻게 풀 수가 있을까? 필자는 세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로 교통카드는 그냥 두고, 현금 이용시의 요금만 인상하는 것이다.

현재 수도권 대중교통요금제는 지하철 1회용 승차권 이용이나 버스의 현금 승차 대신 선후불교통카드를 이용하면 100원을 할인해주고 있다. 이는 교통카드 운용시 잔돈 준비나 요금통 처리 같은 현금 취급에 대한 각종 업무를 줄일 수 있으므로, 승객들이 교통카드를 더 많이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1회용 승차권. 선후불교통카드에 비해 100원을 더 내야 한다.
 1회용 승차권. 선후불교통카드에 비해 100원을 더 내야 한다.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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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현금승차시 100원을 더 내는 상태에서, 기본요금을 9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리면 교통카드의 인상률은 11%가 되고, 현금 승차의 인상률은 10%가 되어 교통카드가 오히려 더 많이 인상되는 모순이 생기게 된다. 분명 교통카드를 우대해줄 필요가 있는데 교통카드의 요금이 더 많이 인상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모순을 해결하고, 교통카드를 우대해주기 위해서는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할 때 교통카드는 그대로 두고 현금승차만 인상하는 것이 좋다. 즉 현행 기본요금이 카드 900원, 현금 1000원인데, 카드 900원, 현금 1100원 형태로 요금인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다수를 차지하는 교통카드 이용자는 요금이 동결되는 혜택을 볼 수 있고, 현금 승차자들이 더 내는 요금으로 요금인상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울러 교통카드를 쓰는 승객들은 단골들이고 1회권이나 현금을 쓰는 승객들은 주로 타지인이나 외국인 같은 뜨내기 사람들이므로 단골을 우대해야 한다는 장사의 기본 원칙에도 부합한다. 또한 카드와 현금의 운임차이가 커지면 현금을 쓰던 사람들이 앞으로 카드를 쓰려고 할 것이므로 교통카드 이용률 제고 효과도 있다.

둘째는 현재 수도권대중교통요금제에서 가장 모순적인 제도인 서울버스 1회만 탑승시(단독통행) 기본요금만 받는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수도권 통합요금제의 기본원칙은 통합거리비례제로서 교통수단에 관계없이 이용한 거리만큼의 요금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버스를 1회만 탑승할 경우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버스를 타고 도봉산역에서 석수역을 가는데 중간에 서울역에서 한번 갈아탄다면, 실제 이용한 긴 거리의 요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도봉산역에서 석수역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를 한 번만 탄다면 기본요금인 900원만 내면 된다.

150번 버스의 경로. 도봉산역부터 석수역까지 900원에 갈 수 있다. 동일한 구간의 전철운임은 1500원이다.
 150번 버스의 경로. 도봉산역부터 석수역까지 900원에 갈 수 있다. 동일한 구간의 전철운임은 1500원이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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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예외사항 때문에 주요 부도심을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 사이에 차별이 발생하고 있으며, 한 번에 간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장거리 노선이 과다한 인기를 끄는 등 대중교통체계의 왜곡과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미 경기도 거리비례제 버스가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서울버스도 1번만 타도 실제 이용한 거리만큼 요금을 받을 필요가 있다. 다만 승객이 현금으로 승차할 때 기사에게 목적지를 짧게 말한다거나, 교통카드 승객이 하차태그를 일찍 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을 수는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금 대신 카드를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현금 승차 기본요금을 높게 받는 방법이 있으며, 하차태그를 미리 하는 행위가 자주 발생하는 노선은 차내 단말기를 없애고, 버스 외부 표면이나 하차 버스정류장에 하차태그 전용 단말기를 설치하는 방법이 가능할 것이다.

결국 요금 인상을 별도로 하지 않더라도, 서울버스 단독승차의 모순만 해결하면 여기서 추가의 수입을 발생시킬 수 있어서 운수회사의 요금인상압력을 덜 수 있다. 이렇게 제도를 바꾸어도 어차피 기존의 환승통행객들은 요금이 동일하며, 기존에 실제 요금보다 덜 내고 다니던 단독통행 승객들만 올바른 요금을 내게 된 것이니, 시민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면서 요금 인상 효과도 얻는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중교통요금의 10원 단위 인상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90년대 이후 대중교통요금은 매번 50~100원 단위로 이루어져 인상에 따른 충격이 컸다. 물론 거스름돈의 단순화를 위한 조치였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현재는 교통카드 이용률이 높기 때문에 굳이 거스름돈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다. 

즉 교통카드 체제에서는 30원이나 70원을 인상해도 상관없는 것이다. 다만 현금승차시에는 거스름돈 단순화를 위하여 100원 단위 인상은 필요하다. 결국 교통카드는 70원 인상하고, 현금승차는 100원 인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교통카드의 인상률을 적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전체 인상률을 조금이나마 억제하여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1회용 승차권 발급 겸 교통카드 충전기
 1회용 승차권 발급 겸 교통카드 충전기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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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3년 만에 100원 인상할 것을 1년에 30원씩 인상함으로써 요금인상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대중교통요금은 반드시 100원씩 인상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이외에도 부정승차 단속을 철저히 하여 운임누수를 줄이고, 부정승차자에게 부가금을 확실히 받아내 운수수입을 늘린다든지, 요금을 인상하되 버스도 탈 수 있는 정기권을 새로 도입한다든지, 심야 지하철은 요금을 더 받는 등 시간대별로 요금을 다르게 한다든지 등등 전체 승객에게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면서도 요금인상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들이 많다.

대중교통은 도시 생활에서 꼭 필요하다. 요즘같이 고유가와 식료품값 인상, 전세난 등으로 서민생활이 팍팍한 상황에서 대중교통요금까지 오른다면 더욱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운수업계의 어려운 사정도 십분 이해가 가는 바이나, 기본요금을 현 9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리는 전면적인 인상 이전에, 운수수입 증가효과를 낼 수 있는 소소하고도 다양한 대책들을 먼저 시행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은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입니다



태그:#교통카드, #대중교통요금, #물가, #티머니,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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