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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된 '산막이 가는 옛길'은 누구나가 행복해 할 만큼 잘 복원되어 있었습니다.
 복원 된 '산막이 가는 옛길'은 누구나가 행복해 할 만큼 잘 복원되어 있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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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타박 걸었습니다. 만나는 고향사람들마다 늘어놓던 자랑, '한 번 꼭 가봐. 엄청나게 좋아'하던 말을 떠올리니 어느새 꼴깍하며 침을 삼키고 있습니다. 고향마을을 포장지처럼 둘러싸고 있는 야트막한 고개, 어렸을 때부터 장둑골재라고 부르던 마을 앞 작은 고개를 넘어서면 맑은 물이 살짝살짝 드러나는 차돌박이입니다.

고향 사람들의 자랑 '한 번 꼭 가봐. 엄청나게 좋아'

지개꾼들이라도 만나면 겨우 피할 수 있던 조붓했던 고갯길이 소형차 정도가 다닐 수 있는 농로로 바뀌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포장지를 여민 매듭처럼 꼬불꼬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장둑골재를 넘어서니 수력발전소가 가두고 있는 댐 위의 물이 보입니다. 서녘으로 기울어지던 햇살이 잔잔한 물결에 반사되며 윙크라도 하듯 찡긋거립니다. 눈이 부실만큼 커다란 덩어리로 반짝이는 게 아니라 미동처럼 일고 있는 작은 물결에 기대어 비추는 자잘한 반짝거림입니다.

초입 소나무 숲에 마련 된 나무 의자에 걸터 앉으면 솔향이 안개처럼 밀려듭니다.
 초입 소나무 숲에 마련 된 나무 의자에 걸터 앉으면 솔향이 안개처럼 밀려듭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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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길 내내 펼쳐지는 풍경은 산수화 속의 절경입니다.
 걷는 길 내내 펼쳐지는 풍경은 산수화 속의 절경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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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포장지를 벗기듯 장둑골재를 넘어서 가는 차돌박이까지는 차를 이용해도 되고, 산책을 하듯 타박타박 걸어도 될 정도의 거리입니다. 어떻게든 차돌박이까지 가면 장둑골재보다 훨씬 야트막한 야산이 속포장지처럼 다시 눈앞에 드러납니다.

10층짜리 건물 높이보다도 높지 않을 것 같은 두 번째 고개를 속포장지를 뜯듯 편안하게 올라서면 만나는 고향사람들마다 '한 번 꼭 가봐. 엄청나게 좋아'하고 자랑하던 '산막이 가는 옛길'이 시작됩니다.

'산막이 가는 옛길'로 복원된 그 길은 30여 년 이전까지만 해도 필자의 초등학교 동기동창생에게는 다람쥐처럼 뛰어다녀야 했던 등하교 길이었고, 동네 어른들에겐 장에라도 가려면 괴나리봇짐을 지고 걸어야 했던 유일한 마을길이었습니다.

나무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옹달샘은 목이 마르지 않은 사람도 물을 마시게 하는 신선함입니다.
 나무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옹달샘은 목이 마르지 않은 사람도 물을 마시게 하는 신선함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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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되어 있었습니다
 자전거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되어 있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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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곳은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고, 어떤 곳은 벼랑 위에 서 있듯 댐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세를 따라 실타래처럼 구불구불하고, 외줄처럼 좁다랗기만 한 산길이었습니다.

구불구불하고, 좁다랬으나 산막이 마을을 드나들 수 있던 유일한 길이었지만 이농현상으로 마을사람들이 떠나고, 강 건너길이 포장되며 강을 건널 수 있는 배까지 생기니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길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어르신들에게조차 어렴풋한 추억처럼 흔적으로만 남아 있던 그 길이 얼마 전에 '산막이 가는 옛길'로 복원 된 것입니다.

속포장지를 풀어헤치듯 야트막한 고개를 살짝 넘어서니 고도가 1000m에 가까운 군자산을 포함해 주변 산세를 전부 반영으로 담고 있는 괴산댐 줄기를 따라 산막이 가는 길이 시작됩니다.

복원된 산막이 가는 옛길은 '온고지신'

복원된 옛길을 걸으며 떠올릴 수 있는 사자성어가 있다면 '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안다'는 뜻의 '온고지신'일 것입니다. 툭 튀어나온 바위 때문에 빙 돌아야 했던 곳에서는 역시 빙 돌아가야 했고, 가풀막지게 비탈진 곳이어서 가슴을 졸여야 했던 곳에서는 역시 마음을 졸이게 하는 풍경 그 길로 고스란히 복원되어 있었습니다.

중간을 지날 쯤이면 무리도 쉬어 갈 수 있는 쉼터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중간을 지날 쯤이면 무리도 쉬어 갈 수 있는 쉼터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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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옛길이되 자연을 훼손하지 않을 만큼까지만 다듬어 편안하게, 걷는 자체가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을 만큼 잘 다듬어 안전시설까지 덧대어 있으니 추억 속의 옛길과 현실이 된 복원된 길, 자연과 사람, 산과 물, 발걸음과 콧노래가 저절로 앙상블을 이루는 명품길이 되어 있었습니다.

솔향이 안개처럼 드리우는 소나무 숲에 조성된 나무의자에 앉으니 오뉴월을 노래하는 베짱이 마음이 되고, 소나무 사이에 늘린 그물망침대에 올라가 벌렁 누우니 맑은 하늘을 두둥실 떠다니는 뭉게구름만큼이나 마음이 여유롭습니다. 

산막이 가는 옛길을 걸으면 꽃길을 걷게 됩니다.
 산막이 가는 옛길을 걸으면 꽃길을 걷게 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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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을 다시듯 경험해 보라고 논두렁처럼 옛길 옆으로 길게 달아맨 출렁다리를 건너려니 얼굴은 웃고 있는데 다리와 가슴은 후들거립니다. 발놀림을 따라 메아리처럼 흔들거리는 출렁다리를 건너니 방부목을 깔아 복원한 산막이 가는 옛길로 접어듭니다.

눈깔사탕 같고 묵은지 같은 길맛이 나는 길

좋았습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태고의 전설조차도 알고 있을 것 같은 고사목과 어우러진 아름드리 굵기의 소나무에서 숲속의 향기가 후둑후둑 떨어집니다. 콧볼을 벌름거리거나 흠흠 거리며 일부러 들여 마시지 않아도 가슴이 후련해지고 피부가 촉촉해지는 것이 느껴질 만큼 녹음 짙은 숲길입니다.

거울처럼 맑은 물과, 산수화 속의 비경처럼 아름다운 강줄기를 따라 걷게 되는 길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행복빛깔 여유입니다. 타박타박 걷는 발에서 느끼는 길맛도 일품입니다. 산모롱이 길을 걸을 때 느끼는 길맛은 살강살강 씹히던 개똥참외 맛이고, 벼랑 위로 난 길을 걸을 때 느끼는 길맛은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풋살구를 씹었을 때의 맛입니다. 초동의 마음으로 걸으면 눈깔사탕 맛이 나고, 어르신들의 마음으로 걸으면 묵은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길입니다.

산막이 가는 옛길에서 만나니 하회탈 같은 웃음으로 반감게 맞아준 이는 집안 형님이자 괴산군수인 임각수님으로 산막이 가는 길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길이 되게하기 위해 현장을 확인 중이라고 하였습니다.
 산막이 가는 옛길에서 만나니 하회탈 같은 웃음으로 반감게 맞아준 이는 집안 형님이자 괴산군수인 임각수님으로 산막이 가는 길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길이 되게하기 위해 현장을 확인 중이라고 하였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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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끼리 걸으면 찰떡궁합의 길이 되고, 가족과 함께 걸으면 행복의 길이 되고, 친구들과 함께 걸으면 늙을 때까지를 기약할 수 있는 우정의 길이 될 것입니다. 답답한 마음으로 찾으면 후련함이 찾아오고, 번민 가득한 마음으로 찾으면 가득한 번민이 덜어질 것 같은 그런 길입니다.

널리 알려지지 않아 아직은 한적하기만 길을 걷다 보니 저절로 자연의 한 조각이 됩니다.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다보니 시인의 되고, 주변산세를 다 담고 있는 물가로 다가가 서니 물 속에서 거꾸로 서 있는 나를 봅니다. '좋다! 정말 좋다'를 반복하며 걷다 보니 목을 축일 수 있는 옹달샘이 나옵니다.

물이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듯 만들어져 있는 옹달샘에서 느끼는 의외감은 목이 마르지 않아도 물을 마시게 할 만큼 청아함이며 시원함입니다. 옹달샘을 지나 조금 더 가니 무리가 쉬어 갈 수 있는 휴식공간이 나옵니다.


걷는 자체만으로도 산수화 속의 신선이 된 것이 아닐까하고 착각하게 하는 길은 30여년 이전까지 산막이 아이들이 다람쥐처럼 뛰어다니던 그 길을 따라 계속되었습니다.

걸어 들어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걸어야 하지만 '산막이 가는 옛길'을 걷는 동안을 느낌으로 말하라고 하면 행복, 즐거움, 만족, 안전, 여유, 건강 등등, 전국에 걸쳐 지금까지 가보았던 아름다운 길을 걸을 때마다 토막토막 느낄 수 있었던 모든 좋은 감정의 종합입니다.  

모든 좋은 감정의 종합이라고 할 만큼 풍경과 길만 좋은 게 아니라 가끔은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잡상인은 물론 시설물 하나 보이지 않으니 담백하고도 깔끔한 뒷맛입니다.

일석삼조의 덤

마침 괴산에서 내일(27일)부터 29일까지 '괴산 청결고추 축제'가 열립니다. 이런저런 행사가 다양하게 펼쳐질 축제에 참가해 일반 음식은 물론 겨울 김장을 위해 꼭 필요한 고추도 마련하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듯 괴산까지 간 길에 '산막이 옛길'까지 걷게 되면 임도 보고 뽕만 따는 일석이조가 아니라 임도 보고 뽕도 따고 누에고치도 얻는 일석삼조의 덤이 될 것입니다. 

마침 괴산에서 내일(27일)부터 29일까지 ‘괴산 청결고추 축제’가 열립니다.
 마침 괴산에서 내일(27일)부터 29일까지 ‘괴산 청결고추 축제’가 열립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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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고향사람들마다 '한 번 꼭 가봐. 엄청 좋아'하고 자랑을 하듯 내게 들려주었던 '산막이 가는 옛길'을 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 드리며, 꼭 한 번 걸어 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어떤 병이든 고치는 만병통치의 약은 없을지 몰라도 산막이 가는 옛길을 걷는 이라면 누구든 행복해질 것 같으니 '산막이 가는 옛길'의 또 다른 이름은 '만인통행(萬人通幸)'의 길이 아닐까 말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에 있는 '산막이 가는 옛길'은 8월 25일 다녀왔으며 , '산막이 옛길'을 걸어보려면
포털사이트 지도에서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또는 괴산수력발전소를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아가 걸을 수 있습니다.



태그:#괴산, #청결고추, #산막이 가는 길, #사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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