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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국민의힘 총선백서특위 위원장이 5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총선백서특위 공천 관련 평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조정훈 국민의힘 총선백서특위 위원장이 5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총선백서특위 공천 관련 평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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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총선백서'가 무사히 나올 수 있을지 안갯속에 휩싸였다. 국민의힘이 국회의원 총선거 참패 이후 '총선백서'를 통해 패배 과정을 복기하겠다고 했지만, 총선백서의 발간 시기부터 내용, 조정훈 총선백서특별위원회장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까지 얽히며 논란이 잇따랐다. 결국 조정훈 위원장이 차기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을 뜻을 밝혔지만, 총선백서특위는 21일 예정된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했다.

표면적 이유는 조정훈 위원장의 '자기 정치' 논란과 공정성 시비이지만, 결국 총선백서에 담길 '책임론'의 소재가 차기 당권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계파 간 이해관계가 얽힌 셈이다.

친한-비윤계의 반발 거세... 어디서도 환영 못 받는 총선백서

최초의 발단은 총선백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시된 설문조사 문항이었다. 용산 대통령실의 책임에 관한 문항들도 포함되기는 했지만,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원톱' 체제에 대한 평가, '이(재명)-조(국) 심판' 구호에 대한 평가를 함께 물은 탓이다. 일각에서 '한동훈 책임론'을 강조하기 위해 편향적으로 문항이 설계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

이외에도 장동혁 국회의원이 특위 면담 일정을 두고 공개적으로 날을 세운 바 있다. 장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저는 당일 공수처장 인사청문회가 예정되어 있어 5월 8일에 부득이 참석이 어렵다는 의견을 공관위 단체대화방을 통해 전했다"라며 "그럼에도 총선백서TF는 금일 면담을 진행하였다. 면담은 대상자들과 시간을 조율하는 것이 기본인데,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지 못할 날짜를 못 박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지 못한 안타까운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안타깝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심지어 저는 금일 면담은 인사청문회로 부득이 참석하지 못해 면담일자를 조정해 29일 면담을 할 예정"이라며 "저는 총선백서TF와의 면담을 피할 의도도 피할 이유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총선 기간 사무총장을 지냈던 만큼 총선 패배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뿐더러, 대표적인 원내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인사이기에 이같은 그의 반응을 두고 세간의 관심이 컸다.

여기에 조정훈 위원장의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아직 총선백서TF가 당 공식 기구로 인준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TF위원장 자격으로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을 만난다거나 언론 인터뷰에 나서는 것에 대한 당내 불만이 제기됐다. 총선백서TF가 총선백서특위로 확정된 이후에는 본인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여지를 남기는 듯한 발언을 해 기름을 부었다.

조 위원장은 지난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벌써 당대표급으로 올라갔느냐?"라면서도 전당대회 역할론에 대해서 "(요청이 있다면) 아무도 마다할 수는 없다. 제가 한동훈 위원장에게 '마다하지 말고 나오세요' 하는데 본인은 '마다하겠습니다' 이러면 안 되잖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원내외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졌다. 총선백서의 '정치적 수명이 다 했다'는 지적부터 공개적으로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당의 '메기' 자처한 조정훈, 정치적 먹잇감 되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한동훈 "총선 참패 책임지고 비대위원장직 사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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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위원장을 향한 비판이 거센 데는 그의 정치 이력이 한몫하고 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통해 원내 입성한 조정훈 의원은 민주당의 우산 아래에서 공조하며 의정 활동을 해왔다. 2021년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는 박영선 당시 민주당 후보를 적극 지원사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여러 과정을 거쳐 오히려 국민의힘으로 넘어 왔다. 형식은 당대당 통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흡수합당이었다. 애초에 '시대전환'에 조정훈 의원을 도와줄 만한 인사도 세력도 미비했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갑 지역구를 받게 되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으면서 일각의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입당하고 나서 처음에는 '친한'으로 분류되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친윤'으로 불리고 있다. 국민의힘에 합류할 때만 하더라도 '메기'를 자처했으나, 당내에서는 오히려 '박쥐'에 가깝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친윤 쪽에서도 비윤 쪽에서도 조 위원장을 크게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된 것이다. 여기에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전 위원장의 재등판 여부가 화제가 되고, 친윤계의 분화 움직임이 보이면서, 뿌리가 얕은 조정훈 위원장의 총선백서특위가 당내 다툼의 멋잇감이 됐다.

결국 조 위원장은 지난 20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당 대표에 출마하지 않는다"라며 "확실히 밝히지 않으면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이 커질 것이 염려되어 이 말씀부터 드린다"라고 알렸다. 그는 "이번 총선 백서와 관련해 의도치 않게 여러 논란이 있다"라면서도 "백서는 절대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을 공격하지 않고, 국민의힘만 생각하며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총선 백서의 의도와 목적이 왜곡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다시는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그 마음 그대로 이 역할을 끝까지 마무리 하겠다"라고 밝혔다.

결국 불출마 선언했지만... 당내 평가는 여전히 엇갈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4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4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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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한 당내 평가는 엇갈린다. 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21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조정훈 위원장은 상당히 합리적인 분이고 또 아주 정무적 감각이 좋으신 분"이라며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잘 저는 정리를 해낼 거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성 사무총장은 조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도 "오해의 소지가 없어졌지 않나"라며 "이 총선 백서에 여러 의원들이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들어서 잘 정리해서, 향후 선거에 대비한 그러한 전략적 포인트가 잘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같은 날 대표적인 '친윤' 의원인 유상범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백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굉장히 예민하고 여러 사람이 그 부분에 대한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어려운 자리"라며 "그런데 조정훈 TF 위원장은 다수 언론에 나가면서 백서에 대한 정당성, 또 백서의 방향에 대해서 다소 편안하게 말을 했던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충분히 오해 소지가 있는 말들을 하면서, 마치 백서를 발간하면서 자기 정치를 하는 것처럼 비쳐진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은 좀 자제하면서 진행을 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일단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총선백서와 관련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당장 20일 오찬 간담회에서 당 상임고문단은 총선 백서의 공개를 다음 전당대회가 끝난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준상 상임고문은 기자들에게 "어떤 특정인에 대해서 책임을 지우는 백서가 돼서는 안 된다"며 "다른 고문들은 (백서 발간 작업을) 조금 천천히 하고, 또다른 분은 징비록과 같이 미래를 준비하는 성격의 백서를 해야한다고 하셨다"라고 밝혔다.

유흥수 상임고문은 "백서는 언제든 발행해야 하지만,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으니까 전당대회를 넘겨서 뒤에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며 "그렇게 하자고 워낙 많은 분이 이야기를 했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황우여 현 비상대책위원장은 다음 당 대표에게 총선 백서 발간을 넘기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조정훈 위원장은 총선백서특위 위원들과 비공개 화상 회의를 통해 총선백서 발간 시점과 관련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위원장, 누구에게 더 책임이 큰가?

결국 관건은 '한동훈 대 윤석열'이다. 조정훈 위원장은 "한동훈 책임론, 책임이 있다. 그걸 어떻게 부정하느냐?"라면서 동시에 "대통령도 책임 있으시다. '책임 있음을 실감한다' 그래서 기자회견도 하시고 바꾸겠다 하신 거 아닌가?"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가 "여기서 누가 51이고 누가 49냐 이거는 불가능한 수학"이라며 "이거 할 의도도 없고 그렇게 되면 공격의 영역으로 간다"라고 선을 그었음에도 결국 당내 관심은 누구의 책임이 더 큰가에 쏠린다.

용산 대통령실의 책임이 더 크다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재등판과 동시에 비윤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수 있다. 반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책임이 더 무겁다는 식의 인식이 당내 우세해지면 그의 직접 등판은 어려워지고 용산의 '그립'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를 '촉구'하는 쪽과, '만류'하는 쪽의 간극도 이 때문이다.

총선백서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각 계파가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한 쪽으로 백서를 활용하려 할 공산이 크다. 조정훈 위원장은 이런 종류의 흔들기를 계속 견딜 만큼 정치적 입지가 단단하지 못하다. 총선백서를 빌미로 벌어진 당내 갈등은 전당대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동훈 전 위원장의 팬클럽은 별도의 '국민백서'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한 상황이다.

태그:#국민의힘, #총선백서, #조정훈, #한동훈, #윤석열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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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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