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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위 발표를 앞 두고 있다.
▲ 시상식 마지막 1위 발표를 앞 두고 있다.
ⓒ 홍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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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중순, 오스트리아의 한 공연장. 노란머리카락과 하얀 얼굴을 갖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아시아인 한 명이 보인다. 초조한 마음으로 무언가 기다리는 아시아인의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하다. 3위, 2위... 그리고 1위를 발표하려는 순간. 갑자기 화면이 아시아 청년을 클로즈업 하더니, 이내 사회자의 발표가 이어졌다.

"제니스, 제니스... 제니스"

클로즈업된 아시아 청년의 얼굴은 이내 밝아졌고, 공연장은 환호로 가득 찼다. 낯선 이국인들은 더 낯선 곳에서 온 아시아 청년을 껴안고 축하해 주었다.

바로 대한민국의  아카펠라그룹  제니스의 이야기다. 제니스는 2008년 리더 김승필(37, 리더, 음악감독),김민구(31, 테너), 임수연(30, 소프라노), 고아라(25, 알토), 황대환(22, 베이스)을 멤버로 결성됐다. 결성 첫 해 대한민국 아카펠라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2015년 세계 최고 권위를 갖고 있는 아카펠라 대회 VOKAL-TOTAL 2015에서 우승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들이 이번에 우승한 VOKAL-TOTAL 2015 오스트리아 아카펠라 대회는 전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대회로 알려져 있다. 2001년 시작된 이 대회는 POP, Jazz, Comedy, Beat Box 네 부분으로 나눠 겨루며, 각나라를 대표하는 그룹들이 참가한다. 이번엔 4개 부분에서 총 40여개 팀이 참가했는데, 제니스는 이 대회에서 가장 많은 팀이 참가한 팝부분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1위를  달성하였고 이어 jazz 분야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 감동적인 시상식 장면 그리고 앵콜 시상식 장면 그리고 앵콜 공연
ⓒ 홍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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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악기는 바로 사람의 목소리다'라는 말에 가장 와닿는 장르가 바로 아카펠라가 될 것이다. 사람의 목소리로 드럼을 연주하고, 금관악기의 마초적인 소리와  현악의 카랑카랑한 소리 그리고 도무지 어떤 악기인지 모를 환상적인 소리를 만들어 반주를 한다. 거기에 빠지면 섭섭한 이들의 노래 실력이 더해지면, 믿을 수 없는  환상적인 음악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아카펠라는 다른 장르와 달리 공기와 소리로 그리고 그 마음으로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래하는 동안 관객들과 함께 소통 할 수 있는 것이고 더 큰 감동을 받는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예술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사실 이들의  음악 활동은 점점 힘들어져 갈 것이다.

제니스의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세계3대 아카펠라 대회인 대만 세계아카펠라 대회에서도 아시아인 최초로 1위를 차지 하는 영광을 안았다. 아울러 올 초에는 대만의 초청으로 갈라쇼에 참여했고 2014년 싱가포르 아카펠라협회 초청 공연도 했다. 오스트리아 대회를 앞두고 ' 제니스의 유럽도전기'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하여 팬들로부터 많은 응원을 받았고, 그 힘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7월 대회 당시 영상을 보면, 제니스가 등장에 대한 박수와 함성이 조금 야박한 듯했다.  그러나 첫 번째 노래가 시작된 뒤에도 음향기기 등에 문제가 생기긴 했으나, 그들은  에너지며 감정이며 테크닉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수 없는 노래로 사람들의 귀를 훔쳤다.

특이한 사실은 이들이 팝 부분에 부른 노래가 바로 한국노래들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싱글음반 곡 '자이언트 트리'는 사랑과 우정에 대해 이야기 하는 노래다. 또한 우리에겐 만화로 친숙한 '가제트'의 중간 부분을 '한국어 랩'으로 강력하게 노래하였다.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이 대회를 통해 많은 세계인들이 한국의 노래를 들게 된 것이다.

대회장면
▲ 공연장면 대회장면
ⓒ 홍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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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ith where are you"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진행자가  제니스를 찾는다. 그리고  마지막 퍼포먼스를 제니스가 하게 되었다. 제니스는 이 경연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노래  그리고 유럽인들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노래 'dancing queen'으로 마무리했다. 제니스의 음악은 대한민국을 넘어  그리고 아시아 이어 유럽에까지  전파되어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앞으로 그들의  음악활동이 얼마나 더 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음악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음악이 되길 기대한다.

지난 23일 통화에서 리더인 김승필씨는 "어떻게 지내냐"고 묻자 "뭐 그냥 서빙하고  택배나르고  그러고 지내고 있지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편하게 지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자 그는 "혼자도 아니고 다들 가족이 있으니... 다 똑같죠 뭐"라고 덧붙였다.

그에게 대만 그리고 오스트리아로 도전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이번 대회 순수 비용만 1800만 원 나왔고, 일단 저는 전재산을 다 털어서 다녀온 것 같습니다"라며 "대회는 도전이죠, 전세계 최고수준의 아카펠라인들이 모이는 자리이자 또 아카펠라인들의 축제이기 때문에 빠질 수 없었다. 그곳에서 함께 교감하고  정보의 공유와 더불어 아카펠라의 세계적인 흐름을 이해 할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태그:#제니스, #아카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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