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압박감을 이겨라>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압박감을 이겨라> 포스터. ⓒ 넷플릭스

 
대회 유치 과정에서 역대 최악의 잡음을 발생시키며 논란의 한가운데 섰던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하지만 역시 스포츠는 경기가 재밌어야 하기에 수많은 기적과 이변이 나오고 메시의 대관식까지 이뤄지며 역대 최고의 월드컵으로 칭송받았다. 이보다 재밌는 월드컵을 다시 보긴 힘들지 않을까 싶다.

통상 월드컵 1년여 후에 펼쳐지는 FIFA 여자 월드컵, 2023 FIFA 여자 월드컵 호주 뉴질랜드 또한 역대 최고의 여자 월드컵으로 칭송받았다. 역시 수많은 기적과 이변이 나오며 실력 평준화를 이뤘다. 그 한가운데에는 역대 최강 미국 팀과 전통의 강호 독일 팀이 있었다. 그들은 어떤 결과를 받아 들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압박감을 이겨라: 미국 여자 월드컵 팀의 도전>은 부제에서 보듯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의 2023 FIFA 여자 월드컵 호주 뉴질랜드 도전을 다뤘다. 1991년부터 시작되어 8회 대회까지 자그마치 4번 우승을 차지한 절대 강자 미국 팀인데, 왜 '도전'이라는 단어를 썼을까.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절대 강자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의 '위험 요소'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의 구호는 이렇다. '우린 압박감 속에 산다! 압박감은 우리 팀의 특권이다!' 굉장히 특이한 편인데, 절대 강자로서 받는 압박감의 크기를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한 구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대위업을 달성 중인데 1회부터 8회까지 모두 4강에 들어 3위 이상을 차지했고 독일의 2회 연속 우승(5회, 6회)에 이어 2회 연속 우승(7회, 8회)을 달성했다.

하여 9회 대회에서도 미국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세간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역사에 남을 '왕조'의 기준이 되는 '3-peat'을 달성할 것인지 말이다. 하지만 대회 시작 전부터 여러 위험 요소가 눈에 띄었다.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한 감독이 은퇴했고, 23명 엔트리 중에 월드컵에 처음 출전하는 이가 14명에 달했다. 더군다나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 대부분이 나이가 많았다.

황금세대의 쇠퇴, 심각한 수준의 압박감, 좋게 말하면 신구 조화지만 좋지 않게 말하면 과도기의 팀 구성 등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의 위상은 절대적이었다. 누가 우승할지 전혀 감도 안 잡히는 남자 월드컵에선 존재할 수 없는 절대 강자 말이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여자 월드컵 역사상 최대 이변의 한가운데
 
 넷플릭스 <압박감을 이겨라: 미국 여자 월드컵 팀의 도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압박감을 이겨라: 미국 여자 월드컵 팀의 도전>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그동안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3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그 어떤 절대 강자도 이 정도는 힘들 것이다. 그런데 9회 대회에서 크게 미끄러졌다. 16강에서 탈락을 면치 못한 것이다.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사실 조별리그부터 조짐이 보였다. 월드컵에 첫 출전하는 약체 베트남에 3:0으로 겨우 이겼고 네덜란드, 포르투갈에 비겼으니 말이다. 한 골이라도 더 먹혔으면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대참사가 일어날 뻔했다. 결정적인 문제는 골 결정력이었는데 감독의 딱딱한 전술 변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빠르고 대담한 결정을 내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미국에겐 참사이자 비극이라고 할 만하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매우 긍정적이다. 큰 성공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절대 지존이 존재하는 스포츠를 누가 보겠는가? 수없이 많은 강자들이, 네임벨류들이 모든 걸 걸고 싸워 이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겠는가? 2023 FIFA 여자 월드컵은 그런 면에서 분기점이자 전환점이라고 할 만하다. 본격적으로 여자 축구계에도 다수의 강자들이 출현한 것이다.

세계 여자 축구계의 분기점이자 전환점

1990년대에서 2000년대,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여자 축구계는 미국이 완벽하게 지배했다. 성적도 물론 좋았지만 슈퍼스타도 나왔고 산업 측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선도하기까지 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 다른 나라들도 차근차근 따라왔다. 투자하고 실력을 쌓고 저변을 넓혀갔다. 그렇게 2020년대 대격변의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머지않아 여자 축구도 지금보다 훨씬 인기가 많아질 것이다. 보고 즐기는 재미도 한껏 올라갈 것이다. 더 이상 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될 것이다. 미국 여자 대표팀의 드라마틱하고 처참한 몰락이 시발점이다. 제1막을 월드컵 우승으로 영광적이게 시작했다면 제2막은 16강 탈락으로 몰락하며 시작했다. 훗날, 과거 한 시대를 풍미한 잊힌 팀으로 기억되지 않으려면 부단히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 2022년에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6년 투쟁 끝에 남자 축구 대표팀과 같은 임금을 받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2023 FIFA 여자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우승한 직후 스페인여자축구협회장 루이스 루비알레스가 에르모소 선수에게 강제 기습 키스를 했다.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고 회장은 사임했으며 에르모소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현재 법정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여자 축구계는 넘어야 할 산, 풀어야 할 문제가 여전히 많다. 외면을 키우는 한편 내면을 더 단단하게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 일원의 바람이자 숙원이기도 하다. 응원하며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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