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힙합에서 가장 뜨거운 아티스트의 이름을 하나만 꼽아야 한다면, 누구를 손꼽을 수 있을까? 래퍼 스카이민혁의 이름을 거명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난 10월, 스카이민혁이 정규 앨범 <해방>을 발표했다. 이 앨범은 지금 한국 힙합팬들 사이에서 가장 큰 열광을 받고 있다. 과장 없이 올해 한국 힙합 최고의 명반으로 손꼽히고 있다. 빈지노의 <노비츠키>, 이센스의 <저금통>, 키드밀리의 <베이지> 등 한국 힙합의 거물들이 발표한 앨범과 함께 거론되었다. 이 앨범은 실물 CD로도 발매되었는데 수요가 생산량을 크게 웃도는 바람에 품귀 현상마저 빚어졌다.

힙합을 듣지 않는 사람에게 스카이민혁은 생소한 이름이다. 그러나 스카이민혁을 아는 사람 역시 그의 인기를 의아해할 수도 있다. 매년 <쇼미더머니>로만 힙합을 접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1998년생인 스카이민혁은 2020년 엠넷 <쇼미더머니 9>에서 자이언티, 기리보이 팀의 래퍼로 활약했고, 본선 무대에 서는 영광도 누렸다.

그러나 시즌 내내 그는 실력에 대한 의문 부호를 떨치지 못했다. 악을 지르는 듯한 특유의 목소리에 대한 호불호도 크게 갈렸다. 릴보이, 원슈타인, 칠린호미와 함께 부른 단체곡 'Freak'의 경우, 스카이민혁의 파트를 제외한 '스카이민혁 삭제 버전'이 유튜브에 떠돌아다녔다. 곡의 분위기를 망치는 스카이민혁의 파트를 빼야 명곡이 완성된다는 이유였다. 영상의 조회수는 100만을 넘어섰고, 꽤 많은 대중이 이 영상에 열광했다. 스카이민혁은 훗날 한 힙합 관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당시 느낀 억울한 심정을 고백하기도 했다.

곡 제목이기도 한 '노력의 천재'라는 캐릭터에 걸맞게, 스카이민혁은 음악으로 자신을 입증하고자 했다. 첫 정규 앨범 <노력의 천재 2>, EP <그랜드라인> <그랜드라인 2> 등으로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은 채 <쇼미더머니 11>에 다시 도전하게 된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고백한 랩을 선보였지만, 결과는 1차 탈락이었다.
 
 스카이민혁의 정규 앨범 <해방>

스카이민혁의 정규 앨범 <해방> ⓒ XXK

 
화제작 <해방>은 이처럼 뼈아픈 실패와 함께 시작된다. 열등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쇼미더머니>에 출연한 이후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현실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다가 지하철에서 졸기에 바쁘다. 성공한 래퍼들의 소식을 부러워하고, 여자친구와 함께 대학 축제에서 성공한 래퍼들의 공연을 바라본다.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 놓지 않는 것은 힙합에 대한 애정이다.

"여자 친군 hip-hop을 듣네, 내 노래는 이젠 없네 지하철 타고 자려는데 사람들이 알아보네 난 알바를 알아보는데 유명해져서 부럽대."
- '진실(스카이민혁)' 중


"쇼미 1차 광탈한 XXXX를 누가 믿어 하지만 네가 지금까지 이걸 듣고 있었다면
넌 끝까지 듣게 될 거야 이 앨범이 왜 해방인지도 알게 될 거야."
- '14-23(스카이민혁)' 중


'OUTCOME'에서는 자신의 상승한 실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한편, 힙합에 대한 애증의 마음을 고백한다. 다른 래퍼의 시원찮은 음악을 디스하면서 경쟁을 유도하는 '내방에서 나가'도 인상적인 순간이다. 붐뱁과 드릴, 멤피스 등 힙합의 다양한 하위 장르를 오가며 듣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화자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스토리텔링 역시 집중력을 높인다.

스카이민혁은 음악 활동과 더불어 꾸준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도 했다. 봐주는 사람이 많이 없더라도 꾸준히 랩 영상과 동기 부여 영상을 올렸다. 스카이민혁은 멈추지 않고 자신의 텃밭을 가꿔 나갔다.

스카이민혁은 직접 쓴 앨범 소개에서 "가사를 고치고 또 고친 만큼 나의 문제를 고치고 또 고쳤다. 내 한계를 깨부수고 싶었다. 이 앨범이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해방된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면 난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옭아매던 불명예로부터 해방되었고, 아티스트로서의 해방도 이뤄냈다. 스카이민혁은 꾸준히 하는 자세, 그리고 좋은 콘텐츠가 본질이라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그를 현재 한국 힙합씬 최고의 아티스트, 더 나아가 2023년의 음악인 중 하나로 뽑아야 하는 이유다.

"봄이 끝났대도 난 새로운 씨앗을 심을래 순정 떠났대도 모험을 멈추지 않을래."
- '욕심(스카이민혁)' 중
스카이민혁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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