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 혼자 산다'

MBC '나 혼자 산다' ⓒ MBC

 
아직 연말 방송사 시상식이 거행되려면 2개월 가량 남았지만 벌써부터 대상 후보자를 언급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이름이 하나 있다. 바로 기안84이다. 지난 2016년 첫 출연한 이래 올해로 8년째 MBC <나 혼자 산다>를 굳건히 지키는 그는 독특한 생활, 예능감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여기에 시즌 3 방영을 앞둔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까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지상파 예능의 자존심을 든든하게 책임진 기안84의 활약은 자연스럽게 대상 수상 가능성의 언급으로 연결되고 있다. 여타 예능인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날 것 그대로"의 생활이 공감을 자아내면서 화려한 전성기로 이이진 것이다.  

​특히 최근 2주에 걸쳐 방영된 <나 혼자 산다> 속 마라톤 풀코스 출전 이야기는 그동안 볼 수 있었던 웃음기 대신 진정성과 도전 정신을 담으면서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응원을 이끌어냈다. 이달 초 열린 대청호 마라톤대회에 출전한 기안84의 오뚜기 같은 42.195km 달리기는 왜 그가 대상 후보자로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줬다.

생애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
 
 MBC '나 혼자 산다'

MBC '나 혼자 산다' ⓒ MBC

 
​종종 모텔을 이용한다는 그가 잠에서 깬 곳은 역시 어느 이름 모를 숙박업소였다. 이른 아침부터 준비를 하고 단체 버스에 올라 타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마라톤 출발점이었다. 수많은 참가자들로 북적거린 이 곳은 자연 풍경이 멋진 대청호 둘레를 코스로 마련해 해마다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10km, 하프(21.0975km), 그리고 풀코스 등으로 나눠진 부문에서 기안84는 과감히 42.195km를 선택해 출전 신청을 했다. 지난 몇달 사이 꾸준히 달리기 훈련을 하면서 준비를 해왔지만 초보자로선 첫 대회부터 풀코스를 뛰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출발 신호가 울려퍼지자 선두 그룹은 이미 마라톤 고수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앞으로 일찌감치 치고 나가고 있었다. 무려 200회 이상 풀코스를 뛴 놀라운 경력의 동호인도 있을 정도였기에 '마라톤 초보' 기안84로선 내심 "내가 잘못 택한 건가?"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그래도 이어폰을 착용한 채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그는 씩씩하게 달리기에 몰입했다.

쓰러져도 포기는 없다​
 
 MBC '나 혼자 산다'

MBC '나 혼자 산다' ⓒ MBC

 
늘 웃음기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시간이 더해질 수록 그동안 방송에서 봤던 모습과 달리 기안84는 고통 속에서 앞만 보고 달리기를 진행했다. 갈증이 심해져서 물을 마시면 복통이 반복될 만큼 악순환의 연속 속에 반환점을 목전에 뒀던 그는 순간 "이때 뭔가 잘못 됐다고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두번째 반환점 무렵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참가자들의 길잡이 역할을 담당한 대회 페이스메이커 등이 달려와 응급처치를 해준 덕분에 기안84는 잠시 휴식을 취했고 다시 일어섰다. 하지만 오르막길이 적지 않게 등장하는 난코스는 다시 한번 그를 주저 앉게 만들었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기엔 체중이 10kg 이상 많은 편이기에 발목에 무리가 가해질 수밖에 없었다.

​기안84는 VCR 영상을 보면서 그때 택시 잡아타고 과천으로 가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달리기에 돌입한 그는 어느 시각 장애인 마라토너의 역주를 목격했고 여기에 자극받아 힘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안84의 이름을 연호하는 시민들과 참가자들의 응원 속에 "1114번 선수 김희민"은 4시간 47분대의 기록으로 생애 첫 마라톤 완주에 성공했다.

4시간 47분만의 완주... 스스로에 대한 칭찬
 
 MBC '나 혼자 산다'

MBC '나 혼자 산다' ⓒ MBC

 
​흔히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부르곤 한다. 전문 선수 기준 2시간 가량을 혼자 외롭게 먼 거리를 달리면서 한계를 만나고 이를 이겨내면서 얻게 되는 성취감 때문에 힘들어도 달린다고 그들은 말한다. 기안84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러 차례 고비가 찾아왔지만 결국 이를 극복해냈고 완주라는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기안84는 "개인적으로는 너무 뿌듯하다"면서 "남들이 '너 잘했어' 칭찬해주는게 아니라 내 스스로가 나한테 칭찬하는 느낌어었다. 자부심이 생기는 것 같았다"고 그때의 성취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대회 참가 직전 "내 삶에 너무 결투가 없었다. 내 자신과 결투를 한다는 생각에 떨린 거 같다"면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던 기안84는 결국 이날 자신이 정했던 목표 달성에 기어코 성공했다.

<나 혼자 산다> 시청자들이 기안84에 대해 몰입하고 집중해서 화면을 지켜보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었다. 그동안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언행은 그를 여타 예능인과 차별화하게 만드는 개성이 되었지만 때론 쓴소리를 유발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안84는 여전히 기안84였다.

웹툰 작가 대신 TV와 유튜브를 넘나들면서 예능인으로서 부각되는 2023년,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떠오른 이유가 이번 마라톤 완주에 담겨 있었다. 매너리즘, 현실에 안주하려고 할때 마라톤은 자기 자신을 향한 일종의 채찍질 도구가 되어줬다. "느리게 걷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완주하자"라는 스스로의 다짐으로 얻게 된  완주 기념 메달은 그에겐 올림픽 금메달 이상의 가치를 선사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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