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K팝 콘서트' 일정이 완전히 취소됐다."  

일요일이던 6일 오후, 한 연예매체가 내놓은 <잼버리 'K팝 콘서트' 최종 취소 확정>이란 '단독' 기사의 리드 문장이다. 이 매체는 애초 6일 저녁 개최 예정이었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이하 새만금 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행사가 최종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단독'이 붙을 만 했다.
 
이와 관련, 전날(5일)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예정됐던 K팝 콘서트 일정을 폐영식 일정과 맞물린 11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폭염 및 참가자들의 안전 등을 이유로 내놨다. 앞서 조직위는 사무총장은 개영식 당일 온열 질환자가 다수 발생한 것에 대해 "K팝 콘서트에 열광한 청소년들 탓"을 하며 내외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6일 오전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11일 폐영식 날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동 조직위원원장인 이상민 행전안전부 장관 역시 "예정된 일정으로 진행하려고 했지만 공연을 강행하는 것은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있다"며 행사 연기를 공식화했다.
 
그러자 연예매체를 중심을 예측성 기사들이 쏟아졌다. 우선 새만금 잼버리 주관 방송사인 KBS <뮤직뱅크> 방송일이 11일인 점을 감안해 잼버리 K팝 콘서트가 <뮤직뱅크> 생중계로 대체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들이 쏟아졌다. 'K팝 콘서트 최종 취소 확정'과 같은 보도들도 조직위 측이 아닌 행사 관계자나 방송사 관계자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나온 기사였다. 이후 혼선은 계속됐다. 급기야 BTS 출연 논란으로 불길이 번졌다.
 
<[단독]엔믹스, 11일 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 '불참'>
<[단독]아이브→엔믹스 못 보나…"잼버리 'K팝 콘서트', 출연진 상당수 변동 예상">
<[단독]엔믹스 불참·BTS 출연설... 혼란의 전주 잼버리 K팝 콘서트>
 
혼란과 혼돈의 새만금 잼버리 K팝 콘서트
   
조직위가 진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K팝 콘서트는 새만금 잼버리 대형 행사 중 전 세계 4만5천여 명의 청소년 참가자들이 가장 고대해왔던 순서로 꼽혀 왔다. KBS는 지난 2일 <뉴스9>를 통해 6일 콘서트 생중계를 공언하기도 했다.
 
다만, 대형 콘서트인 만큼 섭외부터 방송 중계, 현장 세팅까지 단 기간에 소요될 성질의 무대가 아니다. 지난 5일 조직위의 연기 발표 이후 혼선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6일 역시 공동 조직위원장 중 한 명인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나섰다.
 
"예정대로 공연을 진행하면 지난 며칠간 불볕 더위에 노출된 참가자들이 두 시간 동안 격렬한 환호와 함성을 보내 온열 질환 발생 등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료전문가의 우려가 나왔다(...). 대안을 모색한 결과 퇴영식 전날인 11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이날 언론 브리핑에 나선 박보균 장관의 요지는 이랬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도 브리핑에 함께 참석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공연 장소로 확정된 전주 월드컵경기장은 4만2천 석 규모로 관중석 88%가 지붕으로 덮여있다. 이동거리는 잼버리 행사장에서 차로 50여분이 소요됐다.
 
불똥은 전북 현대축구단으로 튀었다. 11일을 포함해 이번 주말 두차례 예정된 홈경기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축구 팬들도 원성이 자자하다.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와 정부가 K리그 전체에 민폐를 끼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엔믹스 등 스케줄 조정이 쉽지 않은 인기 아이돌 그룹의 출연 역시 삐꺼덕거리기 시작했다. BTS(방탄소년단) 출연을 놓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이날 박보균 장관은 BTS 출연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불과 공연까지 5일을 앞둔 시점에서 출연 혹은 불참 여부를 명확히 결론짓지 않은 것이다.
 
아미 및 K팝 팬들은 새만금 잼버리를 향한 국내외 비난 여론 및 정부 책임론을 잠재우기 위해 K팝 콘서트와 BTS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 중이다. 이 모두 정부와 조직위가 자처한 의혹과 비판이라 할 수 있다.
 
애초 잼버리 'K팝 콘서트'에 출연자로 확정된 팀이나 가수는 아이브, 제로베이스원, 엔믹스, 스테이씨, 피원하모니, 앤팀, 베리베리, 이채연, 네이처, 에이티비오, 싸이커스 등이었다. 이들의 출연 여부도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 됐다.
 
문제는 BTS뿐이 아니다 
   
"(아쉬운 것) 두 번째는 K팝인데 솔직히 말하면 저희 애도 연예인 좋아하는 어린애고 애들도 다 그런 건데 연기된 걸 굉장히 아쉬워 많이 하고 있고, 심지어는 우리 잡아놓으려고 이러는 거 아니야, 이렇게 실제로 얘기하는 애들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다음에 또 하나는 이건 제 우려사항인데 저는 이해가 안 되는 11일 날 갔다가 제가 종합상황실을 확인해봤더니 그 전주로 보러 갔다가 다시 버스가 와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4만 명이 움직이면 버스가 몇 대가 움직여야 됩니까?"

이번 잼버리에 자녀를 참가시켰다는 학부모가 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한 내용이다. 이 학부모는 자녀가 K팝 콘서트 관람 때문에 퇴영에 대한 미련이 컸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학부모는 "(버스로 오가는) 시간과 그 안전은 가능한지 저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건 위험하지 않나 싶습니다"라며 "태풍 때문에 취소하는 거 아닌가 또 그런 걱정이 들어요. 태풍 때문에 잼버리가 어떻다, 어쩔 수 없이 취소하겠습니다, 이런 거 나오면 정말 애들은 진짜 실망이 아니라 원망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새만금 잼버리는 전 세계 160개국 이상의 청소년들과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우리 언론은 물론이요 해외 언론과 인터뷰한 참가자들 중 다수가 아이브 등 전 세계 K팝 팬들을 보유한 아이들 그룹들이 다수 참여하는 K팝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대규모로 참가했다 지난 5일과 6일 사이 퇴영한 영국과 미국 참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취소와 연기를 오가다 11일로 콘서트 일정을 확정하고, BTS 등을 앞세우는 것 같은 조직위 측에 분통을 터트리는 것은 당연지사. 

이러한 조직위의 무능력과 무책임에 분통을 터트리는 이들은 또 있었다. 11일부터 3일간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2023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JUMF 2023) 측이었다.
 
걸그룹 아이즈원의 전 멤버인 이채연은 JUMF 2023 출연자다. 6일로 예정됐던 새만금 잼버리 K팝 콘서트 출연진이기도 하다.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2023 JUMF를 총기획한 이태동 프로듀서는 6일 소셜 미디어에 K팝 콘서트 일정을 급작스레 변경한 새만금 잼버리 측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JUMF는 올해 새만금 잼버리에 맞춰 개최 날짜까지 미뤄가며 행사를 준비했다. 세계의 청소년과 경쟁에 피폐해진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자 많은 비용을 들여 금요일엔 K-POP 중심으로 프로그래밍을 했다. 대회전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잼버리 참가자들 5000명을 초청 했다.
 
그러나 이런 제안에 잼버리조직위는 철저히 무시와 무관심으로 대응했다. 관계기관을 통해 잼버리 기간 중 참가자를 외부에 내보내는 것이 '불법'이라는 망언까지 들어야 했다. 개영식 이후에는 개최지의 구성원으로서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의 수치스러움과 죄책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직위에 따르면, 11일 금요일 새만금 잼버리 K팝 콘서트 참석을 위해 수만 명의 스카우트들이 버스로 이동할 예정이다. 행사 당일 전주 시내에 대혼잡 또한 불가피해 보인다. 해당 글에서 이 프로듀서는 지역민으로서 벌어질 혼란과 버스로 행사장에서 전주까지 오고갈 잼버리 참가자들의 피로를 우려하는 동시에 일정이 겹치게 된 출연자의 사정을 염려하며 자신이 겪은 일화를 이렇게 소개했다. 
 
"오늘(6일) 오후에는 잼버리 주관방송사에서 연락이 왔다. 금요일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를 같은 날 전주에서 1시간 전에 열리는 잼버리 폐영식 K-POP 콘서트에 출연시키려 하니 양해를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너무도 황당해 말문이 막혔다. 이미 오래전에 페스티벌의 라인업으로, 금요일 헤드라이너로 발표된 아티스트였다.
 
폐영식과 같은 날 가까운 곳에 있으니 쉽게 섭외하고 싶어서였을까? 페스티벌의 성공을 위해 반년 넘게 준비해온 나는 바보였을까? 그들이 생각하는 지역의 페스티벌은 단지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이토록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 그 한 팀의 무대를 보기위해 먼 길을 오가며 적지 않은 비용과 경비를 부담한 관객들의 권리를 공짜 쇼로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 약속된 페스티벌과 주관방송사의 무리한 요청사이에 낀 아티스트는 무슨 잘못이 있는 건지."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과 준비 부족 논란에 휩싸인 새만금 잼버리 K팝 콘서트. 그럼에도 참가한 전 세계 청소년들을 위해 행사 자체가 안전하게 치러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를 둘러싼 조직위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태가 낳은 잡음과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도 되지 않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