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 '홈런' 6월 30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한화 윌리엄스가 2점 홈런을 치고 세레머니하고 있다.

▲ 윌리엄스 '홈런' 6월 30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한화 윌리엄스가 2점 홈런을 치고 세레머니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올시즌 외국인 타자 잔혹사에 시달리고 있다. 브라이언 오그레디에 이어 대체 선수 닉 윌리엄스까지 KBO리그 적응에 애를 먹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 2022시즌 마이크 터크먼이라는 준수한 외국인 타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터크먼은 타율 2할 8푼 9리 (575타수 166안타) 12홈런 43타점 19도루 OPS .796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물론 외국인 타자치고 홈런과 타점이 아쉽긴 했지만, 10개 구단 외인을 통틀어 유일하게 전 경기 선발출장을 기록하며 공수주에서 모두 높은 기여도를 발휘했고,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는 무려 4.98에 이르렀다. 비록 한화는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터크먼의 영입만큼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화는 고심 끝에 터크먼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노시환 외에 거포가 부족했던 한화로서는 확실한 장타자가 필요했다. 당시만 해도 터크먼을 포기한 게 아쉽다는 평가는 있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한화의 팀 상황도 납득할 만하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문제는 그 대안으로 데려왔다는 외국인 타자들이 설마 이 정도로까지 못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그레디-윌리엄스, 이렇게 못할 줄이야...

한화가 올시즌을 앞두고 총액 90만 달러를 주며 영입한 브라이언 오그레디는 미국 메이저리그 3시즌간 62경기를 출장한 경력이 있었고,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는 3시즌간 타율 2할 8푼 4리 51홈런 152타점 OPS .913의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장타자였다. 2022시즌에는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활약하며 아시아야구 경험도 있었다. 한화 외에도 이미 몇몇 KBO리그 팀들의 영입리스트에 거론되던 선수였다.
 
하지만 오그레디는 예상과는 다른 의미에서 KBO리그 사상 역대급 선수가 되어버렸다. 오그레디는 한화 유니폼을 입고 정규시즌 22경기(86타석) 출전해 타율 .125, 출루율 .174, 장타율 .163 8타점, OPS .337에 그쳤고, 두 번이나 2군행을 들락거린 끝에 5월에 조기 퇴출 통보를 받았다. 오그레디가 뛰던 당시 외인 타자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한 한화는 팀타율 등 각종 공격 관련 지표에서 대부분 꼴찌를 기록했다.
 
사실 오그레디의 부진은 이미 일본프로야구 시절부터 예고되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오그레디는 세이부 시절에 이미 낮게 떨어지는 유인구와 밀어치기 능력에서 심각한 약점을 노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시절에도 타율은 2할 1푼 3리에 그쳤지만 이때만해도 홈런을 15개나 기록할 만큼 장타력은 살아있었다. 한화는 일본프로야구보다는 수준이 다소 떨어지는 KBO리그 투수들을 상대로는 오그레디가 어느 정도 통할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었다.

홈런은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한 반면 삼진은 무려 40개로 타석당 삼진율이 무려 46.5%에 이르렀다. 퇴출 시점에 규정타석 미달에도 리그 전체 삼진 2위에 올랐고, 헛스윙률은 20%에 육박할 만큼 아예 공을 배트 자체가 제대로 맞추지를 못했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지만, 초반 부진과 2군행으로 인하여 정신적으로 무너진 게 더 치명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한 역대 외국인 타자 중 20경기-70타석 이상을 소화하고 홈런 없이 방출된 선수는 지난 1998년 해태 숀 헤어와 2006년 롯데 존 갈에 이어 오그레디가 3번째였다. 이들 모두 KBO 사상 역대 최악의 외국인 타자를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오그레디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한화에서 방출된 오그레디

한화에서 방출된 오그레디 ⓒ 연합뉴스

 
결국 오그레디를 포기한 한화가 18일 만에 대체 선수로 영입한 것은 닉 윌리엄스였다. 메이저리그 4시즌 통산 294경기 타율 2할 5푼 1리(836타수 210안타) 31홈런 110타점 OPS .727의 성적을 기록한 윌리엄스를 시즌 중반 영입하는 데 한화는 총액 45만 달러를 썼다.
 
전임자가 워낙 역대급 흑역사를 쓴 만큼, 한화로서는 어지간하면 '오그레디보다는 낫겠지'라고 기대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을 상상하든 항상 그 이하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엔 윌리엄스가 증명하고 있다. KBO리그 데뷔 후 정확히 10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윌리엄스는 타율 .163(34타수 7안타) 1홈런 3타점 OPS .484에 그치고 있다.
 
윌리엄스는 지난 6월 27일 KT 위즈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이후 두 번째 경기인 만에 멀티히트(4타수 2안타, 2루타 2개, KT전)을 터뜨렸고, 30일 삼성전에서 마수걸이 홈런을 터뜨려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7월 들어 타율 .125(32타수 4안타)의 부진에 빠지며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시즌 내내 외국인 타자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 한화로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44타석에서 아직까지 볼넷은 단 한 개도 없는 반면, 삼진은 13개를 당해 타석당 삼진율이 29.6%에 달하는 모습은, 86타석에서 40삼진 5볼넷을 기록한 오그레디의 데자뷔를 연상시킨다. 득점권에서 12타석 연속 무안타 기록도, 23타수 3안타(.130)에 그쳤던 오그레디와 흡사하다. 극단적으로 삼진이 많고 볼넷이 적으며, 찬스에 약하다는 특징에서 두 외국인 타자는 거의 도긴개긴이다.
 
한화는 전반기 34승 4무 40패로 8위를 기록했다. 4년 만의 탈꼴찌에 이어 5강권과의 격차는 2.5게임에 불과하여 2018시즌 이후 5년 만의 가을야구도 노려볼 수 있는 기회다. 다행히 한화의 외국인 투수들은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가 원투펀치를 구축하며 호투하고 있다. 타선에서는 노시환이 커리어하이를 경신하고 있으며 이진영-김인환의 테이블세터진이 자리를 잡으면서 점점 짜임새있는 모습을 구축해가고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외국인 타자의 활약이 조금만 뒷받침되었다면 한화가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도 있었다는 미련으로 이어진다. 정작 한화가 포기한 터크먼이 올시즌 마이너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 콜업까지 성공하며 승승장구한 것을 감안하면 그 빈자리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한화의 역대 시즌을 돌아봐도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시즌에는 항상 뛰어난 외국인 타자들의 활약이 있었다. 한화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불리우는 제이 데이비스, 댄 로마이어를 비롯하여 마지막 가을야구 시즌이던 2018년에는 제러드 호잉이 있었다. 후반기 한화의 5강 도전도 윌리엄스의 반등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화는 이미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모두 소진한 상태다. 오그레디를 윌리엄스로 교체했고, 투수 쪽에서는 버치 스미스를 리카르도 산체스로 교체하면서도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윌리엄스가 아무리 부진한 모습을 보여도 시즌 끝까지 동행하는 수밖에 없다. 만일 윌리엄스가 끝내 '제 2의 오그레디'에 그친다면 2023시즌 한화의 외국인 타자 농사는 역대 최악의 흑역사로 남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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