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101> <아이돌학교> 등 자사 오디션 프로의 투표 조작 및 뇌물 수수 혐의로 실형을 살고 나온 세 명의 피디들에 대해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는 복수의 증언이 나왔다. CJ ENM 측은 중징계를 내렸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제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실 및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프로듀스101>의 안준영·김용범 피디, 그리고 <아이돌학교>의 김태은 피디는 CJ ENM 인사위원회에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중 안준영 피디는 징역 2년 선고 후 2021년 11월 4일 출소해 2022년 9월 18일 스스로 사직했다가, 2023년 3월 복직했다. 다른 두 PD 또한 정직 후 각각 형을 살고 나온 뒤 다시 CJ ENM에서 활동 중이다. 
 
'CJ ENM' 허민회 대표, 프듀 투표 조작 머리 숙여 사죄 CJ ENM 허민회 대표이사가 30일 오후 서울 상암동 CJ ENM센터에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 투표 조작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 'CJ ENM' 허민회 대표, 프듀 투표 조작 머리 숙여 사죄 CJ ENM 허민회 대표이사가 지난 2019년 12월 30일 오후 서울 상암동 CJ ENM센터에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 투표 조작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 이정민

 
이는 지난 2019년 12월 30일 허민회 CJ ENM 대표이사 이름으로 발표된 사과문과도 배치되는 부분이다. 허 대표이사는 당시 사과문에서 피해자 보상 책임 및 관련 수익 사회 환원, 시청자위원회 설립 등을 약속하며 "수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내부 조치도 엄정하게 취하겠다"고 밝혔다. 수사결과 세 피디의 유죄가 확정됐고, 징역 1년 이상의 처분이 나왔음에도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내린 셈이다.
 
2023년 3월 안준영 피디 복직으로 파장이 일자 CJ ENM 측은 "과거의 잘못을 만회할 기회를 주고자 했던 결정은 사회의 공정에 대한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며 "지난 4년간 오디션 프로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채용 기준 관련 부족한 점을 겸허히 수용하고 드러난 문제점은 조속히 보완해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도 복직 결정을 철회하진 않았다.
 
유정주 의원 "대국민 사과 및 대책의 진정성 의심"
 
 Mnet <프로듀스 X 101>

Mnet <프로듀스 X 101> ⓒ Mnet

 
해당 사안을 조사하며 관련 자료를 모아온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투표조작사건으로 CJ ENM은 대국민 사기기업으로 낙인찍힌 셈이고, 검찰 기소와 법원 판결로 피디들의 범죄가 확인된 만큼 해고가 상식적일텐데 계속 이들을 보호하고 있다"며 "더구나 올해 CJ ENM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하며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으면서도 회사에 300억 원 이상의 큰 손해를 입힌 인원들을 다시 채용하거나 두둔하고 있다. 과연 누가 CJ ENM이 반성했다고 생각할지 의문"이라 비판했다. 
 
이어 유 의원은 "CJ ENM의 대국민 사과 및 대책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며 "이는 단지 CJ ENM만의 문제가 아니라 K-콘텐츠에 대한 신뢰를 무너트릴 수 있는 일이라 심각성이 크다. CJ ENM이 제시한 사회 환원과 재발 방지 대책 또한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CJ ENM의 약속 이행 점검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아무래도 대중 입장에선 (엠넷의 처분이) 부족하다 생각할 수 있다. 회사 차원에서 그 정도의 처분을 내린 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면서 "그 사안 때문에 오디션 프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생겼고, 타격을 준 게 사실이다. (CJ ENM이)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걸로 아는데 예전 일에 대한 확실한 조치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였고 노무법인에서 근무했던 A씨는 해당 사건에 대해 "불법을 저지르고 실형까지 살고 나온 인사들은 대부분 해직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직 3개월 결정을 한 것은 내부적으로 함께 가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분명 일반적인 징계 처분 기준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엠넷(Mnet) '프로듀스X 101' 안준영 PD와 제작진이 생방송 투표 조작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은 뒤 지난 2019년 11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자료사진).

엠넷(Mnet) '프로듀스X 101' 안준영 PD와 제작진이 생방송 투표 조작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은 뒤 지난 2019년 11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안준영 피디 재입사 사실이 알려진 직후 <프로듀스101> 시청자들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4월 3일 "조작의 중심에 있던 PD를 재입사시키는 게 CJ ENM과 엠넷이 추구하는 공정의 가치인지 의문스럽다"며 비판 성명을 낸 바 있다.
 
3명의 PD에 대해 정확한 징계 양정을 묻는 질문에 CJ ENM 엠넷 관계자는 "개인 정보인만큼 세 피디의 구체적인 징계 내용은 밝힐 수는 없다"며 "대상자들은 사규 위반을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해직을 제외한 최고 수준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건 맞다"고 답변했다. 재입사나 업무 복귀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사회의 공정에 대한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잘못된 판단이었다. 향후에는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프로듀스101 안준영 김용범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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