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빈 선수와 김하영 선수가 다정하게 웃으며 손하트를 만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수빈 선수와 김하영 선수가 다정하게 웃으며 손하트를 만들어 인사하고 있다. ⓒ <무한정보> 황동환


 
충남 예산군청 직장운동경기부 조정팀이 겹경사를 맞았다.

여자부 이수빈(27)·김하영(24) 선수가 지난 13일 강원도 화천호조정경기장에서 열린 '제65회 전국조정선수권대회'를 통해 국가대표로 선발된 데 이어, 오는 9월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우리나라 대표로 출전한다. 창단 이후 처음 맞는 쾌거다.

이들은 '무타페어' 경기로 짝을 이뤄 6분59초를 찍어 1위를 기록했으며, 동료선수 6명도 전원 메달을 목에 거는 성과를 거뒀다.

이수빈 선수는 고향인 충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충주시청과 장성군청을 거쳐 올해 예산군청에 입단해 주장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김하영 선수는 예산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지역토박이다. 지난해 3월 예산군청에 합류했다. 

예산으로 복귀하던 18일 저녁 훈련실에서 만난 두 선수는 입을 모아 "영광"이라는 말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소감을 전했다.

2018·2020년 두 차례 국가대표로 활약한 이수빈 선수는 "솔직히 이번에는 국가대표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는데 결과가 좋았다. 운동선수라면 아시안게임에 대한 꿈을 꾸지 않을 수 없다. 출전할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영광이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하영 선수는 "첫 선발전에서 국가대표가 돼 너무 기쁘다. 사고 없이 잘 훈련했으면 좋겠다. 다른 팀은 적어도 2~3년 호흡을 맞춘데 비해 언니와 저는 두달밖에 안됐는데도 결과가 이 정도라면, 아시안게임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국가대표 선발전 무타페어 경기 직전 이수빈·김하영 선수.

???????국가대표 선발전 무타페어 경기 직전 이수빈·김하영 선수. ⓒ 이강호 감독

 
탄탄한 하체를 바탕으로 두 팔에 쥔 노를 저어 거친 물살을 가르는 조정은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는 스포츠로 '악명'이 높다.

두 선수는 모두 우연한 계기로 조정을 접한 뒤 그 매력에 빠졌다. 초등학교에서 4년 동안 테니스 선수로 활약했던 이수빈 선수는 중학교 1학년 체육시간 선생님의 눈에 띄어 입문했다. 그는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운동을 그만둘 생각이었지만, "조정 해볼래"라는 선생님 말씀에 조정부 훈련에 참가했다. 

김하영 선수도 중학교 1학년 어느날 복도를 지나던 조정부감독 체육선생님 권유가 계기가 됐다. "뭔지 모르고 따라갔는데,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감독선생님이 집으로 피자를 사와 설득했다"며 "아마도 또래들보다 몸집도 좋고 키가 컸던 게 감독님 눈에 들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궁금했다. 김하영 선수는 예산여고 3학년 때 출전했던 전국체전에 대해 "상대선수와 치른 경기에서 줄곧 이기다가 직전시합 때 결과가 안 좋았다. 그래서 전국체전에 대한 부담감이 유난히 컸는데, 다행히 1등을 했다. 그때 느낀 기쁨과 보람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떠올렸다. 
 
5월 13일 충주탄금배대회… 다시 담금질
 
 예산 군청 여자조정팀 6명 전원이 입상메달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예산 군청 여자조정팀 6명 전원이 입상메달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이강호 감독

 
이수빈 선수는 "싱글스컬에서 메달을 땄을 때 엄마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예전엔 제가 좋아 조정을 했지만, 그 경기를 계기로 지금은 엄마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제일 좋다"며 2018년 첫 국가대표로 선발됐던 경기도조정경기대회를 기억했다.

이수빈 선수는 지금은 은퇴한 김예지 선수를 롤모델로 꼽았다. "그 언니는 싱글로 탑이었다. 시합영상을 보면서 운동능력과 자세를 배우고 싶었다. 국가대표 꿈을 갖게 한 선배"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김하영 선수는 부산항만팀 소속 조선형 선수를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같은 팀에 있던 1살 많은 언니로 좋아하는 선수다. 마인드가 건강하고, 언제나 좋은 말을 했던 선수"라고 응원했다.

두 선수는 '몸관리 비결'을 묻자 "좋은 것 먹고 잘 쉬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하영 선수는 더해 "숙소 인근 예산여중 근처가 산책하기 좋다. 몸이 지친다 싶으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 것도 좋은 힐링 법"이라고 소개했다.
 
 두 선수를 지도하는 이강호 감독.

두 선수를 지도하는 이강호 감독. ⓒ <무한정보> 황동환

 
두 선수는 군민에게 전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병원이나 식당에 가면 운동선수냐며 서비스 등 더 신경 써주신다.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며 "예산을 대표해 아시안게임을 나간다는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 무척 기쁘다. 조정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군청조정팀 이강호(51) 감독은 가장 든든한 조력자다. 그는 1992~1996년 국가대표이자 1993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다. 2021년 3월 부임해 당시 하위권이었던 여자조정팀에 선수 2명을 더 영입해 6명으로 증원하는 등 팀전력을 강화하는 등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 감독은 "두 선수 키 차이로 걱정했는데, 성격과 호흡이 잘 맞았다. 무엇보다 쉬는 날 없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다. 제 역할은 선수들의 아픈 점을 잘 감싸주는 것"이라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팀 분위기가 좋다. 군대처럼 선후배 기강이 엄격하지 않다. 언니가 후배들에게 필요한 조언과 도움을 아낌없이 베풀고, 후배들은 잘 따른다. 제가 동메달에 그친 아시안게임에서 제자들이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게 목표이자 꿈"이라고 밝혔다.

이수빈·김하영 선수는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 다시 담금질에 들어갔다. 오는 5월 13일 '충주 탄금배 조정경기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조정팀 실내훈련장에선 런닝머신, 자전거, 바벨, 아령 등 웨이트를 통해 기초체력을 다진다. 제일 힘들다는 야외수상훈련도 빼놓을 수 없다.

이수빈·김하영 선수도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빛질주'를 펼친다. 이들이 흘린 땀방울은 이미 '금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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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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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의 참소리 <무한정보신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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