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포스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포스터 ⓒ 넷플릭스

 
지난 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반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가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 총 네 가지의 '사이비' 종교를 취재한 <나는 신이다>는 사이비 종교의 구조적 문제점이 아닌 실제 피해자의 피해 사실 묘사에 치중했다. 특히 총 8회 중 1~3회가 JMS 정명석의 성범죄를 고발하는 회차였다. 해당 회차에서는 성폭행 묘사 장면, 성폭행 현장의 녹취이나 여성의 나체 등이 가감없이 등장했다. 

그럼에도 어찌됐든, <나는 신이다>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교주 정명석의 성범죄를 알게 되었다. JMS는 정명석의 성범죄를 도왔다는 지탄을 받았고 2인자인 정조은은 정명석의 성범죄 사실을 인정했다. 과거 정명석이 성범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을 때도 JMS 측은 그의 범행을 부인했다. 물론 정조은은 정명석의 범죄를 방관하는 것도 모자라 이를 도왔고 정명석의 후계를 잇고자 하는 만큼, 그녀의 인정을 진실성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JMS 신도들에게 큰 혼란이 생겼음은 분명하다. 

'흥행한 복수극'이라는 공통점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포스터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포스터 ⓒ 넷플릭스

     
"연진아 내 꿈은 너야"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낼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 피해자의 복수극을 다룬다. 유년시절 연진(임지연 분)과 그 무리들로부터 끔찍한 폭행을 당했었던 동은(송혜교 분)이 성인이 되어 가해자 앞에 나타나 직접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 학교폭력 가해자임에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이들은 시청자의 분노를 사기 충분했다. 복수를 통해 그들을 파멸로 넣는 동은의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인과응보(因果應報)와 권선징악(勸善懲惡)이 실현된 셈이다. 

형식은 전혀 다르지만 <더 글로리>와 <나는 신이다>는 일종의 복수극이라는 점에서 궤를 같이 한다. 정의 실현을 하기 위한 피해자들의 복수를 담았다. 물론 가상의 드라마와 현실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다르다. <더 글로리> 속 피해자 동은의 복수는 드라마마 속에서 마무리 되었고, <나는 신이다> 속 피해자들의 복수는 다큐멘터리가 업로드됨으로써 오히려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피해자들과 제작진은 다큐멘터리를 수단으로 사이비 종교의 적나라한 현실을 사회에 널리 알리는 것이다. 이것이 사이비 종교 가해자들에게는 가장 큰 복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복수를 위한 수단으로써 선정성
 
조성현 PD '나는 신이다'를 제작한 조성현 PD

▲ 조성현 PD '나는 신이다'를 제작한 조성현 PD ⓒ 넷플릭스

 
"실제 피해의 1/10밖에 되지 않는다."
"피해자들이 적나라하게 방송되기를 원했다."

<나는 신이다> 연출을 맡은 조성현 PD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피해자들은 왜 적나라하게 방송되길 원했을까.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 적나라한 연출 속에 피해자는 방송에 전시되었다. 그러나 <나는 신이다>는 그러한 연출을 통해 피해자들의 오랜 소망을 이루게 해주었다. 다큐멘터리가 공개된지 3일 뒤인 지난 6일,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진동 대전지검장에게 "JMS 정명석이 엄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이것이 바로 피해자들이 바라는 바였을 것이다.

그동안 사이비 종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다큐멘터리나 시사 보도는 많았다. 심지어 MBC < PD수첩 >은 신천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예배에 참가하고, 교주 이만희를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방송이 보도된 이후 교주가 법적으로 처벌받는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사이비 교주들이 범죄 행각으로 징역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사이비로 인한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나는 신이다>는 충격적인 영상을 그대로 보도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얻었고 변화를 만들어냈다.

성공적이었지만 그 뒤에 남는 씁쓸함

정의 실현의 방식은 여전히 고민이 남는 지점이다. <나는 신이다>는 MBC < PD 수첩 > 출신인 조성현 PD가 오랜 제작 기간을 거쳤지만 그럼에도 정제되지 않은 선정적인 방송은 오류를 범하기 쉽다. 더구나 지금은 100만 유튜버의 영향력이 오히려 기성매체보다 막대해진 시대이다. 그만큼 오류가 포함된 방송은 '서슬거리는 칼날'을 망나니의 손에 쥐어준 꼴이 될 수도 있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더 글로리>같은 복수를 할 수 없듯이, 사이비 종교 문제 역시 보도준칙에 따라 공개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지적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최근 <나는 신이다> 상황을 볼 때, 정의 실현을 위한 수단의 적법성에 대한 지적은 부정의한 세력으로 낙인 찍히는 지름길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신이다>의 신드롬에도 씁쓸함은 가시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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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꿈꾸는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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