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페더급에서 활약 중인 '표범' 야이르 로드리게즈(30·멕시코)는 국내 격투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파이터다. 한국 무술인 태권도를 베이스로 한다는 점에서 친근감을 주고있지만 '코리안 좀비' 정찬성에게 경기 종료 1초를 남기고 팔꿈치 카운터를 적중시키며 역전패를 안겨준 주인공이기도 하다. 물론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단순히 한국 선수를 이겼다고 원성을 듣는 것은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

당시 로드리게즈가 얄미운 것은 정찬성을 상대로 카운터를 성공시킨게 아니다. 경기내내 수시로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여러가지 소통을 시도하며 경기 리듬을 끊어먹어는데 아쉽게도 정찬성은 그것을 또 받아줬다. 막판 정찬성은 점수에서 앞서고 있었던지라 시간만 끌어도 판정으로 승부를 챙길 수 있었는데 로드리게즈가 화끈하게 하자고 난타전 제의를 했고 결국 거기에 넘어가 치고받다가 미리 준비하고있던 카운터에 제대로 걸려버렀다.

타격가치고 결정력이 살짝 떨어져보이고 여우같은 이미지를 가지고있어서 그런지 로드리게즈는 아주 강하다는 느낌은 주지않는다. 하지만 전적을 보면 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10여년을 넘게 격투 무대에서 뛰어오면서 통산 14승 3패 1무효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거기에 경기수를 적게 가져가면서 무리를 하지않는 등 몸관리를 잘하고 있으며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기량이 성장하고있다는 평가다. 가장 최근 경기에서는 브라이언 오르테가를 1라운드 어깨 부상에 의한 TKO로 꺾고 2위 자리를 굳혔다.
 
 야이르 로드리게즈(사진 왼쪽)와 조쉬 에멧

야이르 로드리게즈(사진 왼쪽)와 조쉬 에멧 ⓒ UFC

 
앞서 언급한데로 로드리게즈는 태권도를 베이스로 하는 파이터라는 점에서 UFC 초창기 시절부터 국내 팬들의 남다른 관심을 받았다. 5살 무렵 태권도를 시작해 각종 대회서 입상한 태권도 유단자 출신이다. 올림픽 스포츠로서 태권도의 위상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지만, MMA무대에서는 다소 다르다. 복싱, 무에타이는 물론 비슷해보이는 무술인 가라데에도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까지 태권도를 격투기에 녹여 쓰는 기술적 발전이 더디기 때문이다. 가라데와 달리 적극적으로 MMA에 융화시키려는 노력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태권도로 유명한 파이터가 많지 않을 뿐, 태권도를 베이스로 하는 파이터들의 수는 상당하다. 젤그 '벤케이' 갈레시치, 존 막데시, 댄 하디, 홍영기, 문제훈, 로즈 나마주나스, 제임스 문타스리, 브루노 '코리아' 로드리게즈, 앤소니 페티스, 대런 크룩생크, 세이지 노스컷 등이 대표적이다.

예전부터 태권도 발차기의 우수성은 인정받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큰 동작 탓에 테이크다운이나 근접거리 카운터를 얻어맞을 위험이 커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혹평이 따랐다.

하지만 MMA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좀 더 다양한 옵션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생소한 기술이 많은 태권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라데가 그랬듯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시키는 태권도 테크니션들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TUF 라틴아메리카 1' 페더급 우승자 출신 로드리게즈는 오랜 세월 태권도를 수련한 선수답게 다양한 발차기를 구사한다. 그의 발차기가 무서운 이유는 어떤 식으로 공격이 터져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로우킥, 미들킥, 하이킥 등 기본적인 발차기는 물론 옆차기, 앞차기, 나래차기, 엑스킥, 돌려차기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화려함에서도 페티스 못지않다. 수시로 점프해서 하이킥을 날리는가하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뒤돌려차기를 시도한다. 몸을 거꾸로 뒤집어 킥을 차고 상대의 허벅지를 밟고 올라가 공중에서 화려한 발차기를 시전하는 모습을 보면 무술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로드리게즈는 단순한 발차기 마스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상을 향한 욕심이 큰 그는 복싱, 레슬링, 주짓수 등 다양한 종목의 수련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자칫 큰 발차기로 인해 생기는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그는 서브미션 승리도 3차례나 된다.

UFC 페더급(65.8kg)은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의 독주체제가 워낙 견고해서 그렇지 선수층의 질과 양에서 계속해서 업그레이드가 되고있는 체급중 하나다. 호시탐탐 챔피언 벨트를 노리고있는 반란군 후보중 한명인 로드리게즈는 오는 12일(한국시간) 호주 퍼스 RAC 아레나에서 있을 UFC 284대회 코메인이벤트에서 5위 조쉬 에멧(37‧미국)과 잠정 챔피언 자리를 놓고 맞붙는다. 잠정 챔피언은 챔피언이 복귀할 때 통합 타이틀전을 치를 권리를 얻고, 챔피언의 복귀가 어려울 경우 챔피언 자리를 승계한다.

에멧은 강력한 한방을 자랑하는 파이터다. 지고 있던 경기에서도 단 한 대만 맞힐 수 있다면 KO로 경기를 끝낼 수 있을 정도의 하드펀처다. 지난해 6월 캘빈 케이터를 꺾으며 5연승을 달리고 있다. 이러한 상승세를 반영하듯 "로드리게즈는 움직임이 매우 좋은 상대다. 역동적이고 맞히기 힘들뿐더러 폭발적이며 기술까지 뛰어나다. 하지만 허점을 공략해 펀치를 꽂아넣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로드리게즈 또한 이에 대해 잘알고 있다는 듯 "에멧은 매우 위험한 상대다. 펀치 한방으로도 상대에게 치명적인 데미지를 주거나 경기 흐름을 바꿀 능력을 가지고 있다. 최고의 모습으로 나타날 걸로 예상하지만 나역시 만만치않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 경기는 전쟁이 될 것이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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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페더급 정찬성1초 야이르로드리게즈 조쉬에멧 멕시코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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