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아누 모라이스와 드미트리어스 존슨

아드리아누 모라이스와 드미트리어스 존슨 ⓒ ONE Championship 제공

 
'마이티마우스' 드미트리어스 존슨(36·미국)은 종합격투기 플라이급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이터로 꼽힌다. 2012~2017년 UFC 챔피언전 12연승으로 최전성기를 보냈으며 지난해 8월에는 원챔피언십 정상도 차지했다. 비록 현재는 UFC를 떠나있지만 플라이급에서 그보다 더 대단한 커리어를 남긴 파이터는 아직까지 없다. 적어도 플라이급만 놓고 보면 레전드로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존슨은 욕심이 많다.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를 통해 "나이로만 사람을 평가하면 안 된다. 어떤 이들은 이제 전성기가 꺾인 나이라는 편견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은 지극히 상대적이다. 나는 여전히 기량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상태다"며 여전한 세계 최강임을 과시했다.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존슨이 노리는 것은 단순한 플라이급 역대 최강자가 아니다. 모든 체급을 통틀어 'GOAT(Greatest Of All Time)'로 인정받길 원한다. 그야말로 야망이다. 2021년 4월 원챔피언십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아드리아누 모라이스(34·브라질)에게 도전할 당시 존슨의 나이는 34세 7개월 26일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이기는 했으나 그동안 쌓아놓은 명성이 있었기에 존슨의 우세를 점치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존슨은 모라이스에게 니킥을 허용하고 2라운드 2분 24초 만에 KO로 무너졌다. 여기서 무서운 것은 패배 원인에 대한 존슨의 자가 진단이다. 자신을 패퇴시킨 것은 무릎 공격이었지만 존슨은 단편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플레이 효율성, 체력 및 컨디셔닝에 더해, 강한 압박을 위해 그래플링 향상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전문 체육관을 찾아 주짓수 실력을 향상시키는 쪽에 집중했다. 존슨의 판단은 정확했다. 존슨과 모라이스의 주짓수 실력은 상당한 차이가 있던 것이 사실이다. 2018년 존슨이 주짓수 브라운벨트를 받았을 때 모라이스는 이미 블랙벨트였다.

과거와 달리 최근의 종합격투기는 단순히 스트라이커, 그래플러 등으로 구분하기 힘들어진 시대가 왔다. 워낙 전략 전술이 발전한지라 아무리 강한 무기를 가지고 있어도 다른 부분이 받쳐주지 못하면 약점을 공략 당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타격, 그래플링 등 어느 한쪽에서 강점을 보이는 파이터는 많지만 어디까지나 주무기 개념이고 다른 쪽에서도 어느 정도 경쟁이 가능해야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추세다.
 
 '마이티마우스' 드미트리어스 존슨

'마이티마우스' 드미트리어스 존슨 ⓒ ONE Championship 제공

 
존슨은 지난 8월 있었던 모라이스와의 2차전에서 니킥 KO를 그대로 돌려주며 리벤지에 성공했다. "존슨은 격투기 지능이 매우 높은 데다 신체적으로도 강인하여 어려운 상대지만 그라운드로 힘을 빼고 기회를 노린다면 4라운드 정도에 서브미션 공격을 통해 항복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승리를 예고했던 모라이스였지만 절치부심한 존슨을 이길 수는 없었다.

존슨의 승리 비결로는 여러 가지 이유가 꼽히지만 무엇보다 주짓수에 능한 모라이스와 팽팽한 공방을 펼칠 만큼 그래플링 수준을 끌어올려 체력을 안배했기에 가능한 승리였다는 분석이다. 챔피언이 됐던 시점의 존슨 나이는 36세 15일로 그 과정에서 보여준 그라운드 완성도 향상 또한 역대 선수 중에서 손꼽힐 만한 수준이었다.

이는 페더급 '폭군' 조제 알도(28세 1개월 17일), 밴텀급 '지배자' 도미닉 크루즈(31세 2개월 27일), 라이트헤비급 존 '본스' 존스(32세 1일), 라이트급 '독수리'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2세 1개월 5일), 헤비급 '얼음 황제' 예밀리야넨코 표도르(33세 1개월 11일) 등 각체급에서 큰 업적을 남긴 역대 레전드들의 챔피언으로서의 마지막 경기 시점과 비교해보면 더더욱 뚜렷하게 알 수 있다.

비교적 늦은 나이까지 벨트를 찼던 대표적 롱런 레전드로는 '인간 수면제'로 악명 높았던 웰터급 조르주 생 피에르(41‧캐나다)와 '투신(鬪神)'으로 불린 미들급 앤더슨 '스파이더' 실바(47‧브라질)가 단연 돋보인다. 상대를 넉아웃 시킬 정도로 강력한 타격 기술을 갖췄음에도 안전한 그라운드 압박으로 경기를 펼쳤던 생 피에르는 특유의 포인트식 점수 운영방식으로 인해 지루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승리우선주의라는 원칙을 지킨 채 36세 5개월 17일까지 벨트를 유지했으며 체급 내 강한 상대가 많아진다고 판단되자 영리하게 타이틀을 반납했다. 부드럽고 탄력 넘치는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던 실바는 역대 최고의 타격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는 스트라이커로 37세 6개월까지 미들급 타이틀을 지켜내며 노익장을 과시한 바 있다.

챔피언 자격으로 모라이스와의 경기를 치르게 되는 시점의 존슨 나이는 36세 8개월 23일이다. 진정으로 GOAT 행보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방어전을 성공시켜야 하며 1년 이상 타이틀을 유지하며 실바의 기록을 깰 필요가 있다. 여전히 진화하고 있는 존슨이 자신의 바램대로 최고의 업적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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