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볼 품에 안고 월드컵 트로피에 입 맞추는 메시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의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가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골든볼을 품에 안은 채 월드컵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승부차기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7골 3도움을 기록한 메시는 대회 최우수 선수에게 주는 골든볼도 거머쥐었다.

▲ 골든볼 품에 안고 월드컵 트로피에 입 맞추는 메시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의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가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골든볼을 품에 안은 채 월드컵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승부차기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7골 3도움을 기록한 메시는 대회 최우수 선수에게 주는 골든볼도 거머쥐었다. ⓒ 로이터/연합뉴스

 
어쩌면 이번 월드컵 마지막 순간은 2016년 메시에게 전달된 한 초등학교 선생님의 편지 덕분에 이루어진 것 아닐까? 2016년 6월 27일 미국 뉴저지에서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결승전이 끝났다. 우승 팀 칠레가 승부차기로 아르헨티나를 4-2로 물리치는 순간, 아르헨티나의 간판 스타 리오넬 메시는 벤치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는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벗겠다는 선언을 했다.

서른 살도 안 된 절정기의 스타가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다는 소식에 많은 축구팬들이 아쉬워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비알레의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요아나 푹스 선생님의 편지가 일으킨 바람은 예상보다 뜨겁게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여기에 그 편지 일부를 옮긴다.

"당신은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벗어선 안 됩니다. 모든 팬들이 당신에게 승리와 우승만을, 트로피와 메달만 바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제발 우리 아이들에게 2위는 패배라고, 경기에서 지는 것이 영광을 잃게 되는 일이라는 선례를 남기지 말아 주세요. 진정한 영웅은 패했을 때 포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바람을 타고 이 초등교사의 편지는 메시에게도 알려졌고 거짓말처럼 그는 하늘색과 흰색이 교차된 세로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아르헨티나 어린이들과 축구팬들 앞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6년 뒤에 모두를 놀라게 하는 이 아름다운 라스트 댄스 공연을 마무리한 것이다.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아르헨티나 남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19일(월) 오전 0시 카타르 알 다옌에 있는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 카타르 월드컵 프랑스와의 결승전 연장전까지 3-3 점수판을 만드는 역대급 골잔치를 펼친 뒤 승부차기 4-2로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 이후 36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세 번째 별을 엠블럼 위에 새길 수 있게 됐다.

믿기 힘든 프랑스의 뒷심, 생일 전날 해트트릭 '음바페'
 
월드컵 결승전서 마주 선 메시와 음바페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리오넬 메시(왼쪽)와 프랑스 축구대표팀 킬리안 음바페가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경기에서 마주 서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프랑스와 연장전까지 3-3 접전을 벌이다가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트로피를 손에 쥔 건 1986년 이후 36년 만이다.

▲ 월드컵 결승전서 마주 선 메시와 음바페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리오넬 메시(왼쪽)와 프랑스 축구대표팀 킬리안 음바페가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경기에서 마주 서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프랑스와 연장전까지 3-3 접전을 벌이다가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트로피를 손에 쥔 건 1986년 이후 36년 만이다. ⓒ AP/연합뉴스

 
축구 선수로 살아가면서 해트트릭 기록을 찍는 날이 몇 번이나 있을까? 더구나 생일 바로 전날, 그것도 월드컵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이룰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 희박하고도 놀라운 일을 프랑스 에이스 킬리안 음바페가 해냈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 이어 1962년 칠레 월드컵까지 브라질이 이룬 2회 연속 월드컵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달려든 프랑스는 후반전 중반까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주장 리오넬 메시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아르헨티나의 조직력에 좀처럼 빈틈을 찾지 못한 것이다. 

게임 시작 후 21분 만에 아르헨티나 날개 공격수 앙헬 디 마리아가 얻은 페널티킥을 리오넬 메시가 정확하게 차 넣었고, 35분 23초에 '메시-훌리안 알바레스-알렉시스 마칼리스터-앙헬 디 마리아'로 이어진 멋진 역습 추가골까지 터졌으니 결승전 분위기는 아르헨티나의 것이었다.

프랑스는 68분에 이르러서야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를 콜로 무아니의 헤더슛으로 결승전 첫 번째 슛 기록을 찍어낼 수 있었다. 음바페의 71분 첫 번째 중거리슛도 크로스바를 넘어갔으니 아르헨티나의 골문을 여는 일은 어쩌면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78분에 대반전 축구 드라마가 시작됐다. 교체 선수 콜로 무아니의 빠른 돌파 순간 아르헨티나 센터백 오타멘디가 잡기 반칙을 저지른 것이다. 마르치니아크(폴란드) 주심은 이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길게 휘슬을 불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79분 25초에 음바페의 오른발 페널티킥이 정확하게 구석으로 빨려들어가며 결승전 온도가 더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더 놀라운 일이 정확히 1분 33초 뒤에 일어났다. 교체 선수 마르쿠스 튀람이 띄워준 공을 향해 달려들어간 킬리안 음바페가 몸을 날리며 오른발 발리슛을 꽂아 넣은 것이다. 8만 8966명 공식 관중들은 물론 생중계로 시청하는 세계의 축구팬들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패색이 짙던 프랑스가 기사회생한 순간이었다. 연장전에도 이 축구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다. 

연장 후반 2분(107분) 56초 만에 리오넬 메시의 오른발 추가골이 터진 것이다. 아르헨티나 교체 선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오른발 대각선 슛이 위고 요리스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지만 곧바로 메시의 오른발 밀어넣기가 골 라인을 통과했다. 이 정도면 더 볼 것 없을 줄 알았다. 그래도 프랑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장전 점수판을 3-3까지 만들어냈다. 116분에 아르헨티나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곤살로 몬티엘의 핸드 볼 반칙이 일어난 것이다. 이 중거리슛도 킬리안 음바페의 오른발 끝에서 이루어졌다.

117분 4초에 킬리안 음바페의 오른발 페널티킥이 또 한 번 아르헨티나 골문을 가르며 3-3으로 연장전이 마무리됐다. 사실 연장전 종료 직전에 프랑스는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콜로 무아니가 노마크 득점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각도를 줄이며 앞으로 나온 아르헨티나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가 무아니의 오른발 발리슛을 기막히게 막아냈다. 

2016년 승부차기 실패 기억 지운 '리오넬 메시'
 
월드컵 우승 트로피 거머쥐고 환호하는 아르헨 메시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리오넬 메시(가운데)와 동료 팀원들이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프랑스와 전·후반전 90분 동안 2-2, 연장전까지 3-3으로 맞선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 월드컵 우승 트로피 거머쥐고 환호하는 아르헨 메시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리오넬 메시(가운데)와 동료 팀원들이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프랑스와 전·후반전 90분 동안 2-2, 연장전까지 3-3으로 맞선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 EPA/연합뉴스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의 슈퍼 세이브 기운은 곧바로 이어진 승부차기까지 이어져 프랑스의 두 번째 키커로 나온 킹슬리 코망의 오른발 킥 순간 자기 오른쪽으로 날라올라 기막히게 막아낸 것이다. 프랑스의 세 번째 키커 추아메니는 이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왼쪽 기둥 밖으로 오른발 슛을 차내고 말았다.

이러는 사이에 아르헨티나 네 명의 키커들(리오넬 메시-파울로 디발라-레안드로 파레데스-곤살로 몬티엘)은 모두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4-2 최종 우승 점수판을 찍어냈다. 리오넬 메시를 제외하고 뒤이어 나온 세 명의 키커들은 모두 스칼로니 감독이 연장전에 바꿔 들여보낸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더 놀라웠다.

프랑스는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이탈리아에게 밀려난 아픔을 되풀이한 셈이다. 반면에 아르헨티나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독일 우승),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서독 우승) 결승전에서 두 번이나 패한 아픔을 씻어내는 영광을 누렸다. 특히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우승에 이어 36 만에 이룬 감격이어서 디에고 마라도나 이후 리오넬 메시의 축구 시대를 입증하는 마침표를 멋지게 찍어낸 셈이다. 

자신이 참가한 대회마다 우승과 MVP 등 최고의 영광을 누려본 리오넬 메시에게 유일하게 인연이 닿지 않았던 월드컵이었기에 이번 결과는 그 누구보다 뜻깊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2016년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결승전 승부차기 2-4로 패할 때 첫 키커로 나와 성공시키지 못한 충격과 대표팀 은퇴의 아픈 기억이 있던 리오넬 메시이기에 이번 카타르 월드컵 라스트 댄스 공연의 마침표는 그 어느 것보다 드라마틱한 순간으로 남았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의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로 이룬 역사가 2016년 요아나 푹스 선생님의 편지로 끈끈하게 이어져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리오넬 메시의 대관식까지 장식한 셈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 결과(19일 오전 0시, 루사일 스타디움-알 다옌)

아르헨티나 3-3 프랑스 [득점 : 리오넬 메시(22분 25초,PK), 앙헬 디 마리아(35분 23초,도움-알렉시스 마칼리스터), 리오넬 메시(107분 56초) / 킬리안 음바페(79분 25초,PK), 킬리안 음바페(80분 58초,도움-마르쿠스 튀람), 킬리안 음바페(117분 4초,PK)]
- 연장전 후 승부차기 4-2로 아르헨티나 우승!

아르헨티나 선수들(4-4-2 포메이션)
FW : 훌리안 알바레스(102분↔라우타로 마르티네스), 리오넬 메시
MF : 앙헬 디 마리아(64분↔마르코스 아쿠냐), 알렉시스 마칼리스터(116분↔헤르만 페젤라), 엔조 페르난데스, 로드리고 데 폴(102분↔레안드로 파레데스)
DF : 니콜라스 타글리아피코(120+1분↔파울로 디발라), 니콜라스 오타멘디, 크리스티안 로메로, 마누엘 몰리나(91분↔곤살로 몬티엘)
GK :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프랑스 선수들(4-2-3-1 포메이션)
FW : 올리비에 지루(41분↔마르쿠스 튀람)
AMF : 킬리안 음바페, 앙투안 그리즈만(71분↔킹슬리 코망), 우스만 뎀벨레(41분↔랜달 콜로 무아니)
DMF : 아드리앙 라비오(95분↔유수프 포파나), 오렐리앵 추아메니 
DF : 테오 에르난데스(71분↔에두아르도 카마빙가), 다요 우파메카노, 라파엘 바란(113분↔이브라히마 코나테), 쥘 쿤데
GK : 위고 요리스

역대 FIFA 월드컵 우승 / 준우승
카타르 2022 ★ 아르헨티나 / 프랑스
러시아 2018 ★ 프랑스 / 크로아티아
브라질 2014 ★ 독일 /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2010 ★ 스페인 / 네덜란드
독일 2006 ★ 이탈리아 / 프랑스
한국-일본 2002 ★ 브라질 / 독일
프랑스 1998 ★ 프랑스 / 브라질
미국 1994 ★ 브라질 / 이탈리아
이탈리아 1990 ★ 서독 / 아르헨티나
멕시코 1986 ★ 아르헨티나 / 서독
스페인 1982 ★ 이탈리아 / 서독
아르헨티나 1978 ★ 아르헨티나 / 네덜란드
서독 1974 ★ 서독 / 네덜란드
멕시코 1970 ★ 브라질 / 이탈리아
잉글랜드 1966 ★ 잉글랜드 / 서독
칠레 1962 ★ 브라질 / 체코슬로바키아
스웨덴 1958 ★ 브라질 / 스웨덴
스위스 1954 ★ 서독 / 헝가리 
브라질 1950 ★ 우루과이 / 브라질
프랑스 1938 ★ 이탈리아 / 헝가리
이탈리아 1934 ★ 이탈리아 / 체코슬로바키아
우루과이 1930 ★ 우루과이 /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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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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