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가 공동선두를 질주하던 BNK를 꺾고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김완수 감독이 이끄는 KB스타즈는 25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2라운드 BNK 썸과의 홈경기에서 62-54로 승리했다. 지난 10일 하나원큐전에서 시즌 첫 승을 따낸 이후 내리 3연패를 당했던 KB는 시즌 첫 경기 패배 후 내리 6연승을 질주하며 우리은행 우리WON과 함께 공동 선두로 뛰어 올랐던 BNK의 7연승 도전을 저지하면서 연패에서 탈출했다(2승 6패).

KB는 김민정이 1쿼터에만 11득점을 폭발하는 등 19득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하며 맹활약했고 강이슬도 11득점과 함께 4어시스트로 팀 승리에 공헌했다. KB는 이날 승리를 거뒀음에도 리바운드에서는 BNK에게 24-35로 크게 뒤졌는데 KB에서 가장 작은 선수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고군분투했다. 17득점과 함께 7리바운드 4어시스트 3스틸이라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 4년 차 가드 허예은이 그 주인공이다.

WKBL 무대 빛냈던 단신 선수들
 
 허예은은 프로 입단 3년 차였던 2021-2022 시즌 주전 자리를 차지해 KB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허예은은 프로 입단 3년 차였던 2021-2022 시즌 주전 자리를 차지해 KB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농구는 배구와 함께 신체조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종목 중 하나로 흔히 키가 클수록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박지수(KB, 197cm) 같은 장신 유망주가 등장하면 농구계 전체가 떠들썩해지는 이유다. 하지만 농구에서 신장이 언제나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WKBL 역사를 살펴 보면 작은 신장으로도 코트를 주름 잡았던 '작은 거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3년부터 2011년까지 태평양화학과 현대 하이페리온, 우리은행 한새, KB를 거치며 활약했던 '총알낭자' 김영옥은 168cm 54kg의 작은 체구로도 특유의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슛을 앞세워 엘리트 가드로 활약했다. 현대 시절 전주원과 최고의 콤비로 활약한 김영옥은 우리은행 시절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며 전성기를 보냈다. 김영옥은 챔프전 MVP에도 두 번이나 선정됐을 정도로 큰 경기에도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WKBL 시대까지 20년 동안 활약했던 '탱크가드' 김지윤 역시 신장이 169cm에 불과했던 단신 선수였다. 김지윤은 27.2%라는 통산 3점슛 성공률이 말해주듯 외곽슛이 뛰어나 선수는 아니었지만 스피드와 파워를 활용한 저돌적인 돌파를 앞세워 WKBL 베스트5에 무려 9번이나 선정됐다. 긴 선수생활과 높은 명성에 비해 우승반지가 하나 밖에 없는 것이 유일한 아쉬움.

신한은행 에스버드의 무적시대를 이끈 포인트가드였던 '햄토리' 최윤아 역시 168cm의 단신이었다. 최윤아는 고질적인 무릎부상 때문에 만 32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은퇴했지만 신한은행에서만 15시즌 동안 활약하면서 무려 7번의 챔프전 우승을 경험했다. 물론 2008-2009 시즌 정규리그 MVP와 4번의 베스트5 선정 경력이 말해주듯 개인기량 역시 여느 선수 못지 않게 뛰어났다.

현역 선수 중에서 WKBL을 대표하는 단신선수는 역시 BNK의 안혜지를 꼽을 수 있다. 164cm의 작은 키에도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장신선수들을 제치고 전체 1순위로 KDB생명 위너스에 지명된 안혜지는 2018-2019 시즌부터 BNK의 붙박이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하고 있다. 만 25세의 젊은 나이에 이미 세 번이나 어시스트 여왕에 오른 안혜지는 이번 시즌에도 리그에서 유일하게 두 자리 수 어시스트(10.00개)를 기록하고 있다.

시즌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KB의 포인트가드
 
 허예은은 25일 BNK전에서 17득점7리바운드4어시스트3스틸로 활약하며 BNK의 7연승 도전을 막아 세웠다.

허예은은 25일 BNK전에서 17득점7리바운드4어시스트3스틸로 활약하며 BNK의 7연승 도전을 막아 세웠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허예은은 상주여고 2학년 시절부터 2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을 기록했을 정도로 일찌감치 농구계에서 주목 받는 유망주였다. 허예은은 2020년 1월에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B에 지명됐다. 4년 전 신인 드래프트에서 박지수라는 거물센터를 지명했던 KB가 4년 만에 얻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활용해 박지수와 콤비가 될 수 있는 선수로 165cm의 단신가드 허예은을 선택한 것이다.

허예은은 루키 시즌 9경기에 출전해 3.3득점 1.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신인왕에 선정됐지만 코로나19로 리그가 조기 중단되면서 허예은의 신인왕 수상은 농구 팬들에게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허예은은 2년 차 시즌에도 경기당 평균 11분 7초를 소화하며 2.68득점 1.61어시스트로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다. 몇몇 농구팬들은 허예은이 신장의 한계 때문에 WKBL에서 대성하긴 힘들 거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허예은은 프로 3년 차 시즌이었던 2021-2022 시즌부터 KB의 주전 포인트가드 자리를 차지했다. 28경기에서 8.54득점 2.79리바운드 5.64어시스트를 기록한 허예은은 안혜지(6.27개)에 이어 어시스트 부문 2위에 오르며 KB의 두 번째 챔프전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프로 입단 3년 만에 팀의 주전으로 도약해 단숨에 리그 정상급 포인트가드로 급부상했을 정도로 빠른 성장속도를 보인 것이다.

허예은은 이번 시즌에도 8경기에 출전해 10.13득점 4.25리바운드 4.13어시스트 1.63스틸을 기록하며 KB의 핵심 선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평균득점은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리 수를 넘겼고 30분 이상의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하고 있다. 어시스트와 스틸 부문 4위를 달리고 있는 허예은은 25일 BNK전에서도 17득점과 함께 팀 내에서 가장 많은 7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면서 KB의 3연패 탈출을 견인했다.

이번 시즌 WKBL에는 기존의 안혜지와 신지현(하나원큐), 박혜진(우리은행 우리WON)에 혼혈선수 키아나 스미스(삼성생명 블루밍스)까지 가세하면서 포인트가드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B의 허예은 역시 박지수의 이탈로 힘든 초반을 보내고 있음에도 지난 시즌보다 더욱 성장한 기량으로 팀을 이끌면서 농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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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KB스타즈 허예은 단신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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