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 경기.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리흐 샤흐리가 만회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2022.11.23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 경기.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리흐 샤흐리가 만회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2022.11.23 ⓒ 연합뉴스

 
대회 첫 이변의 희생양은 아르헨티나였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투지있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강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물리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와 함께 아르헨티나는 2019년부터 이어져 오던 A매치 36경기 무패행진이 어이없게 막을 내렸다.

사우디가 22일 밤(한국시각)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C조 조별리그 1차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2대 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사우디는 첫 경기를 기분좋게 승리로 장식하면서 내친김에 C조에서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게 됐다.  

초반 실점있었지만, 뛰어난 전술운용으로 대어 낚은 사우디  

사우디의 초반 흐름은 매끄럽지 못했다. 전반 7분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수 사우드 압둘하미드가 아르헨티나 크리스티안 로메로를 잡아 넘어뜨리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페널티킥을 내준 것. 이 기회에서 리오넬 메시가 침착하게 득점에 성공하면서 아르헨티나가 리드를 가져간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우디에겐 우려가 뒤따랐다. 그동안의 월드컵에서 사우디는 선제 실점을 내주면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패를 기록하곤 했는데 메시, 라우타로, 디 마리아 등이 포진한 아르헨티나의 공격진을 상기했을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예상과 달리 수비라인을 하프라인까지 끌어올리며 아르헨티나를 압박한 사우디는 비록 공격의 세밀함은 다소 떨어졌지만 뛰어난 수비조직력을 바탕으로 일정한 라인유지 능력을 선보이면서 아르헨티나의 공격전개를 무력화시켰다.  

이는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아르헨티나는 사우디의 오프사이드 트랩에 번번이 걸려들며 전반전에만 무려 7번의 오프사이드를 범했다. 이로인해 전반 22분 메시의 득점을 시작으로 26분과 34분에 나온 라우타로의 득점까지 모두 취소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했다.

전반전을 1골차로 버티자 사우디가 후반전 들어 본격적으로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후반 2분 푸라스 알 부라이칸이 중원에서 볼을 끊어낸 뒤 전방으로 찔러줬고 이것을 살레 알 셰흐리가 득점으로 연결시키면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사우디의 득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었다. 후반 7분 나와프의 슈팅이 수비 맞고 빗나가면서 무위에 그치는 듯 보였지만 바로 이어진 공격기회에서 살렘 알 도사리가 오른발로 감아찬 슈팅이 오른쪽 골문 구석으로 들어가면서 사우디가 2대 1 리드를 잡었다.

순식간에 경기를 내준 아르헨티나는 후반 14분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엔소 페르난데스, 훌리오 알바레스를 투입한 데 이어 후반 25분에는 니콜라스 타글리아피오 대신 마르코스 아쿠냐를 투입해 경기흐름에 변화를 주고자 했다.  

하지만 사우디의 수비 조직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었다. 수비시엔 5백으로 전환하면서 일정한 간격유지로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었고 선수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적극적인 플레이까지 더해지면서 팀 전체의 자신감까지 올라가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에 모하메드 알 오와이스 골키퍼의 선방도 한 몫을 했다. 후반 18분 코너킥 루즈볼 상황에서 아르헨티나 리산드로 마르티네스가 시도한 슈팅을 몸을 날려 막어낸것을 시작으로 후반 28분 앙헬 디 마리아의 슈팅 역시 막어내면서 아르헨티나의 득점을 허용하지 않었다.  

알 오와이스의 선방은 여기서 그치지 않었다. 후반 38분 오른쪽 측면에서 아르헨티나 디 마리아의 크로스를 메시가 헤더슛으로 연결했으나 이 마저도 안정된 캐치로 막어낸 데 이어 종료직전에 나온 알바레즈의 헤더슛 마저 막어내면서 사우디의 승리를 지켜냈다.  

중동의 자존심 지킨 사우디, C조의 다크호스로 급부상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가운데 하나는 중동 국가들의 활약여부였다. 개최국 카타르가 사실상 홈 그라운드라 해도 무방한 카타르와 이란, 사우디는 이번 대회가 그동안과 달리 좋은 성적을 낼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해도 무방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카타르와 이란은 무기력했다. 카타르는 에콰도르와의 개막전에서 선수들의 경험부족 속에 개인기량과 팀 플레이 모든 면에서 현격한 실력차이를 선보이면서 무기력하게 0대 2 패배를 당해 92년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개최국이 첫 경기에서 패하는 불명예 기록을 세우게 됐다. 특히 개막전에서 선보인 카타르의 경기내용은 자칫하면 개최국 최초로 3전 전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이란 역시 마찬가지였다. 과거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특유의 질식수비은 온데간데 없이 잉글랜드의 맹공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2대 6 대패를 기록했다. 이란이 6골을 내준 것은 자신들의 월드컵 역사상 최초였다.  

이제 남은 것은 사우디였다. 강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상대하기에 기대보단 우려가 컸지만 에르베 르나르 감독의 영리한 전술운용 속에 선수들의 적극적인 플레이와 뛰어난 조직력이 곁들여진 사우디는 아르헨티나를 물리치는 대 이변을 일으켰다. 특히 이날 승리는 지난 3년간 이어져오던 아르헨티나의 36경기 무패행진에 마침표를 찍은 경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상당히 컸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선수들의 투지였다. 이번 대회 카타르, 이란은 물론이거니와 과거의 사우디는 선제골을 허용해 경기 주도권을 내주면 선수들이 의욕을 상실하며 스스로 자멸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전 나선 사우디 선수들은 90분 내내 뛰어난 정신력과 투지를 선보이면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주눅들지 않았고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과감하게 선보였다. 사우디의 이러한 플레이에 아르헨티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함이 더해지면서 결국 경기를 뒤집는 데 실패했다.

사우디가 강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잡으면서 C조는 이번 대회 또다른 죽음의 조로 급부상했다. 1패를 안은 아르헨티나는 앞으로 이어질 멕시코, 폴란드전에 큰 부담을 갖게 되었고 사우디는 남은 2경기에 큰 자신감을 타게 됐다. 더불어 사우디는 이날 승리로 '승점 자판기' 가 아닌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면서 1994년 이후 28년 만에 16강 진출 가능성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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