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왼쪽)-박정아 선수.. 2022-2023시즌 V리그 경기 모습

김연경(왼쪽)-박정아 선수.. 2022-2023시즌 V리그 경기 모습 ⓒ 박진철 기자

 
올 시즌 V리그 여자배구 상위권 판도를 결정할 빅매치가 열린다. 여자배구 대표팀의 전·현직 주장인 김연경과 박정아의 맞대결이라는 점까지 더해져 더욱 흥미롭다. 

오는 22일 화요일 오후 7시, 한국도로공사 홈구장인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의 올 시즌 2번째 맞대결이 펼쳐진다. 첫 번째 맞대결은 지난 13일 흥국생명 홈구장인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서 열렸다. 두 팀은 치열한 접전 끝에 흥국생명이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했다.

그런데 22일 경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올 시즌 상위권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현재 V리그 여자부 순위표를 살펴보면, 1위 현대건설(8승·승점23), 2위 흥국생명(6승 1패·승점17)이 선두권에서 앞서가는 형국이다. 흥국생명이 김연경의 합류로 지난 시즌 최하위권인 6위에서 올 시즌 2위까지 치고 올라 온 점이 가장 인상적인 광경이다.

이어 3위 한국도로공사(4승3패·승점12), 4위 GS칼텍스(3승4패·승점10), 5위 KGC인삼공사(3승4패·승점8), 6위 IBK기업은행(2승6패·승점7)으로 4팀이 치열한 중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7위 페퍼저축은행은 8전 전패(승점1)로 연패 중이다.

그런 가운데, 22일 경기에서 흥국생명이 세트 스코어 3-1 이내로 승리할 경우 1위 현대건설과 승점 차이가 3점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3위 한국도로공사와는 8점으로 크게 벌어진다. 선두권이 현대건설-흥국생명 양강 체제로 흘러갈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한국도로공사가 3-1 이내로 승리할 경우 2위 흥국생명과 승첨 차이가 2점으로 좁혀진다. 4위 GS칼텍스와는 5점으로 벌어진다. 선두권이 현대건설, 흥국생명, 한국도로공사 3강 체제로 재편될 수 있다.

가장 의지했던 전·현 대표팀 주장... '이제는 적장'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대목은 흥국생명 김연경(34·192cm)과 한국도로공사 박정아(29·187cm)의 만남이다. 김연경은 지난해 도쿄 올림픽 때까지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주장이었다. 박정아는 김연경의 대표팀 은퇴 이후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다.

한국 여자배구는 김연경이 대표팀의 핵심 기둥 역할을 하면서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만들었다. 2012 런던 올림픽, 2016 리우 올림픽, 2020 도쿄 올림픽에 3번 연속 출전했고, 이 짧은 기간에 2번이나 4강 신화를 달성했다. 특히 김연경은 런던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4위를 기록했지만, 대회 MVP에 선정되면서 세계 최고 공격수로 우뚝 섰다.

그러나 현재 한국 여자배구는 김연경의 대표팀 은퇴 이후 위기에 직면했다. 실제로 공격, 수비, 서브,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춘 완성형 공격수가 빠진 공백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핵심 선수인 양효진(33·190cm), 김수지(35·188cm)까지 장신 트리오가 모두 대표팀에서 동반 은퇴했다.

그런 상황에서 박정아는 올해부터 대표팀 주장으로서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세계선수권 대회를 이끌면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왔다.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연패를 거듭할 때는 누구보다 큰 부담과 책임감을 떠안았고, 그만큼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런 시련을 겪으면서도 박정아는 지난해보다 기량이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공격 파워와 각도가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정아는 V리그 개막 이후 대상포진 치료와 체력 회복 차원에서 초반 2경기를 결장해야 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30일 팀의 3번째 경기부터 출전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경기력이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빠르게 대표팀에서 보여준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최근 경기인 지난 17일 IBK기업은행과 경기에서는 양 팀 통틀어 최대 득점인 33득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3일 KGC인삼공사에게 승리할 때도 박정아는 18득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결국 한국도로공사는 박정아의 맹활약이 있어야만 승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 선수인 카타리나(23·191cm)가 아직은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박정아는 올해 대표팀 주장으로서 힘들 때마다 김연경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누구보다 의지를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코트를 사이에 두고 피할 수 없는 승부를 펼쳐야 한다. 또한 최근 경기력이 좋았기 때문에 두 번째 맞대결이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다.

'전국 투어 배구 콘서트' 방불... 지방 평일 경기도 5000명 
 
 5800명 만원 관중 열기.. 인천 삼산월드체육관(2022.11.13)

5800명 만원 관중 열기.. 인천 삼산월드체육관(2022.11.13) ⓒ 박진철 기자

 
김연경과 박정아를 지켜보는 팬들은 흥미롭기만 하다. 이를 반영하듯, 지방 도시인 김천시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22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한국도로공사-흥국생명 경기 티켓의 온라인 예매 상황을 살펴본 결과, 경기를 하루 앞둔 21일 오후 현재 총 판매 좌석수 5050석 중 이미 4800석 가까이 팔려나갔다. 잔여표가 고작 200석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경기 당일 현장 판매 등을 감안하면, 매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엄청난 여자배구 직관 열기에 배구 팬 사이트 등에서 팬들조차 경악하고 있다. 특히 이날 경기가 평일인 화요일 저녁 경기이고, 수도권과 거리가 먼 김천시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5000여 명의 관중이 몰린다는 사실에 팬들은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평일과 주말,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경기에 4000~5000명의 관중을 몰고다니는 '김연경 신드롬'에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실제로 올 시즌 여자배구는 김연경 열풍으로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관중이 오히려 증가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배구계도 V리그 개막 전까지는 우려가 많았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다른 프로 종목에서도 올해부터 관중을 경기장 수용 인원의 100%를 입장시켰지만, 총 관중·평균 관중 등 관중 수가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한 대표팀의 국제대회 부진 등의 이유로 올 시즌 남녀 배구 모두 관중과 시청률에서 고전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로 V리그 1라운드 관중 기록을 살펴보면, 남자배구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나 여자배구는 오히려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여자배구, 프로 종목 중 '코로나 이전보다 관중 증가'

한국배구연맹(KOVO)이 매 경기마다 공식 발표하는 관중 수 집계에 따르면, 여자배구의 올 시즌 1라운드 평균 관중은 2490명이었다. 이는 코로나 사태 직전 시즌인 2019-2020시즌 1라운드의 평균 관중 2388명보다 증가한 수치다.

심지어 코로나 사태 한참 전 시즌들과 비교해도 관중이 크게 증가했다. 여자배구의 '1라운드' 평균 관중만 살펴보면, 2017-2018시즌은 1977명, 2018-2019시즌은 2381명을 각각 기록했다. 여자배구의 '정규 리그 전체' 평균 관중으로 봐도, 2017-2018시즌 1972명, 2018-2019시즌 2517명, 2019-2020시즌 2315명이었다. 

특히 지난 1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한국도로공사 경기는 총 판매 좌석수인 5800석이 경기일 3일 전에 매진돼버렸다. 그러면서 여자배구가 4년 만에 코로나 사태 이전 절정기였던 '관중 5000명 시대'를 다시 열었다. 

그럼에도 김연경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13일 경기의 온라인 티켓 예매 열기로 볼 때, '주말 경기'는 좌석수가 7000석이라 해도 거뜬히 매진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날 현장 판매를 기대하고 왔다가 발걸음을 돌린 팬들도 많았다.

때문에 V리그 역사상 최다 관중 신기록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단지 현재 여자배구 7개 구단의 경기장 티켓 판매 좌석수가 적어서 못하고 있는 것뿐이다. 

김연경 열풍은 이번 김천의 평일 경기 티켓팅 열기에서 보듯, 2라운드 들어서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22일 경기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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