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열린 2022 아시아 럭비 세븐스시리즈 2차 대회 남자부 한국-홍콩 결승전의 홍콩 민주화 시위 노래 연주 논란을 보도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갈무리.

한국에서 열린 2022 아시아 럭비 세븐스시리즈 2차 대회 남자부 한국-홍콩 결승전의 홍콩 민주화 시위 노래 연주 논란을 보도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갈무리. ⓒ SCMP

 
한국에서 열린 국제 럭비대회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를 상징하는 노래 '글로리 투 홍콩'이 연주되면서 홍콩 정부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14일 "에릭 찬 정무부총리가 홍콩 주재 한국 총영사를 만나 강하게 항의했다"라며 "해당 사건을 조사해서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라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이 보도했다.

홍콩 정부는 별도의 성명을 통해 "2019년 홍콩의 폭력적인 시위, 독립 운동과 밀접히 연계된 노래가 국제 대회에서 중국 국가로 연주된 것을 개탄하고 강력히 반대한다"라며 "대회 주최 측은 우리의 국가를 존중할 의무가 있다"라고 항의했다.  

중국 국가로 홍콩 민주화 시위 노래 틀어

전날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2 아시아 럭비 세븐스시리즈 2차 대회 남자부 한국-홍콩 결승전에서는 국가 연주 때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이 아닌 '글로리 투 홍콩'이 연주됐다.

'글로리 투 홍콩'은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로 민주주의와 자유를 강조하며 '홍콩 해방' '시대 혁명' 등의 가사를 담고 있다. 이 구호는 현재 홍콩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간주되어 엄격한 처벌을 받는다.

홍콩 대표팀은 주최 측에 곧바로 항의했고, 아시아럭비연맹과 대한럭비협회는 사과하고 경기가 끝난 뒤 시상식에서 '의용군 행진곡'을 다시 틀었다.

리 행정장관은 "그 노래는 분명한 정치적 목적(political aim)을 가지고 있다"라며 "2019년 반정부 시위 때 대규모 폭력 사태를 일으킨 '검은 폭력' 및 '독립 세력' 등과 연계돼 있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홍콩 법원은 지난해 한 쇼핑몰에서 도쿄올림픽 남자 펜싱 경기에서 홍콩 선수가 금메달을 따내고 중국 국가가 연주되는 시상식이 중계될 때 야유를 보낸 언론인에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주최 측 "담당 직원의 단순 실수" 해명에도... 홍콩 "용납 못 해"

대한럭비협회는 "담당 직원이 홍콩 측에서 제출한 중국 국가가 아닌, 인터넷에서 검색해 다운받은 노래를 확인하지 않고 틀면서 빚어진 해프닝"이라며 "정치적 동기가 전혀 없다는 것을 명확히 밝힌다"라고 해명했다.  

아시아럭비연맹도 성명을 내고 "홍콩럭비연맹, 홍콩 정부, 중국 정부에 진심으로 사과를 전한다"라며 "이번 사건은 올바른 국가 대신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노래를 튼 현지 주최 측 직원의 단순한 실수"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리 장관은 "아시아 럭비연맹이 홍콩의 결승전 경기에서 '글로리 투 홍콩'을 연주한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라며 "공식적인 사과를 받았으나, 정부로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에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서한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홍콩 경찰이 이번 사건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려는 음모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할 것"이라며 "어떤 증거와 결과가 나오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중국과 홍콩의 올림픽위원회도 "담당 직원의 실수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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