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왼쪽)-양효진 선수

김연경(왼쪽)-양효진 선수 ⓒ 한국배구연맹

 
정말 흥미로운 빅매치다. 작년 최하위권 팀 흥국생명이 과연 '절대 1강' 현대건설마저 무너뜨릴 수 있을까.

김연경(34·192cm)이 합류한 흥국생명과 양효진(33·190cm)의 현대건설이 1일 오후 7시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올 시즌 V리그 여자부 판도를 좌우할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부터 V리그 여자배구에서 절대 1강의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 28승 3패, 승점 83점으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그러면서 V리그 여자부 역대 한 시즌 최다 승리, 최다 승점 신기록을 세웠다. 또한 시즌 도중 15연승으로 V리그 여자부 역대 '최다 연승' 신기록까지 세웠다. 2위 한국도로공사와 승점 차이도 12점이나 됐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에 한국도로공사에 4승 2패, KGC인삼공사에게 4승 1패로 총 3패만 했다. GS칼텍스, IBK기업은행, 흥국생명, 페퍼저축은행에게는 모두 5전 전승을 기록했다. 올 시즌도 비록 초반이지만, 2연승을 달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과 지난 시즌의 전력이 똑같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지난 시즌 V리그 여자배구는 코로나 사태로 한국배구연맹(KOVO)이 리그 조기 종료를 결정했다. 그에 따라 현대건설은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했음에도 리그 최종 우승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꿈이 날아갔다.

올 시즌은 기필코 우승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현대건설 구단은 지난 4월 FA 시장에서 고의성 짙은 '페이컷'(pay cut·연봉 삭감)까지 감행했다.

특히 V리그 여자배구 1인 최고 연봉인 7억 원을 줘야 마땅한 양효진(33세·190cm)에게 오히려 이전 시즌보다 2억 원이나 삭감한 5억 원에 계약하는 일이 벌어졌다. 팀 성적과 양효진의 기여도를 감안하면 연봉을 올려줘도 부족할 상황에서 선수와 구단 프런트가 우승을 목표로 담합해서 상식을 초월한 계약을 한 것이다. 그렇게 절약한 돈으로 다른 FA 선수들의 연봉을 올려주었고, 결국 소속팀의 FA 선수들을 모두 붙잡았다. 그러면서 지난 시즌 절대 1강의 전력도 그대로 유지됐다.

배구 팬들은 당시 양효진 선수와 현대건설 구단 프런트를 향해 많은 비난을 쏟아냈고, 지금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시선이 곱지 않다.

현대 미들 블로커-흥국 아웃사이드 히터 '압도적 강세'

반면,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10승 23패, 승점 31점으로 여자부 7개 팀 중 6위를 기록했다. 7위는 지난 시즌 V리그 무대에 처음 데뷔한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이었다. 때문에 흥국생명이 기존 팀 중에선 최하위였다.

또한 현대건설에게 유독 약했다. 지난 시즌도 5전 전패를 당했다. 2021년 1월 8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현대건설에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한 이후, 현재까지 2년 동안 7연패를 기록 중이다.

지난 4월 FA 시장에서도 전력 보강을 전혀 하지 못했다. 흥국생명이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전력에서 차이가 있다면, 사실상 '김연경 합류' 하나뿐이다. 

외국인 선수가 지난 시즌 캣벨(29·188cm)에서 옐레나(25·196cm)로 바뀌었지만, 전력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두 선수의 기록도 비슷했다. 다른 국내 선수들 구성은 지난 시즌과 거의 동일하다. 이주아의 기량 향상, 김채연·박혜진의 부상 이탈 등을 감안하면 전력 상승도 없는 셈이다.

결국 김연경 합류가 어느 정도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느냐가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됐다. 또한 올 시즌 새롭게 부임한 권순찬(47) 감독이 추구하는 토털 배구의 완성도도 경기력을 좌우할 요소다.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올 시즌 경기력을 살펴보면, 공통점도 있고 크게 차이 나는 부분도 있다. 두 팀 모두 특정 선수에게 몰빵하지 않고, 토털 배구를 구사하는 스타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현대건설은 미들 블로커가 여자배구 7개 구단 중 가장 강하다. 굳이 외국인 선수나 윙 공격수들에게만 의존할 필요가 없다. 흥국생명도 세계 최고 완성형 공격수인 김연경이 합류하면서 외국인 선수, 국내 선수로 공격 다변화가 가능해졌다.

두 팀이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도 그 연장선에 있다. 현대건설은 미들 블로커에서, 흥국생명은 아웃사이트 히터에서 절대적 우위라고 할 수 있다. 선수의 명성과 기량 면에서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미들 블로커에서 현대건설은 양효진-이다현, 흥국생명은 이주아-김나희·변지수가 포진했다. 아웃사이드 히터에서 흥국생명은 김연경-김다은·김미연, 현대건설은 황민경-고예림으로 구성됐다. 

"김연경 보자" 만원 관중.. 방송사 편성도 '특급 대우'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김연경의 V리그 복귀 효과는 '엄청나다'는 게 배구계와 배구 팬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는 흥국생명 경기력 상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V리그 흥행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부분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특히 관중 동원 면에서 눈부신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김연경이 출전하는 흥국생명 경기는 다른 팀들의 경기 때보다 2배 가까운 관중 수를 기록하고 있다. 관중 동원이 어려운 평일 경기마저 만원 관중에 가까운 구름 관중이 몰려들고 있다.

평일인 1일 오후 7시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현대건설-흥국생명 경기도 만석(3779석)에 가까운 3400장의 티켓이 이미 온라인 예매로 팔려나갔다. 

방송사도 이날 여자배구 경기를 프로야구 못지않게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실제로 이날 같은 시간대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SG-키움 경기가 열린다. 한국시리즈 경기는 당초 지상파 생중계가 편성됐었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와 국가 애도 기간 관계로 하루 전에 케이블TV 중계로 변경됐다.

결국 1일에는 프로야구를 중계해 온 스포츠 전문 케이블TV 5개 채널 중 4개 채널이 한국시리즈 경기를 생중계한다. 그 여파로 당초 생중계가 예정됐던 남자 프로배구, 프로농구 경기들은 녹화중계 등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유일하게 여자배구 현대건설-흥국생명 경기만 KBSN SPORTS가 예정대로 1일 오후 6시 50분부터 생중계한다.

여자배구는 최근 들어 프로야구 경기들과 시간이 겹칠 경우에도 스포츠 전문 채널이 프로야구 대신 생중계를 하는 사례가 부쩍 많아졌다. 올림픽 4강 신화 등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면서 인기와 위상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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