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돌아온 배구여제를 앞세워 홈 개막전을 승리로 가져갔다.

권순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홈 개막전에서 세트스코어 3-0(25-16, 25-16, 25-16)으로 완승을 거뒀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5경기에서 7번의 세트를 내줬던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모든 세트를 25-16으로 따내는 일방적인 경기를 펼친 끝에 시즌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흥국생명은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선발출전한 4년 차 김다은이 48%의 성공률로 14득점을 올렸고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도 10득점을 보탰다. 하지만 이날 배구팬들의 시선은 574일 만에 V리그 코트에 선 '여제' 김연경에게 쏠려 있었다. 그리고 이날 김연경은 22.34%의 공격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71.43%라는 경이적인 성공률로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18득점을 올리며 배구팬들에게 확실하게 복귀인사를 했다.

중국리그 거쳐 1년 만에 친정 컴백
 
 2021-2022 시즌 중국리그에서 활약한 김연경은 지난 6월 1년 만에 흥국생명으로 복귀했다.

2021-2022 시즌 중국리그에서 활약한 김연경은 지난 6월 1년 만에 흥국생명으로 복귀했다. ⓒ 한국배구연맹

 
2020-2021 시즌이 끝난 후에도 V리그에서 FA자격을 채우지 못한 김연경은 해외진출과 흥국생명 잔류 사이에서 고민하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둔 2021년 5월 중국의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와 계약을 했다. 상하이는 김연경이 지난 2017-2018 시즌에도 활약하며 정규리그 우승과 챔프전 준우승을 이끌었던 팀이다. 이로써 김연경은 터키 엑자시바시 시절 팀 동료였던 미국 출신의 조던 라슨과 팀 동료로 재회했다.

하지만 배구팬들은 2012년 런던 올림픽 MVP 김연경과 2020 도쿄 올림픽 MVP 조던 라슨이 한 코트에서 뛰는 꿈 같은 장면을 볼 수 없었다. 중국리그가 코로나19로 인해 한 경기장에 격리돼 경기를 치르는 '버블 시스템'으로 리그를 운영했고 외국인 선수는 1명만 코트에 들어갈 수 있도록 룰이 변경된 것이다. 하지만 김연경은 11경기에 출전해 48.3%의 공격성공률과 59.6%의 리시브효율을 기록하며 상하이를 정규리그 3위로 이끌었다.

짧았던 중국리그 생활을 끝낸 김연경은 지난 4월 소속팀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비를 들여 미국으로 개인 전지훈련을 떠났다. 여전히 세계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지만 어느덧 만 34세의 노장이 된 만큼 맞춤훈련을 통해 체력을 끌어 올린다는 목적이었다. 김연경이 미국으로 출국할 당시 국내엔 코로나19 6차 대유행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는데 김연경은 팬들의 건강을 생각해 팬들에게 출국사실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김연경이 미국에서 훈련에 매진할 때도 유럽 명문리그에서는 '김연경 쟁탈전'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을 이끌었던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르고 고르곤졸라 노바라)이 이탈리아리그의 감독으로 있는 만큼 이탈리아 리그에서는 유독 김연경에게 높은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이탈리아의 '몬자'라는 팀에서는 꽤 구체적으로 김연경에게 이적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연경은 고민 끝에 한국의 배구팬들에게 돌아오는 길을 선택했다. 김연경은 지난 6월 친정팀 흥국생명과 1년 총액 7억 원(연봉 4억 5000만 원+옵션 2억 50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쌍둥이자매를 비롯한 고액연봉 선수들이 이탈하면서 팀을 위해 자신의 연봉을 자진해서 삭감했던 2020-2021 시즌과 달리 김연경은 이번 시즌 여자부 최고액을 받으며 화려하게 V리그에 복귀했다.

홈 개막전에서 보여준 '여제'의 위엄
 
 김연경이 활약한 5시즌 동안 흥국생명은 V리그에서 3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연경이 활약한 5시즌 동안 흥국생명은 V리그에서 3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 한국배구연맹

 
김연경의 복귀무대는 지난 8월 순천에서 열린 컵대회였다. 당초 김연경은 컵대회에서 풀타임 주전으로 출전하는 대신 교체선수로 나와 컨디션을 점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흥국생명 선수단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가용할 수 있는 선수가 10명이 채 되지 않았고 김연경은 어쩔 수 없이 조별리그 2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했다(준결승에서는 격리를 마친 선수들이 대거 복귀하면서 김연경이 출전하지 않았다).

흥국생명은 지난 컵대회에서 단 3경기를 치렀지만 컵대회 시청률 1, 2, 3위를 독식하며 '김연경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최다관중이 모인 경기 역시 흥국생명과 GS칼텍스 KIXX가 맞붙었던 8월 17일(3978명)이었다. 그만큼 김연경의 복귀는 배구팬들에게도 초유의 관심사였다는 뜻이다. 25일 흥국생명의 V리그 홈 개막전이 열린 삼산월드체육관에도 4345명의 많은 관중들이 김연경을 보기 위해 경기장에 운집했다.

그리고 김연경은 경기장을 찾은 배구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날 경기 내내 한 번도 교체 없이 풀타임을 소화한 김연경은 서브득점 1개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18득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의 공격을 주도했다. 무엇보다 경이로웠던 부분은 김연경이 보여준 '효율'이었다. 김연경은 김다은(25회)과 옐레나(23회)보다 적은 21회의 공격을 시도하고도 15개를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71.43%의 놀라운 성공률을 기록했다.

특히 2세트 중반은 김연경의 원맨쇼나 다름 없었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이 14-13으로 AI페퍼스와 접전을 벌이던 상황에서 혼자서 연속으로 4득점을 올리며 단숨에 점수를 18-13으로 벌리는 '마법'을 선보였다. 김연경은 강타와 연타를 적절히 섞어가며 AI페퍼스 코트의 빈자리를 찾아 공격을 성공시켰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신예들이 많은 AI페퍼스 선수들은 김연경의 노련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AI페퍼스는 지난 시즌 31경기에서 3승 28패에 그쳤던 최약체였기 때문에 이날 승리로 흥국생명이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흥국생명의 진짜 전력은 오는 29일 KGC인삼공사전과 11월 1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전을 치른 후에야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7개 구단 중 6위에 머물렀던 흥국생명의 전력이 '여제' 김연경의 가세로 몰라보게 강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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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연경 배구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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