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 확정된 성남

강등 확정된 성남 ⓒ 한국프로축구연맹

 
예감했던 그 슬픈 순간이 다가왔다. 성남 FC 선수들은 김천까지 먼 곳에 함께 와서 소리 높여 응원해준 서포터즈 앞에서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전반전에 먼저 골을 터뜨리며 실낱같은 희망을 보였지만 후반전에 밀리기 시작한 게임 흐름을 끝내 뒤집지 못한 것이다. 성남 FC가 4년만에 K리그 1 최하위가 되어 강등이 결정된 바로 그 시간, K리그 2 우승 팀 광주 FC는 5861명 많은 홈팬들 앞에서 경남 FC를 4-0으로 크게 이긴 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2023 시즌 K리그 1 승격 기쁨을 누렸다. 초록 그라운드는 언제나 희비가 엇갈리는 곳이기는 하지만 가을비가 내린 일요일 저녁 분위기는 더 묘하게 다가왔다.

정경호 감독대행이 이끌고 있는 성남 FC가 9일 오후 4시 30분 김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22 K리그 1 파이널 B그룹 김천 상무와의 어웨이 게임을 1-1로 끝내며 남아있는 3게임 결과와 상관없이 리그 12위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승강 플레이오프 없이 다음 시즌 2부리그(K리그 2)로 내려가게 됐다. 정치 판도에 휘말려 외압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는 해체 소식까지 들리는 바람에 성남 FC 선수들은 정신을 가다듬을 여유조차 없었다. 그러니 2019년 승격 이후 4년만에 내려가는 그들의 발걸음이 더 무거워보일 수밖에 없었다.

뮬리치의 반 박자 빠른 골, 시작은 나쁘지 않았지만...

성남 FC는 김남일 감독이 시즌 도중 무거운 지휘봉을 내려놓은 다음, 정경호 감독대행이 팀을 이끌면서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기도 했다. 지난 달 4일 2355명 홈팬들 앞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우승 후보 울산 현대를 2-0으로 이긴 것이다. 하지만 성남 까치가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힘은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9월 7일 대구 FC와의 어웨이 게임 0-1 패배부터 시작하여 여기 김천에 이르기까지 모두 여섯 게임을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2무 4패(2득점 10실점)의 초라한 결과를 받아든 것이다. 이기는 것 말고는 다른 계산법이 없었던 김천 상무와의 어웨이 게임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킥 오프 휘슬이 울리고 28분만에 먼저 골을 터뜨렸으니 성남 FC 선수들에게 희망이 빛이 아직 남은 셈이었다. 주장 완장을 찬 미드필더 김민혁이 헤더로 떨어뜨린 공을 키다리 골잡이 뮬리치가 받아서 반 박자 빠른 오른발 슛으로 골을 넣은 것이다. 

하지만 후반전 김천 상무의 반격은 성남 FC 베테랑 골키퍼 김영광은 물론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 결의를 다진 센터백 권완규가 온몸을 내던졌지만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55분에 뼈아픈 동점골을 내준 것이다. 김준범이 밀어준 공을 받은 김경민이 좁은 공간이었지만 감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골을 정확하게 차 넣었다. 김영광 골키퍼가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랐지만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궤적의 완벽한 골이었다.

다시 달아나는 골이 절대 필요한 성남 FC의 정경호 감독대행은 69분에 외국인 미드필더들(팔라시오스, 밀로스)을 한꺼번에 들여보낸 것도 모자라 박수일, 강재우, 강의빈을 5분 간격으로 내세웠지만 끝내 김천 상무의 성벽을 허물지는 못했다.

이렇게 두 팀이 나눠 가진 승점 1점 결과는 11위 김천 상무 36점, 12위 성남 FC 26점이 되었으니 남은 3게임을 성남 FC가 다 이기고 김천 상무가 다 진다고 해도 승점 1점이 모자라 승강 플레이오프 없이 직접 강등 1팀 수식어는 성남 FC 앞에 찍히고 말았다.

성남 FC의 슬픈 순간은 묘하게도 거의 비슷한 시각에 광주에서 벌어진 2022 K리그 2 우승 팀 시상식과 겹쳤다. 김천 게임보다 30분 일찍 광주 전용구장에서 열린 '광주 FC 4-0 경남 FC' 게임이 끝나고 K리그 2 우승 시상식이 이어졌는데, 광주 FC는 현재 2위 대전 하나시티즌과의 차이를 크게 유지하며 일찍 우승을 확정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우승 세리머니를 즐겼다. 일단 2023 시즌 K리그 1 한 자리를 광주 FC와 성남 FC가 맞바꾼 셈이다.

김경민의 극적인 동점골에 힘입어 11위 자리를 지킨 김천 상무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10위 수원 블루윙즈와의 승점 차이가 2점이기 때문에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지만 이번 시즌부터 승격-강등 기준이 바뀌어 순위표 맨 아래 3팀 모두 아찔한 외나무다리 앞에 설 수밖에 없다.

K리그1 최종 순위 11위 팀은 2부리그 2위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며, 10위 팀은 2부리그 3위부터 5위 팀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플레이오프 최종 승리 팀과 마지막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현재 K리그1 파이널 B그룹 나머지 팀들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3게임씩 남겨놓은 현 시점 7위 수원 FC(45점)부터 11위 김천 상무(36점)까지 정확하게 9점이 놓여 있다. 10월 22일(토) 오후 3시 나란히 열리는 '수원 FC - FC 서울', '김천 상무 - 수원 블루윙즈', '성남 FC - 대구 FC' 게임들 결과가 나와야 이들의 운명이 모두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과 운명처럼 엮이게 될 K리그2 플레이오프 대상 팀들의 마지막 일정도 흥미진진하다. 8위를 확정한 김포 FC만 제외하고 10팀이 맞붙는 2022 K리그 2 마지막 라운드가 10월 15일(토) 오후 3시에 다섯 곳에서 동시에 시작하기 때문이다. 현재 5위 자리를 지켜내야 하는 경남 FC(53점)와 막판 뒤집기 2위 자리를 노리고 있는 FC 안양(69점)과의 만남이 가장 주목받게 되었고, 우승 팀 광주 FC를 이순신 경기장에 불러들이는 6위 충남 아산(51점)도 5위 경남 FC와의 순위표를 뒤집는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K리그1 파이널 B그룹 순위표와 K리그2 상위권 순위표 역학 관계가 2022 가을 프로축구의 최고의 화두가 된 것은 분명하다. 

2022 K리그 1 결과(10월 9일 오후 4시 30분, 김천종합운동장)

김천 상무 1-1 성남 FC [득점 : 김경민(55분,도움-김준범) / 뮬리치(28분,도움-김민혁)]

2022 K리그 1 파이널 B그룹 순위표(10월 9일)
7 수원 FC 45점 12승 9무 14패 54득점 57실점 -3
8 FC 서울 42점 10승 12무 13패 40득점 45실점 -5
9 대구 FC 41점 9승 14무 12패 45득점 53실점 -8
10 수원 블루윙즈 38점 9승 11무 15패 37득점 46실점 -9
11 김천 상무 36점 8승 12무 15패 42득점 43실점 -1
12 성남 FC 26점 6승 8무 21패 31득점 64실점 -33
(2023 시즌 K리그2 강등)

2022 K리그 2 현재 순위표
1 광주 FC 85점 25승 10무 4패 68득점 32실점 +36
(2023 시즌 K리그1 승격)
2 대전 하나시티즌 71점 20승 11무 8패 68득점 44실점 +24
3 FC 안양 69점 19승 12무 8패 52득점 40실점 +12
4 부천 FC 1995 60점 17승 9무 13패 50득점 42실점 +8
5 경남 FC 53점 15승 8무 16패 59득점 61실점 -2
6 충남 아산 FC 51점 13승 12무 14패 39득점 44실점 -5
7 서울 E랜드 FC 48점 11승 15무 13패 46득점 46실점 0
8 김포 FC 41점 10승 11무 19패 39득점 65실점 -26
9 안산 그리너스 37점 8승 13무 18패 48득점 65실점 -11
10 전남 드래곤즈 34점 6승 16무 17패 45득점 56실점 -11
11 부산 아이파크 33점 8승 9무 22패 33득점 52실점 -19

[K리그2 최종 순위 2위는 K리그1 최종 순위 11위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1]
[K리그2 최종 순위 3~5위 플레이오프 승리 팀과 K리그1 최종 순위 10위 팀 승강 플레이오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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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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