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전서 아쉬워하는 토트넘 손흥민... 0-0 무승부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 FC의 손흥민이 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독일)를 상대로 치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D조 3차전 원정경기에서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토트넘은 프랑크푸르트와 0-0으로 비겼다.

▲ 토트넘 손흥민 ⓒ 프랑크푸르트 EPA=연합뉴스

  손흥민 활용법이 달라지니 토트넘의 경기력도 살아났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 훗스퍼는 9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브라이튼에 위치한 아멕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0라운드에서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언을 1-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6승 2무 1패(승점 20)로 리그 3위에 위치하게 됐다.
 
토트넘은 최근 다소 침체된 분위기에 놓여있었다. 9월 A매치 휴식 이후 재개된 리그 일정에서 라이벌 아스날(1-3)과의 '북런던더비'를 패배하면서 리그 무패행진이 중단됐고, 프랑크푸르트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에서도 0-0으로 비겼다. 손흥민도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리는데 실패했다. 콘테 감독의 수비적이고 경직된 전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여기에 토트넘의 피지컬코치인 지안 피에로 벤트로네 코치가 급성 백혈병으로 갑작스럽게 별세한 것도 선수단에 큰 충격을 줬다. 콘테 사단의 일원으로 유벤투스 등에서 함께했던 벤트로네 코치는 지난 2021년 11월 콘테 감독이 부임하면서 토트넘에 합류했다. 또한 벤트로네 코치는 최근 레스터시티와의 리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골가뭄을 털어낸 손흥민을 오랫동안 따뜻하게 안아주는 모습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긴바 있다.
 
토트넘은 어수선한 상황에서 올시즌 돌풍의 팀 브라이튼이라는 난적을 만나게 됐다. 콘테 감독의 과감한 변화 시도가 돋보였다. 콘테 감독은 기존의 3-4-2-1 전술에서 3-5-2로 포메이션부터 변경했다.
 
원톱에 좌우 날개까지 공격자원 3명, 중앙에는 미드필더 2명을 배치하던 기존 형태에서, 윙포워드인 손흥민을 전진 배치하여 해리 케인과 투톱을 맡기고, 미드필드 숫자를 한 명 늘려 중원을 보강한 구성이었다. 그동안 좌우 윙백도 이반 페리시치와 에메르송 로얄(아스날전 퇴장)에서 라이언 세세뇽과 맷 도허티로 바뀌었다.
 
변화는 경기중에도 있었다. 토트넘이 전반 3분 만에 페널티 박스 앞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어냈는데 평소라면 해리 케인이 전담하던 위치였다. 하지만 이날은 놀랍게도 손흥민이 기회를 잡았다. 손흥민이 최근 A매치에서 프리킥으로 연속 득점을 올리며 날카로운 슈팅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손흥민은 예리한 슈팅으로 골망을 노렸지만, 상대 골키퍼가 몸을 날리는 선방을 보여주며 아쉬움을 삼켰다.
 
결과적으로 콘테 감독의 결단은 성공이었다. 해결사는 역시 '손-케 듀오'였다. 전반 21분 손흥민이 오른쪽에서 왼발로 낮고 빠르게 감아올린 크로스를, 가까운 포스트에서 쇄도한 해리 케인이 빠른 반사신경으로 헤딩으로 돌려넣으며 선제 결승골을 넣었다. EPL 역대 최다 합작골 기록을 보유한 손흥민-케인 듀오의 통산 43호골이었다. 손흥민은 시즌 2호 도움을 올리며 3경기만에 공격포인트를 추가했다. 올시즌 공식경기 기록은 3골 2도움이다.
 
손흥민도 이날 득점을 올릴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후반 18분 손흥민은 후방에서부터 단번에 올라온 패스를 수비와의 경합을 이겨내고 잡아낸뒤 페널티박스 바로 밖에서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했다. 공은 상대 골키퍼의 손을 피하여 절묘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시즌 4호골이자 손꼽힐만한 원더골이 터진 듯 했다.
 
하지만 주심은 득점 이전에 손흥민의 오프사이드를 선언하며 득점을 취소했다.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였다. 손흥민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의 슈팅감각이 물이 올랐다는 것을 확인할수 있었다는게 위안이었다.

손흥민은 이날 후반 79분 교체됐고, 토트넘은 다행히 손케 듀오의 합작골을 끝까지 잘지켜내며 세상을 떠난 벤트로네 코치를 위한 값진 승리를 선물했다. 비록 이번에도 득점은 없었지만 손흥민은 결승골의 주인공 케인 못지않은 활약을 선보이며 부활을 기대하게 했다.
 
이날 토트넘의 승리 비결은 공수밸런스의 조정에 있었다. 기존의 스리톱에서 투톱 전술로 바꾸면서 자연스레 손흥민과 케인이 높은 위치에서 함께 서로의 장점을 활용한 콤비플레이가 많이 나왔다. 두 선수는 계속해서 패스를 주고받으며 EPL 역사상 최고의 듀오다운 호흡으로 브라이튼의 수비를 괴롭혔다. 결승골도 결국 두 선수의 합작에서 나왔다. 토트넘이 살아나려면 손케 듀오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한다는 '정답'을 또 한번 증명한 장면이다.
 
그동안 손흥민과 호흡이 맞지않는다는 평가를 받던 페리시치를 벤치로 돌린 것도 눈에 띈다. 왼쪽 윙백으로 출전했던 페리시치는 지나치게 공격적인 성향으로 수비와 이타적인 플레이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페리시치와 동선이 겹치면서 손흥민이 빈 공간을 커버하거나 중앙으로 이동해서 플레이를 해야하는 상황이 잦아지면 역습과 피니쉬에 최적화된 손흥민의 장점이 오히려 실종되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페리시치 대신 투입된 세세뇽은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좀더 직선적인 플레이에 충실했다. 공격수가 한 명 빠진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인 비수마가 투입되면서 손흥민의 수비가담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손흥민은 이날 투톱으로 기용되면서 본연의 공격적인 플레이에만 전념할수 있었다. 최근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도 손흥민 활용법에 변화를 주면서 그의 득점력을 끌어올렸던 것처럼, '손흥민은 역시 골문에 최대한 가까이 배치할 때 위력이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순간이었다.
 
물론 마냥 만족스럽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토트넘은 이날도 전반에는 우위를 점했지만 후반들어 브라이튼의 공세에 고전하며 한골을 지키는데 급급했다. 약팀을 상대로도 우위를 가져가지 못하는 중원싸움과 볼점유율의 열세. 후반 들어 체력이 급격하게 방전되는 모습은 토트넘이 경기를 어렵게 끌고간 원인이었다.
 
하지만 분명 지난 경기들에서 마냥 손발이 맞지않고 불안하던 모습과는 확실히 결이 달랐다. 무엇보다 고집이 세기로 유명한 콘테 감독이 변화를 유연하게 수용하면, 팀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콘테 감독은 경기후 인터뷰에서 솔직히 우리는 이번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최근 3일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 정말 놀랍고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며 벤트로네 코치를 먼저 언급했다.

이어 콘테 감독은 "선수들이 힘들어했지만 우리는 상황을 직시해야했다. 그들은 훌륭한 사람들이자 선수임을 내게 증명했다. 나는 그들의 감독인 것이 자랑스럽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프로의식을 선보인 선수들을 칭찬했다.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고 한층 단단해진 토트넘은 다시 한번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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