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등학교가 22년 만에 고교야구의 가장 높은 무대에 복귀했다.

부산고등학교가 22년 만에 고교야구의 가장 높은 무대에 복귀했다. ⓒ 박장식


 
2022년 마지막 고교야구 전국대회의 왕좌는 부산고등학교의 차지가 되었다. 13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0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부산고등학교가 강릉고등학교를 1-0으로 꺾고 우승기를 들어올렸다.

마운드가 강하다는 두 학교의 장점을 잘 살린 매치업이었다. 부산고와 강릉고는 프로야구 경기 못지 않은 살얼음판 위 투수전을 펼치며 자웅을 겨뤘다. 결과는 부산고의 판정승이었다. 1회부터 9회 원아웃까지 책임진 부산고 원상현의 역투가, 그리고 중요한던 상황 터진 김태언의 장타가 우승 원천이었다.

부산고등학교는 2000년 대통령배 우승 이후 22년 만의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22년 전 팀을 공수양면에서 이끌었던 추신수 선수가 팀에 도움을 준 끝에 얻은 우승이기에 의미가 크다. 강릉고등학교는 3년 연속 전국대회 우승 도전에 실패했지만, 4년 연속 결승행이라는 기록에 위안을 얻었다.

명품 투수전

강릉고등학교는 3학년 김백산이, 부산고등학교는 2학년 원상현이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준결승까지 팀 평균자책점 0.88을 만든 부산고, 역시 여섯 번의 경기에서 1.44의 평균자책점을 만든 강릉고답게, 경기 시작부터 두 학교는 불꽃튀는 투수전을 펼쳤다.

프로야구도 한 수 접고 갈 경기였다. 내야에서는 강릉고의 수비가 빛났다. 1회에는 유격수 정예건 선수가, 2회에는 3루수 김예준 선수가 자신의 앞으로 날아오는 타구를 글러브 안에 빨려 들어가는 직선타로 처리했다. 특히 2회 상대의 홈 쇄도 상황 '안방마님' 이강의 홈 플레이가 성공하며 실점을 막아냈다.

마운드 위에서는 부산고 원상현 선수가 빛났다. 원상현 선수는 1회부터 3회까지 단 한 차례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4회에는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주자를 출루시키기도 했지만, 견제사를 잡아내면서 위기를 탈출했다. 견제사 이후 상대 타자가 2루타를 때려냈기에 더욱 아찔한 순간이기도 했다.

5회에는 부산고등학교의 첫 득점이 터져나왔다. 김태우와 박찬엽의 연속 안타로 주자가 1,3루로 형성된 때, 이번 대회 타율이 2할 초반대로 부진했던 김태언 선수가 외야 펜스까지 튀어가는 적시타를 때려내며 팀의 결정적인 득점을 만들어 냈다. 부산고등학교는 경기 중반 본격적으로 리드를 잡기 시작했다.

7회에는 강릉고도 작전을 바탕으로 득점을 시도했다. 김예준이 볼넷으로 출루한 이후 정예건이 깔끔한 희생번트로 1사 주자 2루를 만들어냈다. 득점권 상황, 반대로 부산고에는 위기였다. 이 때 원상현 선수의 위기 탈출 피칭이 빛났다. 원상현은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상대의 득점 시도를 막아냈다.

22년 만의 우승... 나이보다 깊었던 한 풀었다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역투를 펼친 원상현 선수(가운데)가 투구를 마무리짓고 덕아웃으로 돌아오고 있다. 동료 선수들이 원상현 선수를 안아주고 있다.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역투를 펼친 원상현 선수(가운데)가 투구를 마무리짓고 덕아웃으로 돌아오고 있다. 동료 선수들이 원상현 선수를 안아주고 있다. ⓒ 박장식

 
강릉고는 경기 후반 2학년 영건 육청명 선수로 마운드를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육청명 선수는 7회 2사 상황 등판해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한 데 이어, 8회에는 동료들의 수비 실책에도 불구하고 그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강릉고의 분위기를 다시 돌려놓나 싶었다.

하지만 부산고 원상현 선수의 피칭이 워낙 위력적이었다. 원상현 선수는 상대에 겨우 3개의 피안타만을 내준 무실점 피칭으로 9회까지 오면서 완봉승을 노리나 했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찾아왔다. 원상현은 105개로 한정된 고교야구의 한계 투구수에 도달하며 9회 1사 풀카운트를 만들어낸 뒤 마운드를 떠나야만 했다.

원상현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역시 이번 대회 0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성영탁 선수. 성영탁 선수는 2루 땅볼로 스물 여섯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합작이었다. 상대 타자가 쳐내 외야로 뻗어나간 공을 중견수 장성현 선수가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낸 것.

그 순간 부산고의 모든 선수들이 누가 먼저랄 새도 없이 그라운드로 뛰쳐나갔다. 경기장을 메운 부산고 친구들, 그리고 선배들과 학부모들도 함께 기쁨을 나눴다.

부산고등학교는 이날 우승으로 무려 13번째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써냈다. 특히 봉황대기는 1993년 이후 무려 29년 만에 우승을 해내는 기쁨을 누렸다. 특히 올해 5월 황금사자기에서 '라이벌' 경남고등학교가 우승을 차지했기에, 선수들에게 봉황대기 우승기가 주는 의미 역시 더욱 남다르다.

특히 추신수 선수가 활약한 2000년 대통령배 이후 22년 만의 우승이라는 점도 특기할 만 하다. 추신수 선수는 지난해 부산고등학교에 3억 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쾌척해 선수들이 연습하고 경기하는 시설을 대거 개선했던 바 있다. 선배의 우승을 이어가기 위한 바람이 1년 만에 결실로 나타났던 셈이다.

"7회부터 다리에 힘이 빠져서... 해마다 결승 무대 밟아야죠"
 
 봉황대기 우승을 거머쥔 부산고등학교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봉황대기 우승을 거머쥔 부산고등학교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박장식

 
결승전 직후 만난 박계원 감독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박 감독은 "사실 내년, 내후년에 우승을 하겠다는 목표로 정조준을 했는데, 이렇게 빨리 우승하리라고는 예상을 못 했다"라면서 "7회쯤 되니까 다리에 힘이 쭉 빠져서 서 있는 것도 어려울 지경이었다"라며 웃었다.

이어 박 감독은 "원상현 선수의 커브가 워낙 좋았다"라며 "라이벌 경남고등학교가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해에 우리도 우승을 해 영광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선수 때에도 봉황대기에 우승했던 박 감독. "감독일 때 우승은 기분이 확실히 다른 것 같다"며 멋쩍게 웃은 그는 "추신수 선수가 3억원을 기부한 덕분에 연습장 환경이 너무 좋아졌다"라며 후배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U-18 대표팀에 나선 최재호 감독을 대신해 강릉고를 이끌었던 이창열 코치는 "준결승까지 잘 풀리다보니 고비가 있겠지 싶었는데 결승이 고비였다"라면서, "선수들이 여기까지 온 것만 하더라도 자랑스럽고 고맙다. 열심히 했음에도 안 되었다면 다음에 하면 되니까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MVP에는 결승에서 역투를 펼친 원상현 선수가 꼽혔다. 우수투수상에는 원상현과 성영탁이, 감투상에는 강릉고의 조경민이 올랐다. 특히 수훈상에는 이번 결승전 유일한 타점을 뽑아낸 김태언 선수가 오르는 등, 올해 마지막 전국대회에서 여러 선수들이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이번 결승전 유일한 타점을 뽑아내며 수훈상에 오른 김태언 선수.

이번 결승전 유일한 타점을 뽑아내며 수훈상에 오른 김태언 선수. ⓒ 박장식

 
김태언 선수는 이번 대회 자신이 직접 때려낸 결승타로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쥐었단다. 김태언 선수는 "부산고등학교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것이 믿기지 않다. 너무나도 기쁘다"라면서, "그간 부진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었는데, 고교 마지막 경기에서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어 다행스럽다"라며 웃었다.

봉황대기를 끝으로 올해 고교야구 전국대회 무대는 마무리되었다. 다만 시도협회 단위로 준비하는 대회가 남아 있고, 10월에는 울산에서 전국체육대회가 열린다. 전국체육대회에는 시·도 단위로 참가하는 17개의 고등학교가 자웅을 가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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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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