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데스 안타 8월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kt wiz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7회말 2사 두산 페르난데스가 안타를 쳐내고 있다.

▲ 페르난데스 안타 8월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kt wiz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7회말 2사 두산 페르난데스가 안타를 쳐내고 있다. ⓒ 연합뉴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두산 베어스는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한 해도 빠짐 없이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이는 1983년부터 1997년까지 9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전설의 해태 타이거즈도, '야구의 신'이라 불리던 김성근 감독 시절의 SK 와이번스도, 통합 4연패와 5년 연속 정규리그 1위에 빛나는 삼성 라이온즈도 오르지 못한 KBO리그 최초의 기록이다.

하지만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을 보기 힘들 전망이다. 5일 현재 두산은 10개 구단 중 9위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두산팬들이 '강점기'라고 부르는 2014년 송일수 감독 시절에도 두산은 9개 구단 중 6위였다. 실제로 1982년 프로 원년부터 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두산의 순위가 '9'를 찍은 것은 팀 창단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아직 두산의 최종순위를 속단하긴 이르지만 현재 두산이 구단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작년 정규리그 MVP 아리엘 미란다의 조기퇴출 등 여러 악재가 겹친 두산의 올 시즌 빠질 수 없는 최악의 악재 중 하나는 바로 '안타머신' 호세 페르난데스의 배신(?)이다. 2019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170개 이상의 안타를 기록했던 페르난데스는 올해 KBO리그 최초로 '30병살타'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올 시즌 페르난데스에게는 KBO리그 단일 시즌 최고기록인 30병살타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따로 있다.

강타자들에게 필연적으로 따라 붙는 병살타

하나의 타구에 2개의 아웃카운트가 동시에 올라가는 병살타는 자신뿐 아니라 주자도 사라지게 함으로써 우리 팀의 득점기회를 무산시킨다는 점에서 감독과 팬들이 가장 싫어하는 기록 중 하나다. 하지만 병살타를 많이 때리는 타자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타자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통산 병살타 상위 10위까지의 순위를 보면 현역시절 통산타율 3할을 넘겼던 강타자가 5명이나 포함돼 있다.

KBO리그 역사에서 가장 많은 병살타를 기록한 선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하며 현재 각 구장을 돌면서 '은퇴투어'를 하고 있는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다. 통산 369홈런을 기록하며 팬들을 열광시켰던 이대호는 통산 232번의 병살타로 역대 그 어떤 타자보다 많이 득점기회를 무산시켰다. 만약 이대호에게 5년의 해외활동기간이 없었다면 깨지기 힘든 300개의 병살타도 가능했을 것이다. 

올해 이대호에게 통산 병살 1위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5년 넘게 통산 병살 1위 자리를 지켰던 선수 역시 현역 시절 6개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강타자 홍성흔이다. 지난 2015년 우타자로는 최초로 2000안타를 때려냈던 홍성흔은 18번의 시즌 동안 홈런(208개)보다 22개나 많은 230개의 병살타를 기록했다. 참고로 통산 병살 1, 2위 이대호와 홍성흔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롯데의 중심타자로 함께 활약했다.

KBO리그 역대 최다안타기록(2504개)을 보유하고 있는 박용택(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역시 병살타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박용택은 지난 2005년 도루왕(43개)에 올랐고 통산 313개의 도루를 기록했을 만큼 현역시절 호타준족의 좌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박용택은 20년 동안 177개의 병살타를 기록하며 통산 병살타 순위 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용택은 통산 30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한 12명의 선수 중 가장 많은 병살타를 기록했다.

사실 126경기 체제로 진행되던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한 시즌 최다 병살타는 20개 안팎에서 나오곤 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133경기 체제가 되면서 병살타 숫자도 함께 늘어났고 NC다이노스, KT위즈의 합류 이후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서 2015년부터 1팀당 44경기를 치르고 있다. 늘어난 경기 만큼 병살타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페르난데스는 그중에서도 상당히 특별한(?) 존재다.

박해민-조용호와 경쟁하는 페르난데스의 장타율

2019년부터 두산의 외국인 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페르난데스는 작년까지 연 평균 17개의 홈런을 때렸지만 기본적으로 많은 홈런을 노리는 거포 유형이라기 보다는 정확한 타격으로 많은 안타를 생산하는 교타자 유형의 선수다. 페르난데스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197안타, 199안타로 2년 연속 최다안타 타이틀을 차지했다. 투수의 공을 방망이에 맞춰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단연 리그 최고수준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잡아 당기는 페르난데스의 타격스타일은 곧 다른 구단에게도 간파됐고 상대 수비들은 페르난데스가 타석에 서면 극단적으로 수비수들을 오른쪽으로 배치하는 수비시프트를 시도한다. 게다가 페르난데스는 발이 아주 느리기 때문에 주자가 있을 때 땅볼 타구가 나오면 병살이 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2020년부터 병살 1위를 놓치지 않았던 페르난데스는 올해 드디어(?) 역대 최초로 30병살 고지를 넘어섰다. 

사실 작년까지 페르난데스의 병살타는 많은 안타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일종의 '보험'이었다. 하지만 올해 30개의 병살타 속에 숨어 있는 페르난데스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심각한 '장타실종'이다. 2019년 .483, 2020년 .497였던 페르난데스의 장타율은 작년 .443에 이어 올해는 .383로 뚝 떨어졌다. 이는 리그 31위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팀에서 테이블세터로 활약하는 박해민(LG트윈스), 조용호(KT, 이상 .378)와 비슷한 기록이다.

실제로 페르난데스는 지난 8월 18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2루타를 기록한 이후 최근 12경기에서 단 하나의 장타도 때려내지 못했다. 페르난데스가 올 시즌 113경기에서 때린 장타 숫자(26개)는 박병호(KT) 한 명이 때린 홈런 숫자(32개)보다 적다. 페르난데스의 사사구가 작년 71개에서 올해 34개로 급락한 것도 줄어든 장타와 무관하지 않다. 상대투수는 장타를 때리지 못하는 타자를 상대로 피해가는 승부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삼성전에서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3할 타율마저 무너진 페르난데스는 이대로 시즌을 마친다면 내년 시즌 두산 유니폼을 입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올 시즌 신규 외국인 타자 중에서 소크라테스 브리또(KIA타이거즈)와 닉 마티니(NC)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실망스런 활약을 했다는 점은 두산을 고민스럽게 한다. 2019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던 페르난데스는 이렇게 세월에게 패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두산 베어스 호세 페르난데스 30병살 장타 실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