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여상 어르헝(195cm) 선수

목포여상 어르헝(195cm) 선수 ⓒ 박진철

 
프로배구 V리그에서 뛴 국내 선수 중 역대 최장신 선수가 탄생할 전망이다. 

주인공은 전남 목포여상 3학년에 재학 중인 어르헝(18) 선수다. 어르헝의 현재 국적은 몽골이다. 그러나 한국 국적으로 귀화 절차가 진행 중이다. 조만간 한국 국적의 선수가 된다는 뜻이다.

정진 목포여상 감독과 배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르헝은 오는 9월 5일 실시되는 2022-2023시즌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어르형은 2004년생으로 신장이 195cm에 달한다. V리그 역사상 한국 국적의 여자배구 선수 중에 195cm는 없었다. 어르헝이 V리그에 출전하는 순간, 역대 최장신 기록을 세우게 된다. 배구에서 신장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감안하면, 기대할 만한 재목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르헝의 주 포지션은 미들 블로커다. 지난 10~16일 충북 옥천군에서 열린 춘계 연맹전에서는 아웃사이드 히터로 경기를 소화했다. 그러나 이는 어르헝이 무릎 부상 치료와 재활이 완료된 직후라 부담을 덜 주기 위한 임시 방편이었다. 

미들 블로커는 블로킹을 위해 수시로 좌우 이동과 수직 점프를 하기 때문에 무릎에 부담이 많이 갈 수 있다. 반면, 아웃사이드 히터는 리시브를 받지만, 앞으로 가면서 공격을 하기 때문에 무릎에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간다고 한다.

실제로 기자가 당시 현장에서 어르헝의 경기 모습을 직접 살펴본 결과, 미들 블로커 위치에서 공격할 때 가장 위력적이고 완성도가 높은 모습을 보였다.

V리그 출전은 귀화 완료 이후... 8년 전 이영과 '같은 사례'
 
 목포여상 어르헝(195cm) 선수

목포여상 어르헝(195cm) 선수 ⓒ 박진철

 
어르헝이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건, 큰 신장과 함께 그의 포부 때문이다.

어르헝은 지난 2019년 12월 한국으로 건너 왔다. 국내 프로배구 V리그에서 뛰고 싶고, 더 나아가 태극 마크를 달고 한국 대표팀 선수로 뛰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여러 차례 이 같은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또한 롤 모델로는 "김연경 선수처럼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리고 목포여상에서 정진 감독의 지도 아래 2020년부터 올해까지 고교 선수로서 활약했다. 한국에서 고교 1~3년을 다닌 것이다.

현재 한국배구연맹(KOVO) 규정에 따르면, 귀화 절차가 진행 중인 선수도 V리그 신인 드래프트 신청이 가능하다. KOVO 규약 제83조는 신인 선수의 자격으로 "귀화 신청 접수 후 귀화 승인이 완료되지 않았으나 전 구단의 동의로 귀화 절차 중인 선수도 참가 가능"이라고 명시돼 있다.

어르헝과 똑같은 사례도 이미 있었다. 지난 2014년에 실시된 2014-2015시즌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중국 국적의 이영 선수가 1라운드 6순위로 GS칼텍스에 지명된 바 있다.

이영도 귀화 절차가 진행 중이었으나 신인 드래프트 당시에는 한국 국적으로 귀화가 완료된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프로구단들의 동의로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했고, V리그 경기 출전은 귀화 절차가 완료된 이후부터 출전했다.

실제로 이영은 당시 V리그 3라운드가 진행 중이었던 2014년 12월 8일 KOVO에 선수 등록이 됐다. 그 이후 12월 20일에 처음으로 V리그 경기에 출전했다.

어르헝도 이영 선수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 올 시즌 V리그에 출전할 예정이다. 그러나 어르헝과 목포여상 측은 오는 10월 22일 V리그 개막 전까지 귀화 절차를 모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그렇게 될 경우 어르헝은 V리그 개막전부터 출전이 가능하다.

'어르헝 입양' 제안 염혜선... '자매 케미'도 기대
 
 목포여상 이주아(183cm) 선수.. 1학년 아웃사이드 히터

목포여상 이주아(183cm) 선수.. 1학년 아웃사이드 히터 ⓒ 박진철

 
어르헝이 바로 V리그 경기에 투입될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인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아직 기술적 완성도나 민첩성 등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게만 되면, 어르헝의 가치와 성장 가능성은 무한대가 될 수 있다. 최근 세계 배구 흐름상 장신 선수가 반드시 필요한 한국 대표팀에도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현재로선 어르헝을 지명한 팀 사정에 따라 투입 시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페퍼저축은행이 행사한다. 신생팀 창단 프리미엄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2순위부터는 페퍼저축은행을 포함한 여자 프로구단 7개 팀이 구슬 추첨으로 지명권 순서를 정한다.

어르헝이 화제가 된, 또 다른 이유는 현재 여자배구 대표팀 주전 세터인 염혜선(31·177cm)과 자매가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염혜선은 어르헝이 한국 선수로 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아버지 염경렬씨에게 '어르헝의 입양'을 제안했다. 그에 따라 어르헝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 염혜선과 한 가족이 될 예정이다. 이름도 '염 어르헝'으로 바뀐다.

염혜선은 자신의 모교인 목포여상에 평소에도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목포여상에는 어르헝 외에도 장신의 차세대 기대주가 적지 않다.

1학년인 이주아(16)는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183cm의 장신인 데다, 공격력도 뛰어나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는 선수다. 또 다른 1학년 김다은(16)도 178cm의 장신 세터다. 한편, 목포 영화중학교 정아림(15)은 중학교 3학년인 데도 벌써 신장이 192cm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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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헝 최장신 V리그 신인 드래프트 목포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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