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의 4강 진출 소식을 알리고 있는 AFC 챔피언스리그 페이지 첫 화면

전북 현대의 4강 진출 소식을 알리고 있는 AFC 챔피언스리그 페이지 첫 화면 ⓒ the-AFC.com

 
사이타마의 추억이 된 한국 국가대표 전 주장 박지성 선수의 산책 세리머니 대신 이번에는 문선민의 관제탑 세리머니가 오랜만에 K리그 팬들을 기쁘게 만들어주었다. 두 게임 연속 연장전을 뛰게 된 전북 현대가 이번에도 극적인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더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이 원동력은 '구스타보 - 바로우' 듀오의 스피드와 파워에 있었다.

김상식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가 22일(월) 오후 4시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비셀 고베(일본)와의 게임에서 연장전 끝에 3-1로 짜릿한 역전승을 만들어 4강에 올랐다.

무고사와 문선민의 엇갈린 운명

예상했던 것처럼 후반전부터 이 게임이 더 뜨거워졌다. 64분에 비셀 고베가 먼저 골을 터뜨렸기 때문에 사이타마 스타디움이 요동쳤다. 오자키 유세이의 짧은 왼발 슛이 전북 골키퍼 이범수의 글러브에 맞고 흐르자 2분 전에 교체 선수로 들어간 유루키 코야가 오른발로 차 넣은 것이다. 요시다 감독의 교체 카드가 기막히게 맞아 떨어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진정한 축구 극장은 그 순간부터 막이 올랐다. 거짓말처럼 2분만에 전북 현대의 동점골이 터진 것이다. 강력한 압박 수비로 비셀 고베의 왼쪽 측면 빌드 업을 무력화시킨 전북은 후반전 교체 선수 구스타보가 정확한 오른발 스루패스로 모두 바로우의 골을 도왔다. 구스타보의 정확한 패스를 믿고 달려들어간 모두 바로우는 상대 골키퍼 마에카와의 다리 사이를 겨냥하여 왼발 인사이드 슛을 정확하게 굴려넣은 것이다.

대구 FC와의 16강 연장전 극장 승리에 피곤했던 전북 현대는 연속 게임 연장전을 뛰지 않기 위해 후반전 끝날 때까지 과거 최강희 감독 시절의 닥공이 떠오르는 공격력을 보였지만 비셀 고베 골키퍼 마에카와의 연속 슈퍼 세이브에 혀를 내둘렀다. 90분, 김진수의 왼쪽 측면 얼리 크로스를 받은 김진규가 다이빙 헤더로 게임을 끝내려고 했지만 침착하게 각도를 잡은 마에카와의 손에 걸렸고, 곧바로 이어진 김문환의 오른발 중거리슛도 마에카와가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기막히게 쳐냈다. 

어쩔 수 없이 연장전에 또 직면한 전북은 104분에 외국인 듀오가 다시 한 번 명품 역전 결승골을 만들어내며 활짝 웃었다. 바로우의 왼쪽 크로스가 큰 포물선을 그렸고 구스타보가 압도적인 높이의 헤더 골을 꽂아넣은 것이다. 슈퍼 세이브를 거듭하던 마에카와 골키퍼와 전 일본 국가대표 왼쪽 풀백 사카이 고토쿠가 구스타보의 높이에 밀려 뒤엉켜 구르기만 했다.

연장전 후반 부터는 비셀 고베의 브라질 출신 수비수 툴러까지 공격에 가담하여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떠나 비셀 고베 유니폼을 입은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와 함께 높이 싸움을 펼쳤지만 전북 현대의 새로운 센터백으로 자리잡은 박진섭의 벽을 넘지 못했다. 연장전 후반 추가시간 2분이 표시되자마자 스테판 무고사가 전북 골문 바로 앞에서 솟구쳐 결정적인 헤더 슛으로 극장 동점골을 노렸지만 공은 아쉽게도 오른쪽 기둥 옆으로 벗어났다. 

전북의 기분 좋은 쐐기골은 추가 시간이 다 끝날 무렵 터졌다. 비셀 고베의 마지막 코너킥 세트 피스를 위해 마에카와 골키퍼까지 모두 몰려온 상황이었지만 이범수 골키퍼가 코너킥 크로스를 주먹으로 잘 쳐냈고, 문선민이 비셀 고베 주장 야마구치 호타루의 공을 가로챈 다음 비어있는 상대 골문 가까이 빠르게 몰고 들어가 왼발 밀어넣기를 성공시켰다. 

문선민은 오랜만에 자신을 상징했던 관제탑 세리머니를 펼쳐 멀리 사이타마까지 날아온 전북 현대 팬들에게 뜻깊은 선물을 안겨주었다. 스테판 무고사와 문선민이 함께 인천 유나이티드 FC 공격을 이끌기도 했기에 두 선수의 운명이 기구하게 갈리는 순간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놀라운 역전승을 만들어낸 전북 현대는 오는 25일(목) '우라와 레즈(일본) - BG 빠툼 유나이티드(태국)' 게임 승리 팀과 결승 진출권을 놓고 만나게 됐다.

2022 AFC 챔피언스리그 8강 결과(8월 22일 오후 4시, 사이타마 스타디움)

전북 현대 3-1 비셀 고베 [득점 : 바로우(66분,도움-구스타보), 구스타보(104분,도움-바로우), 문선민(120+2분) / 유루키 코야(64분)]

전북 현대 선수들
FW : 송민규(65분↔문선민)
AMF : 모두 바로우(110분↔류재문), 김보경(27분↔김진규), 한교원(46분↔구스타보)
DMF : 맹성웅(65분↔이승기), 백승호
DF : 김진수, 윤영선(99분↔구자룡), 박진섭, 김문환
GK : 이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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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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