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성남FC에 2-0으로 승리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FC서울과 성남FC의 경기에서 승리한 서울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FC서울, 성남FC에 2-0으로 승리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FC서울과 성남FC의 경기에서 승리한 서울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축구 K리그1 성남FC가 창단 이래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현재 2022시즌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성남은 다음 시즌 2부리그로의 '다이렉트 강등'이 점점 유력하게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 '구단 매각설'이라는 초유의 악재까지 겹치며 뒤숭숭한 분위기다.
 
성남은 지난 8월 2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원정 경기서 0-2로 패했다. 성남은 '지키는 축구'로 서울과 후반 초반까지 팽팽한 승부를 벌였으나 교체투입된 외국인 공격수 일류첸코에게 멀티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김천(1-4), 수원(1-4)전에 이어 최근 3연패다. 승점 18점(4승 6무 17패)에 머문 성남은 11위 김천(승점26, 6승 8무 13패)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올시즌부터 K리그1에서는 승강제가 1+2로 적용되며 하위 최대 3팀까지 강등될 수 있다. 10위와 11위는 K리그2 팀과 맞붙는 승강 PO라는 마지막 기회가 있지만, 최하위는 그대로 2부리그로 직행한다.
 
성남은 개막 이후 줄곧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부리그 생존권인 9위 수원 삼성(승점 30점)과는 무려 12점차이고, 불과 한계단 위인 김천과도 8점차나 된다. 성남의 전력과 최근의 분위기, 남은 경기수를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뒤집기가 쉽지않아보이는 격차다.
 
성남은 이미 2016년에 한 차례 강등의 아픔을 맛본 바 있다. 그때는 다행히 2년 만에 K리그1으로 복귀했지만, 1부리그로 돌아온 이후로도 최근 3시즌간 9-10-10위에 그치며 줄곧 하위스플릿과 아슬아슬한 승강 전쟁을 피하지 못했다.
 
김남일 감독 체제 3년 차가 된 2022시즌에는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그나마 25-26라운드에서 인천과 제주를 상대로 모처럼의 연승을 거두며 잠시 반등에 성공하는 듯했지만 8월 들어 다시 연패 수렁에 빠졌다. 특히 승강권 경쟁팀이라고 할수 있던 김천과 수원에 연이어 3골차로 대패한 것은 사실상 승점 6점짜리 경기들을 날린 것과 맞먹는 타격이었다. 성남과 K리그1 타 구단들의 현저한 전력차이를 드러낸 장면이었다.
 
벼랑 끝 몰린 성남, 구단 매각설까지
 
작전 지시하는 김남일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FC서울과 성남FC의 경기에서 김남일 성남FC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작전 지시하는 김남일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FC서울과 성남FC의 경기에서 김남일 성남FC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등권에서 승점 3점이 절실한 성남이지만 현재 어떤 팀을 만나도 일방적인 수비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 경기에서 K리그1 중위권인 7위에 머물고 있는 서울을 상대로도 말이 좋아 선수비 후역습이지, 사실상 지지않는 데 급급한 '텐백축구'를 펼쳐야했다. 그만큼 현재의 성남이 도저히 1부리그에 어울리는 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냉정한 현 주소였다. 이제는 전문가들과 선수단, 팬들 사이에서도 현실적으로 강등은 피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가뜩이나 벼랑 끝에 몰린 성남을 흔드는 또다른 악재는 구단 매각설이다. 성남FC 구단주인 신상진 성남시장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단 매각 계획 및 연고 이전 가능성을 언급하며 선수단과 팬들은 모두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일부 성남 팬들은 서울 원정 경기에서 구단 매각에 반대하는 걸개를 내걸었다가 보안요원들에게 제지를 당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성남은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대기업 후원금 유용 의혹으로 최근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신상진 현 시장은 지방선거 당선 직후 "성남FC가 비리의 대명사가 됐다. 이런 구단의 구단주를 하고 싶지 않다. 기업에 매각하거나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선언하여 이미 구단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어수선한 분위기속에서 성남 선수들의 사기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김남일 성남 감독은 서울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매각 이야기 경기 전날에 나와 선수단 분위기에 악영향을 끼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베테랑 골키퍼인 김영광은 "아쉽고 화가 난다. 성적이 좋지 못한 것은 죄송하다. 하지만 성남시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면 최하위에 있는 구단들은 다 없어져야 하는 건가"며 안타까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성남시가 구단 매각설을 내세우는 명분은 부진한 성적과 만성적인 적자에 따른 혈세 낭비, 그리고 비리 논란으로 인한 부정적인 이미지 등이다. 사실 대기업이 아닌 시도민구단 입장에서 비용은 많이 들고 효과는 불확실한 프로축구단 운영은 애물단지가 되기 쉽다. 정치적 입김에 따라 외풍에 휩쓸리는 경우도 잦다.
 
하지만 당장 성과가 부족하거나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33년 역사를 이어온 구단의 가치를 쉽게 포기하겠다는 것은, 축구라는 스포츠와 연고지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결여된 발상이다. 성남은 K리그 우승 7회,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의 빛나는 역사를 지닌 명문팀이었다. 2010년 이후 시민구단으로 전환하면서 과거의 영광은 빛바랜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K리그 역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스포츠단은 공무원 조직과는 운영방식과 평가기준이 달라야 한다. 이미 K리그에서 성적이 좋지 않거나 2부리그로 강등된 시도민구단은 성남만 있었던 것이 아니지만, 섣불리 구단 매각이나 연고지 이전까지 거론하지는 않았다.
 
성남의 성적이 부진했던 것은 단지 선수와 감독만의 책임이 아니라 전력강화를 위한 투자나 장기적인 비전 제시에 소극적이었던 성남시의 책임이 더 크다. 또한 비리 의혹의 주체는 선수단이 아니라, 축구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했던 정치인 구단주들의 문제였다. 그럼에도 오히려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선수단과 팬들에게 그 책임까지 감수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명문구단을 만드는 조건은 확고한 철학과 일관성이다. 시의 지속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예산 집행, 정치와의 단절, 선수단의 인적-구조적 체질 개선 등이 병행된다면 성남FC의 미래는 얼마든지 개선될 여지가 있다. 성남시는 국내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부유한 지역 중 하나이며 축구단을 지속으로 운영해나갈 만한 충분한 역량이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폭탄 떠넘기듯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문제를 바로잡아서 '해결'해나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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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승강제 K리그1순위 시도민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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