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or is present: Seoul' 전시.

'The Actor is present: Seoul' 전시. ⓒ 하성태

 
"영화를 동경하려면, 먼저 배우를 동경해야 한다. 한국 여성 배우들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다." - 박혜은 <더 스크린> 편집장

영화의 얼굴은 배우다. 배우는 영화의 얼굴이다. 극 영화에 있어 배우의 얼굴은 감정이자 풍경이요, 주장이자 주의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스타부터 아역 꼬리표를 뗀 10대 연기자까지. 이들은 모두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청춘의, 노년의 얼굴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배우들을 기억하고 추앙하고, 또 동경한다. 배우의 힘이 영화의 힘이다.

고 강수연 배우의 얼굴이 그랬다. 이 '대한민국의 얼굴' 역시 아역으로 출발해 시대를 풍미하는 스타인 동시에 동시대를 반영하는 여성들의 면면을 대변했다. 지난 5월 예고도 없이 너무 일찍 가버린 배우 강수연의 얼굴을 흑백 사진으로 마주하는 일은 그래서 더 특별하고 뜻깊을 것이다. 팬들은 물론 영화인들의 경우는 특히나 더.

이 강수연 배우를 포함해 한국 영화배우 200인의 얼굴을 대형 사진으로 한자리에 만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전시가 합정아트플렉스(아트스페이스 합정)에서 진행중이다. 지난 16일부터 2달간 계속되는 < The Actor is present: Seoul >('디 액터 이즈 프레젠트: 서울')이 바로 그 '영화로운' 전시다. 지난 19일 전시장을 찾았다.

한국영화 팬들을 위한 아주 특별한 전시
 
 'The Actor is present: Seoul' 전시장 풍경.

'The Actor is present: Seoul' 전시장 풍경. ⓒ 영화진흥위원회

 
 'The Actor is present: Seoul' 전시장 풍경.

'The Actor is present: Seoul' 전시장 풍경. ⓒ 영화진흥위원회

 
 'The Actor is present: Seoul' 전시장 풍경.

'The Actor is present: Seoul' 전시장 풍경. ⓒ 영화진흥위원회

 
강수연 배우의 사진 앞에 선 박혜은 편집장의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한국 영화배우 해외홍보 캠페인인 'KOREAN ACTORS 200'의 일환으로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코픽)가 주최한 이번 전시의 기획 및 진행을 총괄한 박 편집장은 "올해 초부터 강수연 배우와 촬영을 새로 진행하고 싶었다"며 "영화 <정이> 촬영 스케줄과의 조율 과정에서 일정이 맞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대신 199명의 동료와 후배 배우들이 갑작스레 떠난 선배 배우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들의 아름다운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한국영화의 명장면들이 자연스레 스쳐 지나간다. 한국 사진계를 대표하는 김중만 작가와 안성진 작가가 2020년 작업한 소중한 성과다.

박 편집장은 "기획서를 들고 다니던 2년 전이 기억나는데 벌써 뉴욕에 이어 서울 전시를 개최하게 됐다"며 "배우들을 한 명 한 명 섭외하고, 촬영을 진행하고, 여러 기획사를 접촉하면서 소문도 났고 여러 분들이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이런 프로젝트가 가능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다. 최초다. 한국 배우 200인을 직접 촬영하고 그 작업물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는 < The Actor is present: Seoul >가 처음이다. 또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것만으로 아키이빙 프로젝트로서의 가치를 자랑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며 공신력도 갖췄다.

시작은 코로나19였다. < The Actor is present: Seoul >에 앞서 지난 11일과 12일 양일간 국회 전시를 열기도 했던 영화진흥위원회 측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긴 위기의 터널을 지나 다시 비상하는 한국영화를 응원하고, 극장으로 향하는 관객을 환영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RE:BOOT K-MOVIE'란 슬로건의 의미를 강조한 바 있다.

'코시국'이었던 만큼 비대면 전시로 시작했다. 2021년 3월 'KOREAN ACTORS 200' 온라인 사이트가 오픈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사이트는 170여 개국 이용자가 접속해 총 조회수 120만 회 이상을 기록했다. 오픈 당일 방문자는 1분당 2000명을 넘겼다. 이후 메가박스 코엑스와 코엑스몰 대형 전광판에서 디지털 전시로 이어졌다.

다음은 오프라인 전시였다.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에 충실하게 나라 밖 전시가 먼저였다. 이정재 배우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북미를 강타했던 지난해 9월, 미국 뉴욕한국문화원에서 < THE ACTOR IS PRESENT EXHIBITION : NEW YORK >가 열렸다. 미국 내 첫 '한국 배우 사진전'이었다. BTS도 유엔 총회 일정 중 전시장을 찾았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됐던 지난해 10월 부산 전시가 그 열기를 이어갔다.

한국의 영화배우들과 사랑에 빠져 보시길 
 
 'The Actor is present: Seoul' 전시장 풍경.

'The Actor is present: Seoul' 전시장 풍경. ⓒ 하성태

 
 'The Actor is present: Seoul' 전시장 풍경.

'The Actor is present: Seoul' 전시장 풍경. ⓒ 하성태

 
 'The Actor is present: Seoul' 전시장 풍경.

'The Actor is present: Seoul' 전시장 풍경. ⓒ 하성태

 
전무후무, 최초, 최대라는 수식들이 아깝지 않다. 합정아트플렉스(아트스페이스 합정) 내 지하 2층, 지상 5층 전관에서 진행되는 서울 전시 역시 유례없는 규모를 자랑한다. 실제 인물의 1대 1 비율보다 큰 상반진 사진들은 24x26인치 초대형 사이즈다. 5층부터 2층까지 4개 스테이지로 구성되며 지하에선 특별 영상 상영과 굿즈 판매도 병행된다. 여타 사진전과 비교해 규모와 내실 모두에서 주목을 끌 만하다.

배우 선정 기준도 궁금할 법하다. <더 스크린>은 지난 10년간 한국 박스오피스 순위 및 독립영화 기여도, 국내외 영화제 수상, 글로벌 프로젝트(해외 공동제작, OTT 오리지널 작품 등) 참여도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혜은 배우는 "2년 전에 선정해 아쉽게 빠진 배우도 있다. <범죄도시2>의 손석구 배우가 그런 경우"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대부분 김중만‧안성진 작가가 국내에서 촬영을 진행한 반면 해외에서 촬영한 배우도 존재한다. 일본 영화 촬영 중이던 배우 심은경이 그런 경우다. 또 몇몇 배우는 해외 거주나 군 복무 등의 이유로 직접 촬영이 어려워 두 작가가 최근 작업했거나 배우 측이 원하는 사진으로 대체했다. 배우들 입장에서도 '한국의 영화배우 200인'으로 꼽힌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기록으로 남을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박혜은 편집장은 "한국 영화를 만드는 두 얼굴, 최고의 배우들과 최고의 관객들이 만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배우와 관객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축제를 많은 배우와 관객들이 즐겨주시길 바란다"며 관객의 참여를 강조하기도 했다. '엄청나게 우아하고', '믿을 수 없게 박력 있는'이란 슬로건이 인상적인 이번 전시에서는 또 전문 필진의 배우론도 살짝 맛볼 수 있다.  

글로벌 프로젝트임을 입증하듯, 18일 전시 오픈 이후 해외 팬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고. 박 편집장은 "10월까지 전시가 이어지며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해외 팬들은 물론 개별 배우 팬분들의 방문도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며 "합정동이라는 공간이 가진 특수성이 있는 만큼 시간이 갈수록 많은 분들이 찾아주실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시장에서 마주한 "영화와 사랑에 빠지려면, 먼저 배우를 사랑해야 한다. 한국 남자 배우들과 사랑에 빠지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란 박 편집장의 문장이 마지막으로 눈길을 끌었다. 바로 이 < The Actor is present: Seoul >에서 200인의 배우들과 사랑에 빠져 보시기를 추천하는 바다. 
THE ACTOR IS PRESENT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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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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