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의 정규 2집 < Bare&Rare Pt.1 >

청하의 정규 2집 < Bare&Rare Pt.1 > ⓒ MNH Entertainment

 
2021년, 청하가 솔로 데뷔 4년 만에 발표한 첫 정규 앨범 < Querencia >(2021)는 보기 드문 야심작이었다 스페인어인 'Querencia'는 '안식처'를 뜻하지만, 앨범은 안식만을 좇지 않았다. 그해 21곡의 트랙으로 채워진 정규 앨범을 발표한 여성 솔로 케이팝 가수는 청하 뿐이었다. 심지어 'SIDE A', 'SIDE B', 'SIDE C', 'SIDE D' 등, 곡 간에 유기성을 부여하는 트랙까지 들어 있으니, '앨범'에 대한 낭만을 자극했다. 딥 하우스와 레게, 라틴, 트랩 등 다양한 장르를 수용하면서 케이팝의 미덕을 충족시키기는 것은 물론이었다.

그러나 이 앨범은 상업적인 실패를 거뒀다. 'PLAY', 'Stay Tonight' 등 앨범 발매전 싱글을 연이어 발표하는 전략은 오히려 집중도를 떨어뜨렸고, 정작 앨범이 발매되었을 때는 화제성이 휘발되었다. 타이틀곡 'Bicycle'은 지금까지 청하가 내놓은 타이틀곡과 차별화된다는 점에는 의의가 있었으나, 대중성은 낮았다.

하지만 이 앨범은 다른 곳에서 성취를 거뒀다. 영국의 NME 매거진은 이 앨범에 만점인 별 다섯 개를 매기면서, '청하의 음악 스펙트럼은 세계 여행과 같다'고 평했다. 2022 한국대중음악상에서는 최우수 케이팝 음반을 수상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조혜림 선정위원은 "미성숙에서 벗어나 야심찬 케이팝 디바로 탈피했다"는 극찬을 보냈다. 직접 시상식에 참석한 청하는 '이 앨범을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던 앨범'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청하가 두 번째 정규 앨범 < Bare & Rare > Pt. 1을 발표했다. 두 개로 나누어 발표된 정규 앨범 < Bare & Rare >의 첫번째 파트다. 'Bicycle'의 실패를 복기하듯, 'Sparkling'은 다시 청하다운 타이틀곡으로의 회귀를 선언한 곡이다. 지금까지 발표한 타이틀곡 중 가장 빠른 BPM(160), 청량한 신시사이저와 드럼의 잔향으로 무장했다. 워터밤 페스티벌을 통해 선공개되었던 'California Dream'은 대중이 청하에게 투사하는 여름 가수의 이미지를 충족한다.

작사가 청하,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청하는 이번 앨범을 '자신의 가장 내면적인 앨범'으로 소개했다. 화려한 이미지를 내세웠던 지난 활동과 달리, 앨범 재킷 속의 청하 역시 수수한 모습을 하고 있다.전곡의 작사와 프로듀싱에 참여하면서 지분을 높였다. 인간의 다면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였을까. 청하는 '여름 가수'와는 전혀 반대되는 정서를 꺼낸다. 묵직한 베이스와 함께 앨범의 문을 여는 'XXXX'에선 과거의 상처를 딛고 파이터가 되겠노라 외친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Dangerous Woman'을 연상시키는 'Crazy Like You'에서는 비비(BIBI)와 함께 냉소로 무장한다. 영어 욕설조차도 자연스럽다.

"행복한 가십들 가식적 미소들 fuck this shit everything's lie"
- 'Crazy Like You' 중


'Good Night My Princess'는 전작에서 검정치마와 함께 작업했던 'X(걸어온 길에 꽃밭 따윈 없었죠)'와도 대응하는 곡이다. 언제나 청하를 뒷바라지해온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담은 이 곡은, 청하 개인의 서사가 가장 많이 묻어났다. 'Love Me Out Loud'는 일반적인 아이돌표 팬송과 달리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음악이다. 클래식의 요소를 일렉트로니카에 곁들인 혼성 그룹 클린 밴딧(Clean Bandit)처럼 활기차다. 알앤비에 국악의 요소를 곁들인 'Nuh Uh' 역시 의표를 찌르는 즐거움으로 앨범을 마무리한다.

음악 시장이 스트리밍 시대로 재편된 이후, 많은 뮤지션이 싱글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신인 케이팝 가수의 경우, 정규 앨범으로 데뷔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팬덤이 많은 뮤지션이더라고 해서 정규 앨범이 자주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정규 앨범은 모험이다. 전곡을 차트 100위권에 진입시켰다는 가수의 소식도 들려오지만, 극소수의 사례일 뿐이다. 차트에 있는 곡이 아니라면 수록곡을 찾아 듣지 않는 시대, 청하는 보란듯이 꽉 찬 정규 앨범을 내놓고 있다. 그 속에서 성장하는 모습 역시 담아내고 있다. '춤에 한 획을 그었으면 좋겠다'는 극찬을 들으며 등장한 춤꾼은, 성실하게 뮤지션의 길을 걷고 있다. 청하가 직접 '매운 맛'이라고 예고한 파트 2 'Rare' 역시 기대된다.
청하 SPARKLING BARE & R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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