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BS 초대석> 캡처

< EBS 초대석> 캡처 ⓒ EBS


"행복합니다. 역시 사람 앞에 선다는 건 어렵고 무섭고... 정말 힘듭니다. 그런데 행복합니다. 어려움을 이기는 행복이 얼마나 좋아요. 사람을 많이 사귀면서 느끼는 즐거움에서 힘을 얻습니다." ( EBS, < EBS 초대석 > 중)

70년 가까이 현역 방송인으로 활동한 방송인 송해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향년 95세의 일기로 눈을 감았다. 고인은 1988년 5월부터 KBS 1TV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원조 '국민 MC'로 자리매김했다.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장(서울대병원)에는 빈소가 채 차려지기 전부터 많은 인사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방송인 유재석, 조세호부터 가수 송가인, 장민호, 정동원, 조영남, 개그맨 심형래, 김학래, 이용식,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 송해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그의 건강한 복귀를 기원했던 국민들과 후배 방송인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여러 소셜미디어를 통해 추모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8일 송가인은 자신의 SNS에 "제일 먼저 재능을 알아봐주시고, 이끌어 주신 선생님. 잘 되고 나서도 진심으로 축하해주시던, 감사한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좋은 곳에 가셔서 편히 쉬세요"라는 글과 <전국노래자랑> 무대 사진을 게재했다. 송가인은 지난 2010년 <전국노래자랑> 전라남도 진도군 편에 출연해 최우수상을 받으며 송해와 인연을 맺었다.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송가인과 송해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송가인과 송해 ⓒ 송가인 인스타그램


같은 날 딘딘은 본인의 SNS에 생전의 송해와 다정한 분위기 속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을 올리며, 덧붙여 다음과 같은 글귀를 적었다. 

"송해 선생님과 광고 촬영을 했을 때 선생님은 신인이었던 저를 신경 써주시며 관계자분들에게 '나보다는 딘딘이를 더 챙겨줘'라고 매번 말씀하셨습니다. 촬영이 끝나고 선생님이 저에게 따라주신 소주는 제 평생의 자랑거리입니다. 감사했습니다, 선생님.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딘딘 인스타그램)
 
 딘딘과 송해

딘딘과 송해 ⓒ 딘딘 인스타그램


신인을 챙기는 마음은 딘딘에게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1월 방송한 KBS 2TV 설 특집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에서 송해의 첫사랑 역을 연기한 가수 설하윤 역시 자신의 SNS에 추모글을 올렸다. 그는 "신인 때부터 기억해주시고 아껴주시고, 저에겐 정말 너무 영광이었고 감사했습니다. 제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송해 선생님. 전국의 모든 국민들과 늘 함께하신 선생님. 부디 편안하게 잠드시길 모두가 기도드릴 거예요"라고 썼다.  

또한, 쌍둥이가수 트윈걸스는 송해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해맑게 웃어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잊히지가 않고 믿기지가 않네요. 그곳에서 어머니는 만나셨겠죠? 웃으시며 그곳에서는 더 행복하세요, 선생님"이라고 적은 글을 게재했다.

송해는 지난 3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지난 4월과 5월에는 건강 문제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위중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기에, 갑작스러운 비보에 많은 이들은 황망함을 피할 길이 없었다. 송해는 건강 악화로 <전국노래자랑> 하차를 고민하긴 했지만, 별세 며칠 전에는 <전국노래자랑> 제작진과 스튜디오 녹화 참여에 대해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기에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이용식은 SNS 계정에 긴 편지를 남기며 절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47년 전 MBC 방송국에서 국내 최초로 코미디언을 뽑던 날, 심사위원으로 맨 끝 자리에 앉아계시던 송해 선생님. 스포츠 헤어에 카랑카랑하신 목소리를 지금도 기억합니다"라며 "선생님께서 출연하셨던 수많은 프로그램을 이젠 그동안 시청자 여러분께 선물로 드리고 천국에 가셔서 그곳에 계신 선후배님들과 코미디 프로그램도 만드시고 그렇게 사랑하셨던 <전국노래자랑>을 이번엔 <천국노래자랑>으로 힘차게 외쳐주세요"라고 했다.
 
 (왼쪽부터) 이용식, 임하룡, 송해.

(왼쪽부터) 이용식, 임하룡, 송해. ⓒ 이용식 인스타그램


방송인들뿐 아니라 국민들도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송해를 그리워하고 추모했다. 한 네티즌은 "한 시대가 저물고 역사의 한 페이지가 닫힌 느낌"이라고 썼고, 어떤 이는 "송해 선생님은 일요일마다 만나는 동네 할아버지 같은 분이셨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1927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나 해주예술학교에서 성악을 배운 송해는 1951년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 왔다. 피난길에 어머니와 여동생과 생이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1955년 창공악극단으로 데뷔해 악극단에서 가수로 활동했고, 당시 구봉서, 서영춘, 배삼룡, 이순주 등과 함께 극장 쇼 무대에서 구수한 입담을 펼치기도 했다.

1970년대에는 문화방송 <웃으면 복이 와요>에 출연, 1980년대에는 한국방송 드라마 <싱글네 벙글네> 등에도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개인적인 일로 방송활동을 중단했다가 1988년부터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며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 4월 송해는 95세 현역 MC로서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되기도 했다.
 
 방송인 송해가 향년 95세 나이로 별세했다.

방송인 송해가 향년 95세 나이로 별세했다. ⓒ 연합뉴스


"송해라는 이름은 북을 떠나 남으로 배를 타고 오면서 바다 위에서 지은 이름이에요. '바다처럼 많은 이야기를 품었던 사람'으로 송해를 떠올려주었으면 합니다." (코스모폴리탄 인터뷰 중)

송해는 < EBS 초대석 > 출연 당시 자신의 소원을 말하기도 했다. 그는 "고향인 황해도 재령군 그 넓은 우리 동네 나무리벌에 야단법석을 지어놓고 "전국노래자랑~ 왔습니다!" 하는 게 최대 한이고 소원입니다"라고 말하며, '백세인생'이란 노래를 다음과 같이 개사해 불렀다.

"100세에 저 세상에서 나를 데리러 오거든 남북통일 노래자랑 끝나고 간다고 전해라."

송해는 지난 2018년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석옥이씨의 곁에 묻히고 싶다는 바람에 따라 '제2 고향'이라고 여기던 대구 달성군 송해공원에 안치된다. 유족으로는 두 딸과 사위들, 외손주들이 있다. 발인은 10일이다.
송해 전국노래자랑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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