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안타 친 kt 조용호 조용호가 17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쏠 KBO리그 LG 트윈스와 홈 경기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kt wiz 제공)

▲ 끝내기 안타 친 kt 조용호 조용호가 17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쏠 KBO리그 LG 트윈스와 홈 경기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kt wiz 제공) ⓒ 연합뉴스

 
KT가 9회말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통해 4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17일 수원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장단 8안타를 때려내며 3-2로 역전승을 거뒀다. 7회까지 LG에게 0-2로 끌려가던 KT는 8회말 스코어를 동점으로 만든 후 9회 끝내기 득점으로 역전승을 완성했다. 8위 KT는 올 시즌 2위 LG를 상대로 4전 전승을 기록하며 시즌 초반 천적관계를 유지하고 있다(17승 21패).

KT는 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7이닝8피안타1사사구4탈삼진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투구를 펼쳤고 9회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마무리 김재윤이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타선에서는 4번타자 박병호가 8회 LG의 셋업맨 정우영으로부터 동점 투런홈런(13호)을 터트렸고 KT의 '돌격대장' 조용호는 8회 몸 맞는 공에 이어 9회에는 끝내기 안타를 터트리며 3안타1타점1득점으로 KT의 역전승을 견인했다.

무상 트레이드, 냉혹한 프로세계에 남은 인간미

다음 시즌을 구상하거나 시즌을 치르다 보면 우리 팀에선 잉여전력이지만 다른 팀에선 탐을 낼 만한 자원들이 보이곤 한다. 그리고 그 구단에서 필요한 선수가 있으면 단장들은 서로 카드를 맞추며 트레이드를 논의하곤 한다. 비록 우리 팀에선 '전역 외' 판정을 받았다 해도 다른 팀에선 이 선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트레이드 협상과정에서는 서로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게 된다.

하지만 대학입시를 방불케 하는 눈치싸움이 벌어지는 트레이드 시장에서도 가끔은 아무 조건 없이 다른 구단에 선수를 넘기는 '무상 트레이드'가 이뤄질 때도 있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도 후배 선수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기 위해 야구계 선배들이 훈훈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물론 팀에서 입지가 거의 없는 선수에 한해서 내리는 결정이다). 이는 트레이드된 선수의 성공 여부를 떠나 결국 야구판도 '사람 사는 곳'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2010년 이후 KBO리그의 무상 트레이드는 총 5건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무상 트레이드는 2016년 4월 내야수 서동욱(파주 챌린저스 수비·주루 코디네이터)이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KIA 타이거즈로 이적했던 트레이드였다. LG와 넥센 시절 좀처럼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했던 서동욱은 KIA로 돌아간 2016년 타율 .292 16홈런 67타점 73득점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서동욱은 7홈런 48타점을 기록한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두산 베어스 시절이던 2010년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던 최준석은 2014년 롯데 자이언츠 이적 후 4년 동안 87홈런 351타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롯데는 최준석과의 재계약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무상 트레이드를 통해 NC 다이노스로 이적했다. 비록 최준석은 NC에서 1년 밖에 활약하지 못했지만 '무상 트레이드'가 있었기 때문에 통산 200홈런을 채우고 현역 생활을 마감할 수 있었다.

SK 와이번스의 왕조시대 주전 선수 중 한 명이었던 나주환(KIA 2군 작전·주루코치)은 2019 시즌이 끝난 후 코치연수 및 프런트직 변신을 거부하고 현역 연장 의사를 밝혔다. 이에 SK구단은 나주환을 방출하지 않고 KIA로 무상 트레이드 시키면서 선수의 길을 터줬다. 나주환은 2020년 64경기에 출전해 타율 .279 6홈런 26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지만 작년 1군에서 19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하고 은퇴를 결정했다.

역대 무상 트레이드 최고의 성공사례
 
동료들의 축하받는 '끝내기 안타' kt 조용호 kt 조용호가 17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쏠 KBO리그 LG 트윈스와 홈 경기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kt wiz 제공)

▲ 동료들의 축하받는 '끝내기 안타' kt 조용호 kt 조용호가 17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쏠 KBO리그 LG 트윈스와 홈 경기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kt wiz 제공) ⓒ 연합뉴스


조용호 역시 무상 트레이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는 선수다. 프로지명을 받지 못하고 독립리그에서 활약하다가 2014년 육성선수로 SK에 입단한 조용호는 2017년 1군에 데뷔해 69경기에서 타율 .272 10타점 34득점 11도루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준수한 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비가 약해 활용가치가 떨어졌고 급기야 2018년에는 타율마저 .077로 하락하면서 더 이상 외야수가 넘치는 SK에 남아 있기가 힘들어졌다.

하지만 SK는 조용호를 매몰차게 방출하기 보다는 새 팀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줬고 좌타 외야수가 필요했던 KT로 조용호를 무상 트레이드했다. 조용호의 새로운 야구인생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조용호는 2019년 87경기에서 타율 .293를 기록했고 2020년에는 132경기에서 타율 .296와 121안타를 때려내며 KT의 주전 외야수 자리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타석에서 상대투수를 괴롭히는 능력 만큼은 이용규(키움)를 연상케 했다.

조용호는 KT가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작년 시즌 타율이 .236로 떨어졌지만 타율보다 1할 이상 높은 .349의 출루율과 찬스에서 강한 면모를 과시하며 2년 연속 KT의 붙박이 1번타자로 활약했다. 독립야구단 출신으로 육성선수로 프로에 입단해 5년 만에 무상 트레이드로 쫓기듯 팀을 옮겼던 무명선수 조용호가 어느덧 2억 40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스타선수로 성장한 것이다. 

조용호는 올 시즌에도 36경기에 출전해 타율 .306 7타점 12득점을 기록하며 KT의 1번타자로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17일 LG전에서는 그야말로 '승리요정' 같은 역할을 하며 KT의 역전 끝내기 승리를 견인했다. 3회와 5회 LG 에이스 케이시 켈리로부터 2개의 안타를 때린 조용호는 8회 몸 맞는 공으로 출루해 박병호의 투런홈런 때 홈을 밟았다. 그리고 9회에는 1사 1루에서 배정대를 불러 들이는 끝내기 2루타를 터트리며 역전승을 완성했다.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똑딱이 타자'로 불리는 이대형도 프로 통산 9개의 홈런을 때려낸 바 있다. 하지만 이미 1500번이 넘는 타석에 선 조용호는 아직 프로에서 마수걸이 홈런을 치지 못하고 있다. 통산 장타율이 .316에 불과할 만큼 사실 장타에서는 거의 기대할 부분이 없는 선수라고 해도 큰 과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조용호는 투수와의 끈질긴 승부와 정확한 타격으로 팀 승리에 기여하는 KT의 '작은 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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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조용호 무상 트레이드 끝내기 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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