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손흥민이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리그 21호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 손흥민 손흥민이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리그 21호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 토트넘 트위터 캡쳐

 
1골-1점차, 역사를 바꾸는 데 필요한 격차는 이제 오직 한 걸음만 남았다. 손흥민이 리그 21번째 골을 터뜨린 토트넘이 '북런던 더비' 대승을 이뤄내며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과 한국인 선수 최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등극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5월 1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022시즌 EPL 홈경기 22라운드 순연경기에서 토트넘은 멀티골을 터뜨린 해리 케인과 손흥민의 활약을 앞세워 아스널을 3-0으로 완파했다.
 
두 팀은 현재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UCL) 티켓이 주어지는 4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경기 전까지 아스널이 4점차로 앞서서 훨씬 유리했던 상황. 토트넘으로서는 이날 경기를 무조건 이겨야 역전의 희망을 살릴 수 있었고, 이날 맞대결 결과에 따라 UCL의 운명이 완전히 결정될 수도 있었다. 또한 토트넘의 에이스인 손흥민으로서는 득점 선두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22골)와의 치열한 득점왕 경쟁도 걸려있었다.
 
최근 물오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은 초반부터 아스날의 집중견제를 받았다. 특히 아스널 수비수 롭 홀딩은 유독 적극적이고 거친 수비로 손흥민을 압박했지만 이는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
 
홀딩은 전반 10분 하프라인에서 공을 잡고 돌아서려는 손흥민의 허벅지를 가격한데 이어 쓰러진 손흥민의 허리를 다시 뒤에서 걷어찼다. 두 번이나 가격당한 손흥민은 고통을 호소했다. 위험지역도 아니었고 공이 이미 옆으로 빠진 상황에서 명백히 고의성이 의심되는 행동이었다.
 
불과 1분도 안되어 홀딩은 또다시 공을 잡고 돌아서려는 손흥민에게 달려들어 팔을 붙잡았고 두 선수는 같이 뒤엉켜 쓰러졌다. 홀딩을 뿌리치며 일어서려는 손흥민을 가슴을 밀치며 내던지기도 했다. 결국 분노하여 달려들려는 손흥민을 동료들이 제지했고, 홀딩은 손흥민을 비웃으며 돌아섰다.

손흥민을 도발한 아스널의 비매너 플레이는 오래가지 않아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전반 20분 토트넘의 공격 상황에서 클루셉스키가 문전에서 크로스로 올린 공중볼을 놓고 경합하던 손흥민이 뒤에서 아스널 수비수 세드릭 소아르스에게 떠밀려 넘어졌다. 주심은 지체없이 PK를 선언했다. 손흥민이 만들어낸 PK는 단짝 해리 케인이 골키퍼를 완전히 속이는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위기에 몰린 아스널은 이번엔 홀딩이 사고를 쳤다. 계속해서 손흥민과 충돌하던 홀딩은 전반 26분 손흥민이 돌아설 때 손으로 잡아끌면서 결국 경고를 받았다. 이어 전반 32분 손흥민이 침투를 시도할때 팔꿈치를 들어 손흥민의 얼굴을 가격했다가 두 번째 경고를 받고 결국 퇴장당했다. 주심이 바로 앞에서 보고 있을 때 발생한 상황이었다.

홀딩과 아스널 선수들은 어깨에 부딪힌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이미 전반 내내 홀딩의 비매너 플레이를 계속 지켜봤던 주심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수적 우위까지 등에 업게 된 토트넘은 불과 일 분 뒤 손흥민의 코너킥으로 시작된 세트피스가 로드리고 벤탄쿠르를 거쳐 케인의 다이빙 헤딩 추가골로 연결되며 2-0으로 앞서나갔다.
 
손흥민은 후반 2분에는 기어코 쐐기골까지 뽑아냈다. 후반 2분 케인과 상대 수비가 문전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볼이 옆으로 흘러 손흥민 앞으로 굴러왔다. 손흥민이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세 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이로서 손흥민은 지난 레스터시티전 멀티골, 리버풀전 선제골에 이어 최근 3경기 연속골을 기록했고, 리그 득점 21호골을 달성하며 선두 살라를 1골차로 압박했다.
 
손흥민은 이날 팀이 기록한 3골에 직·간접적으로 모두 관여했으며 상대 퇴장까지 이끌어내는 결정적인 활약으로 승리의 최대 수훈갑이 됐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은 팀이 승기를 잡았다는 판단하에 후반 27분 손흥민을 일찍 교체해줬다. 손흥민은 교체되어 나가면서 약간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불과 이틀뒤인 15일 번리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에이스의 손흥민의 체력안배를 위하여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경기를 그대로 토트넘의 3-0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토트넘은 5위를 유지했지만 이날 승리로 승점 65점을 달성하며 4위 아스날(승점 66점)을 단 1점차로 맹추격했다. 1-3위 맨시티-리버풀-첼시에 이어 4위 경쟁인 사실상 토트넘과 아스널의 대결로 압축된 가운데 양 팀 모두 2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토트넘은 15일 17위 번리(홈)-23일 최하위 노리치(원정)전을, 아스널은 17일 14위 뉴캐슬(원정)-23일 16위 에버턴(홈)을 각각 상대한다. 최근 기세와 대진운은 토트넘이 다소 유리하고, 경기일정은 아스널이 유리하여 결과를 예측하기가 힘들다. 동률이 될 경우 골득실에서는 토트넘(+20)이 아스널(+14)에 크게 앞선다. 토트넘은 자력으로 2경기를 모두 이기고 아스널이 한 경기라도 미끄러지기를 기대해야한다.

EPL에서 4위와 5위는 하늘과 땅 차이다. 챔피언스리그 진출팀은 참가비만 1564만 유로(약 210억 원)를 보장받는 반면, 5위는 유로파리그에 진출하여 363만 유로(약 48억 원)를 받는는데 금액 차이가 약 4배에 이른다. 경기 결과에 따라 수익도 챔피언스리그에서 승리시 280만 유로(약 37억 6천만원)지만 유로파리그는 63만 유로(약 8억 4659만 원)에 불과하다.
 
손흥민은 2018-2019시즌 토트넘을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이끌었으나 리버풀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그쳤고, 최근 2년간은 리그 성적이 6-7위에 그치며 챔스 무대를 밟지못했다. 한창 물오른 손흥민의 기량을 감안하면 전성기에 세계 최고의 무대인 챔스에 나가지 못한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10여 년 넘게 우승컵과 인연을 맺지못하고 있는 토트넘으로서는 손흥민과 케인, 콘테 감독 등 유럽 빅클럽들이 탐낼만한 세계적인 인재들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다음 시즌 챔스 티켓이 절실하다.
 
또한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EPL 득점왕에 도전하고 있다. 이란의 알리레자 자한바크시(페예노르트)가 2017/2018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에의 AZ알크마르에서 21골을 넣으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유럽 1부리그 득점왕에 오른 바 있으나, 유럽 최상위로 꼽히는 5대리그(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에서는 아직 아시아인 득점왕은 전무했다. 5대리그에서 20골 이상을 넣은 아시아 선수도 오직 손흥민이 유일하다.
 
손흥민은 올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총 22골을 넣으면서 지난 시즌 기록한 단일 시즌 최다골(22골)과 동률을 이루며 최다골 신기록도 눈앞에 뒀다. 현재 EPL 득점 선두 살라가 22골중 5골을 PK로 뽑아낸 데 비하여 손흥민은 21골을 모두 필드골로만 기록하여 득점의 순도는 훨씬 높다. 특히 2022년만 놓고보면 13골(5도움)을 몰아치며, 시즌 막바지 골침묵이 길어진 살라보다 뒷심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어서 득점왕 역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손흥민과 토트넘에게는 이제 2경기의 기회가 남아있다. 많은 격차도 아니다. 단 1골과 1점차만 따라잡는다면 사상 첫 한국인 EPL 득점왕과 3년만의 UCL 복귀라는 영광스러운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이 훗날 손흥민의 커리어를 논하는데 있어서도 역사의 평가가 달라질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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