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ind Man Washes in the Pool of siloam ?James Tissot, The Blind Man Washes in the Pool of Siloam public domain

▲ The Blind Man Washes in the Pool of siloam ?James Tissot, The Blind Man Washes in the Pool of Siloam public domain ⓒ public domain

 

노란 모자를 쓴 남자가 작은 연못에서 눈을 씻고 있다.

맹인으로 태어나 길에서 구걸하며 살아가던 남자에게 어떤 무리가 다가왔다. '이 자가 맹인으로 태어난 이유가 누구의 죄로 인한 것입니까'하며 쑥덕이다가, 누군가 다가와 눈에 진흙은 발라주었고, 실로암에 가서 씻어내라고 했기에 지금 그러고 있는 중이다.

낯선 음성의 지시대로 실로암에서 눈을 씻은 맹인에게 이후 어떤 변화가 왔을까? 그리고 맹인으로 태어난 것이 과연 누군가의 죄로 인함일까? 두 가지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1970~80년대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던 TV 전도사 타미 페이의 드라마틱한 일생을 다룬 영화 <타미 페이의 눈>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빅 식>으로 잘 알려진 마이클 쇼월터 감독의 신작 <타미 페이의 눈>은 1970~80년대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던 TV 전도사 부부 짐 베이커와 타미 베이커 부부의 성공과 좌절을 다룬 영화이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진 지금에서는 전혀 이상할 것 없어 보이지만 50년 전만 해도 텔레비전 화면을 보며 예배를 드린다는 생각은 무척 획기적인 것이었다.
 
 존 베이커와 타미 베이커 부부

존 베이커와 타미 베이커 부부 ⓒ 월트디즈니


바이블 칼리지에서 만난 자유롭고 철없지만 동시에 신실한 두 영혼 짐 베이커(앤드루 가필드)와 타미 페이(제시카 차스테인)는 첫눈에 반하고 부부가 되어 미국 전역을 돌며 아이들을 위한 인형극 선교에 앞장선다. 얼마 안 가 큰 인기를 얻게 되고 당시 유명한 기독교 TV 네트워크인 PTL(Praise The Lord)에 영입된다. 그들의 합류로 어린이 선교는 물론 성인 크리스천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기고, 의미 있는 구호활동, 상품 판매, 테마파크 등 TV 선교의 범위가 크게 확장되고 활기를 띠게 된다.

열정적으로 설교하는 짐과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타미의 조합은 천하무적이나, 이 두 부부의 일상은 언제부턴가 잘못 되어가고 있었다. 짐은 무언가에 쫓기고 있고, 선교와 무관해 보이는 사업인데 무리하게 확장해 나가고, 지나치게 후원금을 독려하고 있었다. 

타미의 노래가 사랑받은 큰 이유는 '우린 못났어도 우리 모두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구원받을 자격이 있다'라는 일관된 주제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타미의 메이크업은 화장을 넘어 분장과 변장에 가까울 정도로 기괴하게 변해간다. 아울러 자기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고 물 쓰듯 사치를 하면서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것을 하나님의 사랑 혹은 넘치는 축복으로 여기는 듯하다. 일상이라는 이름의 살얼음판을 깬 것은 다름 아닌 남편 짐 베이커 목사를 둘러싼 성추문이었다. 그들은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
 
 종교 네트워크 파티에 초대된 타미 페이 부부

종교 네트워크 파티에 초대된 타미 페이 부부 ⓒ 월트디즈니

 

교회 문은 열려 있었다

타미 페이에게는 아픔이 있다. 미국 미네소타 주의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는 타미 페이는 엄마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1950년대 시골 교회는 여자의 이혼을 죄악시 여겼는데, 단지 마을에 피아노 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할 수 없이 타미의 엄마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혼을 상기시킨다는 이유로 타미의 교회 출석은 금기시되었다. 주일날이 되면 엄마와 새아빠, 그리고 동생들은 교회에 가고 타미만 집에 있어야만 했다.

교회 밖에서 예배당을 훔쳐보다 들킨 타미에게 엄마는 '네가 교회에 나오면 우리 모두 교회에서 쫓겨나고, 그렇게 되면 죄 없는 어린 동생들까지 지옥불에 활활 탈 것'이라고 저주를 퍼붓는다. 자신들이 교회에서 추방당하지 않도록 타미만 희생해라는 논리이다. 이혼이 죄도 아니지만, 한 건 엄마인데, 왜 타미에게 죄가 있다는 것인가. 그날 밤 타미는 '나에게도 구원을 달라'라고 신께 간절하게 기도를 한다.

교회의 문을 열려 있었다. 타미가 손잡이를 돌려 열었다면 언제든 교회에 들어갈 수 있었다. 거침없이 강대상까지 찾아온 타미에게 목사님은 '주님의 사랑을 받을 준비가 되었느냐'라고 물었고 고개를 끄덕이자 잔을 건넨다. 잔을 받아 마시고, 정신이 아연해진 타미는 일순간 쓰러지고 입에서는 폭포수처럼 방언이 터진다. 타미는 하나님의 임재를 나타내는 기적(miracle)의 아이가 된다. 이제 실로암 맹인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눈 뜬 장님들의 세상

그날은 안식일이었다. 당시 이스라엘 사회는 지금도 그렇겠지만 유대인들은 안식일을 지킨다.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에 대한 규율이 너무나 많다. 심지어 자기 소유의 양이 구덩이에 빠져도 꺼낼 수가 없다. 이렇듯 엄격한 안식일에 예수가 눈먼 자를 치료하였다는 사실에 율법학자인 바리새인들은 분노했다.

안식일을 범한 것도 문제인데, 날 때부터 맹인인 자가 볼 수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므로 자초지종을 알기 위해 그 부모를 소환한다. 부모는 '이 사람이 우리의 아들인 것'과 '맹인으로 난 것을 안다'라고 진술한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 보게 되었는지' '누가 그 눈을 뜨게 했는지는 우리는 모르니 그에게 물어보소서'라고 답을 피한다. 부모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예수라는 랍비가 자기 자식의 눈을 뜨게 하는 기적을 일으켰음을 말이다. 그렇다면 왜 아들에게 공을 넘겼을까.

예수를 그리스도로 시인하는 자는 출교하기로 한 결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즉, 유대 사회에서 추방을 의미하며, 하나님 나라로 구원받지 못함을 의미한다. 물론 자식에게 일어난 일이니 자식이 답하는 것은 옳으나, 출교가 달려 있는 중요한 발언을 이제 막 세상 눈을 뜬 자식에게 돌린 것이다. 그는 앞을 못 본다는 이유로 이미 죄 가운데 태어난 죄인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는데, 눈을 뜨니 이제는 선천적 맹인이 맞긴 맞냐는 의심을 받고 쫓겨난다.

실로암 맹인은 이후 어떤 삶을 살았을까. 성경(요한복음 9장 35절~38절)에는 예수를 만나 다시금 믿음을 확인하는 간략한 후일담이 등장한다. 그 이후에 삶이 궁금하다. 죄가 많아 맹인으로 태어났다고 오명을 썼고, 눈을 뜨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한다며 쫓겨나고, 자신을 치료해 준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로 믿고 있으니, 언제고 출교는 피할 수 없지 않았을까. 부모는 출교당한 자식의 앞날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을까.

부모의 두려움은 자식의 인생이 된다

타미의 엄마는 이혼이 무슨 죄도 아닌데, 이혼 후 재혼을 했다는 이유로 과도한 비난과 냉대를 받아야 했고 평생 자기 자신을 검열하고 살았던 것 같다. 구원은 교회가 주는 것이 아니라, 신이 주는 것인데 왜 자기 자식보다 교회 공동체의 시선을 그토록 의식해야 했을까.
 
 <타미 페이의 눈> 포스터

<타미 페이의 눈> 포스터 ⓒ 월트 디즈니

 

'기적의 아이'가 된 그날부터 타미 페이는 평생 노래한다. 못났든 잘났든, 누구든 그 모습 그대로 사랑받을 수 있고 구원받을 수 있음을. 이 세상 누구도 남에게 지옥행을 판정할 자격은 없다고 말이다. 타미 엄마의 두려움은 타미의 사명이 되고, 타미의 사역은 시간이 흘러 타미 엄마의 신앙이 된다.

'기독교도 기복 신앙일 수 있다'며 야심 차게 욕망을 드러낸 존 베이커도, 사람을 사랑하는 은사를 받았다는 타미 페이도 인생의 파고를 겪으며 모든 것을 잃고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게 된다.

세상을 얻으려다 신앙만 남은 TV 전도사의 이야기 <타미 페이의 눈>은 세상 속 신앙에 대해 고민하는 크리스천이라면 꼭 한번 볼 만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덧붙이는 글 도서출판 참서림의 블로그에도 실려 있습니다
타미 페이의 눈 타미 페이 실로암 제시카 차스테인 앤드루 가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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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영화를 봐도 성경이 떠오르는 노잼 편집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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