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야차>에서 국정원의 블랙팀 감시를 담당한 한지훈 검사 역의 박해수. ⓒ 넷플릭스
최근 2년간 박해수는 꽤 바쁜 축에 속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화 산업이 위축되긴 했지만 그만큼 OTT 플랫폼이 상대적 확장을 꾀한 상황에 공교롭게 그의 출연작 다수가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로 공개됐고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화 <사냥의 시간>, 그리고 그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효했던 <오징어 게임>에 이어 최근 <야차>가 해당 플랫폼에서 공개됐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선 박해수를 '넷플릭스 공무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박해수 또한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온라인상에서 만난 그는 "정말 플랫폼 환경이 급변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 좋은 작품과 아티스트가 많은데 세계에 소개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다"며 "한국영화와 드라마에 대해 세계에서 신뢰를 갖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야차> 속 신념의 대결
액션 하드보일드 장르로 분류할 수 있는 <야차>에서 그는 중국 상해에서 신분을 가린 채 공작 임무를 수행하는 국정원 블랙팀 요원을 감시하는 한지훈 검사를 연기했다. 극중 "정의는 정의롭게 지켜야 한다"며 동료 검사의 편법을 수긍하지 않는 장면은 그의 성격을 가장 잘 대변한다. 원칙주의자인 그가 블랙팀장 지상인(설경구)을 만나고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기면서 어느 정도 신념이 바뀌는 것도 이 작품의 묘미 중 하나일 것이다.
"첩보 장르라는 것에 일단 쾌감이 있었다. 경험해보지 못한 장른데 <미션 임파서블>이나 007 시리즈 등을 재밌게 봐왔다. 시나리오 안에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저마다 개성이 분명했다. 한지훈 검사의 수난사라고도 할 수 있는데 유쾌하면서도 처절한 게 와닿았다. 원리원칙주의자 한 검사가 현장을 경험하며 시선이 다채롭게 변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의 원칙,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존중하는 건 평소 제 생각과도 좀 닮아있는 것 같았다. 지강인도 사실 방법은 다르지만 한지훈과 같은 신념이라고 이해했다. 영화 후반부엔 서로가 아주 바뀌진 않아도 어느 정도 영향을 상호 주고받는 정도로 생각했다. 아마 관객분들의 시선이 한지훈과 가장 맞닿아 있게 설정됐을 것이다."
현장 호흡이 중요했던 만큼 촬영 시간 외에 배우들끼리 사적으로 만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설경구가 주축이 돼 촬영지였던 대만 도심 인근 포장마차나 각종 맛집에서 배우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 고민을 나눌 정도로 끈끈해졌다는 후문이다. 박해수는 "대만에 도착한 날부터 설경구 선배, 이엘씨와 만났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중 야외포차에서 훠궈와 맥주를 먹었다"며 "너무 편안한 분위기에서 많은 얘길 나눴던 것 같다"고 작은 일화를 전했다.
"경구 선배는 정말 큰 사람이다. 작품 외적으로도 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셨다. 결혼한 이후 삶 등. 단순히 친해지기 위한 목적보단 인간 대 인간으로 다가와 주신 것 같다. 앞으로 저도 선배님 같은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속편에 대해서도 그는 긍정적이었다. 영화 말미 일종의 열린 결말로 속편 가능성을 열었기에 업계에선 충분히 속편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해수는 "배우 입장에서 속편을 염두에 두고 참여하진 않겠지만 어떤 작품이 잘돼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건 좋다. 잘만 만들어진다면 스태프와 배우에게도 좋은 일"이라 말했다.
"박해수 앞으로도 변함 없길"
TV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얼굴을 알리기 전까지 그는 꽤 오래 무대 공연에서 내공을 쌓았다. 급부상하기보단 꾸준함으로 작품을 해 온 그였기에 일련의 변화와 활동 범위의 확대가 놀랍게 다가올 수도 있었다. 박해수는 "저도 신기하고 이럴 수 있나 싶지만 박해수라는 배우는 크게 변화가 없다"며 "많은 작품을 소화하느라 급하게 달렸는데 잘 견딘 것 같다. 앞으로도 변함 없이 잘 해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베우는 선택받는 입장이기에 압박감은 늘 숙명과도 같다. 결과를 책임져야 할 부분도 있고. 좀 더 단단해지고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다. 다행스럽게 배우는 여러 캐릭터를 만나며 성장할 수 있는 직업이다. 또한 동료 배우와 함께 일하며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이정재 선배, 호연 배우, 허성태 형 등! 제가 닮고 싶은 면을 갖고 있는 분이 많다.
무대 연기 또한 언젠가 할 것이다. 지금 제가 잘 일하고 있는 것도 무대에 대한 갈망 덕이 아니었나 싶다.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게 물론 감사하지만 플랫폼보단 작품으로 보여야지. 연기라는 게 알면 알수록 어렵다는 걸 느낀다. 살면서 여러 감정을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서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닐지.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은데 여전히 무섭고 어렵다. 더 많이 준비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