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법을 잊어버렸다. 한껏 분위기를 끌어올린 키움 히어로즈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키움은 1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서 4-2로 승리를 거두고 7연승을 질주했다. 이날 승리로 두산을 4위로 끌어내리고 LG 트윈스와 함께 공동 2위가 됐다.

주중 시리즈까지 연승을 유지했던 두 팀이기에 어느 한 팀의 연승은 중단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그래서일까,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는 승부가 펼쳐졌고 마지막에 웃은 팀은 키움이었다.
 
 15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 경기서 승리를 확정한 이후 기뻐하고 있는 키움 선수들

15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 경기서 승리를 확정한 이후 기뻐하고 있는 키움 선수들 ⓒ 키움 히어로즈


홈런 2방에 애플러 호투... 위기서도 무너지지 않은 키움

기선제압에 성공한 것은 두산이었다. 1회말 2사 1, 3루서 허경민이 애플러의 4구째를 받아쳐 중전 안타를 만들어내면서 3루주자 안재석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키움 유격수 김주형이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으나 타구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키움이 반격에 나섰다. 2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송성문이 최원준의 패스트볼을 그대로 잡아당겨 균형을 맞추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이른 시점에 첫 득점을 뽑아낸 덕분에 선취점을 내준 것에 대한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었다.

1-1의 균형을 깬 것은 키움이었다. 5회초 1사에서 이용규와 김혜성의 연속 안타에 이어 이정후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보태면서 경기 개시 이후 처음으로 리드를 잡았다. 그 사이 2회말부터 무실점 행진을 이어나간 선발투수 타일러 애플러는 6회까지 4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해 KBO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QS(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결정적인 득점이 나온 것은 7회초였다. 선두타자 박찬혁이 두산의 두 번째 투수 최승용이 던진 패스트볼을 공략해 좌측 폴대를 때리는 큼지막한 솔로포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이정후의 1타점 적시타까지 더해져 확실하게 승기를 잡았다.

키움이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한 9회말, 마무리 투수 김태훈이 무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하더니 오재원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순식간에 두 팀의 거리가 2점 차까지 좁혀졌다. 상황에 따라서 동점 또는 끝내기를 허용할 가능성도 열려 있었다.

그러나 장승현의 인필드 플라이에 이어 정수빈의 유격수 직선타 때 2루주자 조수행까지 더블아웃되면서 경기가 그대로 마무리됐다. 루 상에 나간 주자가 한 명도 들어오지 못한 채 키움이 아슬아슬한 두 점 차의 리드를 지켜냈다.
 
 15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 경기서 7회초 솔로포를 터뜨린 키움 박찬혁

15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 경기서 7회초 솔로포를 터뜨린 키움 박찬혁 ⓒ 키움 히어로즈


전문가들 예상 뒤엎은 키움의 상승세, 어디까지?

올 시즌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5강 후보에서 키움의 이름을 제외시켰다. 주전 1루수였던 박병호(kt 위즈)의 이적과 마무리 투수 조상우의 군입대가 결정적이라는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부진한 모습을 보인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의 활약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시선이 존재했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키움의 흐름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5~7일 LG와의 주중 3연전에서 시리즈 스윕을 내준 것이 뼈아팠다. 푸이그뿐만 아니라 대체적으로 타선의 컨디션이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주말을 기점으로 키움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구 원정에서 삼성 라이온즈와의 3연전을 모두 쓸어담은 이후 12~14일 NC 다이노스와의 3연전까지 패배 없이 차곡차곡 승수를 쌓아갔다. 그 사이 하위권에 있던 키움도 순위를 한 단계씩 끌어올려 16일 현재 공동 2위까지 올라왔다.

이용규와 김혜성으로 이어지는 테이블세터는 여전히 건재하다. 파괴력이 있는 이정후-푸이그-송성문 중심타선 역시 남부럽지 않고, 신인 선수 가운데 가장 존재감이 뚜렷한 박찬혁이 하위 타선에서 힘을 실어주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박병호의 공백도 서서히 지워지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안우진과 에릭 요키시, 애플러, 정찬헌, 최원태가 버티는 수준급 선발진과 이승호, 하영민, 김재웅, 김태훈 등이 포진된 불펜도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특히 마무리 투수로 낙점된 김태훈은 7경기 7이닝 5세이브 ERA 1.29로, 마무리 투수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이제 12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전문가들의 예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키움이 계속 상승 곡선을 그려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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