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꼭 필요한 카드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나올 때마다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쉬움을 남긴다. '김범수 딜레마'에 빠진 한화 이글스의 이야기다.

한화는 14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서 3-8로 패배하면서 시리즈 스윕패를 당했다. NC 다이노스와 함께 공동 9위로 주말 3연전을 맞이하게 됐다.

이날 대부분의 구단이 1선발 혹은 2선발을 내세운 것과 다르게 한화만 5선발을 소화 중인 박윤철을 선발로 내세웠다. 현실적으로 데이비드 뷰캐넌과의 맞대결에서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문제는 선발이 아닌 다른 곳에서 드러났다.
 
 14일 삼성과의 원정 경기에서 패전 투수가 된 한화 좌완투수 김범수

14일 삼성과의 원정 경기에서 패전 투수가 된 한화 좌완투수 김범수 ⓒ 한화 이글스


리드 지켰어야 하는데... 와르르 무너진 김범수

1회 초와 2회 초 2이닝 연속 득점으로 기분 좋게 출발한 한화는 예상 외로 경기 중반까지 리드를 잡았다. 선발 투수 박윤철이 4이닝을 끌고 가는 동안 1실점만 기록하면서 나름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었다.

박윤철에 이어 5회 말부터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김범수였다. 어쩔 수 없이 불펜 투수를 많이 소모할 수밖에 없는 날이었지만, 수베로 감독 입장에서는 가장 먼저 구원 등판하는 김범수가 최대한 실점 없이 팀의 리드를 지켜주길 바랐다.

5회 말에는 이렇다 할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다. 선두타자 김재혁에게 안타를 허용한 김범수는 후속타자 김상수를 병살타로 돌려세운 이후 강한울을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문제는 6회 말에 터졌다. 김범수가 선두타자 호세 피렐라에게 추격의 솔로포를 허용해 흔들리기 시작했고, 후속타자 김태군의 안타에 이어 오재일에게 역전 투런포를 헌납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세 명의 타자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앞서가던 한화가 한순간에 리드를 빼앗기는 순간이었다.

김범수를 공략하자 깨어나기 시작한 삼성 타선은 6회 말에만 세 점을 더 보태서 4점 차까지 달아났다. 여기에 8회 말 피렐라의 1타점 적시타로 승기를 굳혀 시리즈 스윕을 달성했다. 자신이 내준 실점에 편히 쉴 수 없었던 삼성 선발 뷰캐넌도 승리에 가까워지면서 한결 부담을 덜어내는 모습이었다.

불펜에 없어선 안 되는 투수...김범수의 분발이 필요하다

김범수에 대한 고민은 단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길게 보면 수 년간 한화가 안고 있던 문제이기도 하고, 짧게 보더라도 올 시즌 개막 이후 5경기서 실점을 내준 경기가 세 차례나 될 정도로 실망스러운 투구를 선보였다.

특히 올 시즌 5경기 4⅔이닝을 소화하면서 피안타나 사사구가 없었던 경기는 10일 kt 위즈전 딱 한 차례뿐이다. 김범수의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는 무려 2.36으로, 이닝당 2명 이상의 주자를 내보낸 셈이다.

2015년에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은 김범수는 지금까지 선발 전환을 비롯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면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늘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닌 불안한 제구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14일 삼성전의 경우 자신의 주무기인 패스트볼 구속도 평소보다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14일 삼성전서 김범수의 평균 패스트볼 구속은 143.7km로 올 시즌 평균(146.8km)보다 약 3km 낮았고 지난해 평균 패스트볼 구속(148.3km)과는 5km 가까이 차이가 났다.

그렇다고 해서 수베로 감독이 김범수 카드를 그냥 놔둘 수만은 없다. 어떻게든 활용을 해야 한다. 노쇠화 속에서도 뒷문을 지켜야 하는 정우람, 돌아오지 못한 강재민의 공백 등 여러 측면에서 김범수의 분발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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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김범수 KBO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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