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지시 강을준 감독 13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고양 오리온-울산 현대모비스 경기. 오리온 강을준 감독이 작전지시하고 있다.

▲ 작전지시 강을준 감독 13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고양 오리온-울산 현대모비스 경기. 오리온 강을준 감독이 작전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남자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이 파죽의 3연승을 내달리며 4강 플레이오프 무대에 안착했다. 13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 3승제) 3차전 경기에서 오리온은 울산 현대모비스를 89-81로 제압했다.
 
머피 할로웨이가 트리플더블에 불과 어시스트 1개가 부족한 26득점 21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오리온의 승리를 견인했다. 토종 에이스 이대성도 22득점 2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뒤를 받쳤고, 이정현이 18득점, 최현민 14득점, 이승현 9득점 5리바운드 등 주축 선수들이 나란히 제 몫을 다해줬다.
 
오리온은 앞선 1, 2차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한 데 이어 3차전까지 잡아내며 예상밖 3연승으로 수월하게 6강 플레이오프를 끝냈다. 오리온이 4강에 오른 것은 추일승 감독 시절이던 2016-2017 시즌 이후 무려 5년 만이다. 이제 오리온은 정규리그 1위 서울 SK와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놓고 5전 3승제의 승부를 벌이게 됐다.
 
오리온은 불과 2년 전인 2019-2020시즌(코로나19로 조기 종료)만 해도 13승 30패로 최하위에 그쳤다. 대대적인 변화에 돌입한 오리온은 감독 교체를 단행하여 야인으로 머물던 강을준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택했고 FA(자유계약선수)로 이대성을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코트의 성리학자' 강을준 감독은 2011년 창원 LG 사령탑에서 물러난 이후 무려 9년만의 프로무대 복귀였다. 역대 프로농구 감독 중 가장 오랜 공백기를 거쳐 현장으로 돌아온 사례였다. 강 감독은 재임 기간 소속팀을 꾸준히 6강플레이오프로 이끌었지만 단기전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였고, 지도력에 있어서도 평가가 엇갈렸기에 오리온의 선택은 모험으로 여겨졌다.
 
이대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우승 주역으로 활약하며 리그 최고의 듀얼가드 중 한 명으로 꼽혔지만, 바로 전 소속팀인 전주 KCC에서는 팀 시스템에 녹아들지 못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만의 소신과 농구철학이 뚜렷한 모습 때문에 지도자들이 다루기 어려운 선수로도 꼽혔다. 보수적인 강을준 감독과 이대성의 궁합이 과연 잘 맞을지 의구심의 시선이 많았다.
 
오리온 '마지막 퍼즐' 채운 할로웨이

 
할로웨이 시원한 덩크슛 13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고양 오리온-울산 현대모비스 경기. 오리온 할로웨이가 덩크슛하고 있다.

▲ 할로웨이 시원한 덩크슛 13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고양 오리온-울산 현대모비스 경기. 오리온 할로웨이가 덩크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리온은 2020-2021시즌 KBL 컵대회 우승에 이어 정규리그에서는 28승 26패로 4위에 오르며 2년 만의 6강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강을준 감독은 부임 첫해 현장감각과 리더십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고 다시 팀을 PO무대로 올려놨고, 이대성은 MVP 후보로 거론될 만큼 맹활약으로 오리온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우려했던 두 사람의 케미도 의외로 화기애애했다. 비록 단기전에서는 인천 전자랜드의 벽을 넘지 못 하고 아쉽게 패배했지만 '절반의 성공'이라고 하기에 충분한 성과였다.
 
'감독 리스크'와 '토종 에이스'에 대한 우려를 해소한 오리온의 마지막 숙제는 '외국인 선수'였다. 오리온은 최근 몇 년간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강을준호에서도 외국인 선수 딜레마는 개선되지 않아 제프 위디, 데빈 윌리엄스, 미로슬라브 라둘리차 등 뽑는 선수들마자 기량 미달이거나 팀이 원하는 스타일과 맞지 않아 말썽이었다. 리그 정상급의 국내 선수 전력을 보유하고도 외국인 선수가 '성적 억제기'라는 웃지못할 평가까지 들어야했다.
 
해답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었다. 머피 할로웨이는 2021-2022시즌 개막 때만 하더라도 2옵션인 백업 외국인 선수로 출발했다. 하지만 1옵션으로 기대했던 라둘리차의 예상밖 부진으로 사실상 주전 자리를 꿰찼고,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놀라운 활약을 선보이며 뜻밖의 대박을 터뜨렸다.
 
할로웨이는 신장이 196cm로 빅맨으로는 크지 않음에도 단단한 체구와 하체를 바탕으로 자신보다 신장이 크고 명성이 높은 상대 에이스 외국인 선수 사이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가로채기 전체 1위(2.2개)에 오를 만큼 빼어난 가로수비능력을 활용하여 여러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장면을 연출해냈다.
 
지난 2월에는 코로나 확진으로 한동안 컨디션 난조를 드러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책임감있게 묵묵히 코트를 지켜내며 오리온의 '복덩이'로 거듭났다. 오리온은 6강플레이오프 경쟁이 치열하던 5, 6라운드에 이승현의 부상 공백에도 불구하고, 할로웨이와 이대성의 원투펀치가 빛을 발하며 정규리그 5위를 확정할 수 있었다.
 
정규리그에서 평균 28분 동안 5.1득점, 10.8리바운드의 더블-더블을 기록했던 할로웨이는 현대모비스와의 6강플레이오프에서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활약을 선보였다. 할로웨이는 3차전까지 평균 21.7점 16.3리바운드 5.3어시스트 2.0스틸 3.0블록의 괴물같은 원맨쇼를 선보였다. 심지어 3차전에서는 자신의 KBL 커리어 사상 첫 20-20(득점-리바운드)까지 달성했다. 상대적으로 현대모비스가 1옵션 외인 라숀 토마스에 이어 이우석-박지훈까지 부상을 당하며 한결 플레이가 수월해진 덕도 봤다.
 
KBL 플레이오프에서 20-20이 나온 것은 역대 13번째다. 특히 어시스트까지 9개를 동시에 기록한 것은 할로웨이가 사상 최초다. 만일 할로웨이가 어시스트 1개만 더 추가했다면 전대미문의 '20-20-10 트리플더블'이라는 진기록이 나올 뻔했다. 개인기량에 비례하여 이기적인 스타들도 많은 프로무대에서, 할로웨이는 그야말로 모든 감독들이 사랑할 만한 외국인 선수들의 모범을 보여주며 오리온에게 절실하던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강을준-이대성-할로웨이, 이변 만들까
 
펄펄나는 이대성 13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고양 오리온-울산 현대모비스 경기. 오리온 이대성이 슛하고 있다.

▲ 펄펄나는 이대성 13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고양 오리온-울산 현대모비스 경기. 오리온 이대성이 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을준 감독은 지도자 경력 플레이오프 시리즈 첫 승리와 4강 진출이라는 업적을 세웠다. 강 감독은 올해 이전까지만 해도 4번의 6강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모두 탈락했고 경기 전적이 2승 12패에 그치며 단기전에서 유난히 약한 모습으로 '6강을준'이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비록 상대의 전력누수로 인한 수혜를 크게 보긴 했지만, 정규시즌 순위에서 앞선 현대모비스를 업셋하며, KBL 최고의 지략가로 꼽히는 유재학 감독에게 3연승으로 스윕했다는 것은 강 감독에게도 지도자 인생에 뜻깊은 순간으로 남을 전망이다.

또한 이대성은 현대모비스와 유재학 감독을 떠나 다른 팀에서도 홀로서기에 성공할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던 시선을 확실한 느낌표로 바꿨다. 오리온에서 2년 연속 정규리그 베스트5에 선정됐고 꼴찌에 그쳤던 팀을 6강-4강으로 스텝업시키며 충분히 한 팀을 이끌 수 있는 에이스라는 것을 증명했다. 공교롭게도 6강 PO에서는 친정팀과 옛 스승을 만나 1차전에서 다소 부진했지만, 2, 3차전에서는 평균 23.5점을 폭발시키며 자신의 성장을 스스로 증명했다.
 
오리온의 4강진출은 '미생'에 그쳤던 세 남자가 의기투합하여 세간의 불신과 의심을 극복하고 '완생'으로 진화해나가는 한 편의 성장드라마를 보여줬다. 폭발적인 상승세의 오리온이 내친김에 정규리그 1위 SK를 상대로도 이변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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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할로웨이 이대성 강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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