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과 수비 모두 잔실수가 많았고, 어딘가 모르게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연장전을 치르지 않았는데 경기시간이 무려 3시간 54분이나 소요될 정도로 삼성 라이온즈는 화요일부터 많은 체력을 소모해야 했다. 그러나 값진 1승을 챙겼고, 그 중심에는 베테랑 선수들이 있었다.

삼성은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서 6-5로 1점 차 승리를 거두었다. 3일 kt 위즈전에 이어 2연승을 달리면서 공동 3위가 됐다.

결과는 좋았으나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이날 선발투수로 나선 원태인이 경기 초반만 해도 잘 버티다가 5회말 들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6회말 양석환에게 솔로포를 헌납한 이후 마운드서 내려갔다.

3회초와 5회초 각각 한 점씩 뽑아내는 데 그친 삼성으로선 경기 후반 반전이 필요했는데, 베테랑 선수들이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5일 두산과의 원정 경기서 7회초 역전 투런포를 때린 이후 기뻐하고 있는 삼성 포수 강민호

5일 두산과의 원정 경기서 7회초 역전 투런포를 때린 이후 기뻐하고 있는 삼성 포수 강민호 ⓒ 삼성 라이온즈

 
김태군에 이어 강민호까지 '영웅'이 됐다

선발 투수 이영하가 내려간 이후 추격조를 가동하던 두산 불펜이 갑자기 바빠졌고, 양석환의 역전포로 리드를 잡자 곧바로 필승조를 준비했다.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 시리즈서 연이틀 구원 등판한 홍건희가 불펜에 모습을 드러냈다.

홍건희가 등판한 7회초, 선두타자 김지찬의 땅볼 타구 때 두산 유격수 안재석이 포구 실책을 범하자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여기에 오선진의 희생번트에 이은 피렐라의 1타점 적시타로 균형을 맞춘 삼성은 동점에 만족하지 않았다.

1사 1루서 홍건희의 2구째를 공략한 강민호가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쏘아올려 단숨에 역전에 성공했다. 투수 친화적인 구장으로 정평이 난 구장이었음에도 강민호의 타구가 한참을 날아가 담장 밖에 떨어지면서 두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강민호가 기록한 유일한 안타였지만, 그 1개의 안타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 터져나왔다. 그것도 승기를 굳히기 위해 등판했던 홍건희를 상대로 홈런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한방이었다.

공교롭게도, 구자욱과 오재일 등 주전급 야수 없이 개막을 시작한 삼성이 승리를 기록한 두 경기서 결승타의 주인공이 모두 포수였다. 3일 경기서는 9회초 싹쓸이 3타점 적시타를 때린 김태군이, 5일 두산전에서는 또 한 명의 베테랑 포수 강민호가 영웅이 됐다.
 
 5일 두산과의 원정 경기서 9회말에 등판해 팀의 1점 차 리드를 지킨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

5일 두산과의 원정 경기서 9회말에 등판해 팀의 1점 차 리드를 지킨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 ⓒ 삼성 라이온즈

 
'베스트' 아니었지만... 상대 중심타선 막은 오승환

사실 강민호의 홈런이 결승타로 기록됐지만, 그 이후 추가 득점이 없었다면 삼성이 확실하게 이날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5회말부터 조금씩 점수를 뽑아나간 두산이 경기 후반까지 상대를 물고 늘어졌다.

삼성이 1점 차로 앞선 9회말, 불펜에서 준비를 마친 오승환이 마운드로 향했다. 직전 등판이었던 3일 kt전서 1이닝 4피안타 2실점을 기록하는가 하면, 생각보다 구속이 나오지 않는 등 부진했던 기억을 씻어내기 위해서 깔끔한 마무리가 필요했다.

그러나 아웃카운트 3개를 잡는 과정이 힘겨웠다. 선두타자 허경민이 유격수 오선진의 송구 실책으로 출루했고, 김재호의 희생번트로 득점권 위기를 맞이했다. 게다가 호세 페르난데스와 김재환, 장타력을 갖춘 좌타자들이 차례로 기다리고 있었다.

오승환은 굴하지 않았다. 5구 모두 패스트볼을 꽂아넣어 페르난데스를 1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이후 김재환에게도 패스트볼 2개를 던져 중견수 플라이를 잡아냈다. 이날도 오승환의 최고구속은 142km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자신감 있는 투구를 선보이며 경기를 매듭지었다.

시즌 초반 순위 경쟁을 펼치기 위해서는 현재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이 합심해서 버텨야 한다. 주전급 야수와 투수가 대거 전력에서 이탈해 팀을 꾸려가는 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솔선수범하는 베테랑 선수들의 모습이 삼성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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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BO리그 삼성라이온즈 강민호 오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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