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빈(사진 왼쪽)과 버바 젠킨스

조성빈(사진 왼쪽)과 버바 젠킨스 ⓒ PFL 제공

 
선수 생활 처음으로 연패에 빠진 '코리안 팔콘' 조성빈(30, 익스트림 컴뱃)이 미국 종합격투기대회 '프로페셔널 파이터스 리그(Professional Fighters League)'에서 부활을 꿈꾼다. PFL 페더급(-66㎏) 정규시즌이 그 무대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대회에 참가한다.

PFL은 2012~2017년 월드 시리즈 오브 파이팅(WSOF) 시절부터 UFC 다음가는 미국 대회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특이한 점은 대회를 치르는 방식이다. '리그+플레이오프'로 챔피언을 가리고 있는데 구기종목도 아닌 개인 스포츠 격투기에서는 상당히 생소한 시스템이다. UFC 등 기존 메이저 단체들과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만큼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까지 거두게 된다면 금세 미국 현지에서 이름을 알리는 게 가능해진다.

2018년도까지의 조성빈은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었다. 일본 에이토이스 챌린지 파이트 및 워도그 케이지 파이팅 챔피언, 한국 TFC 잠정 챔피언을 지내는 등 잘생긴 외모에 더해 성적까지 좋았던지라 차세대 국내 MMA를 이끌어갈 최고의 유망주로 꼽혔다. 이를 입증하듯 데뷔 후 9연승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데뷔 5년 만에 UFC 무대까지 진출했다. 정찬성의 뒤를 이을 기량과 상품성을 갖춘 선수라는 극찬까지 쏟아졌다.

아쉽게도 거칠 것 없던 상승세는 UFC 데뷔전에서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2019년 6월 2일 스웨덴 스톡홀름 에릭슨 글로브서 열린 UFC Fight Night 153 'Gustafsson vs. Smith'대회서 '키드 다이나마이트(Kid Dynamite)' 다니엘 테이머(34, 스웨덴)에게 만장일치 판정패를 당하며 새벽시간에 그를 응원했던 국내 팬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당시 조성빈은 9승 무패(KO승 5회, 서브미션승 4회)의 완벽한 전적을 자랑하고 있던 반면 상대는 3연패로 퇴출위기에 처해있던지라 우세가 예상됐으나 경기 결과는 정반대였다. 물론 세상에 완벽한 선수는 없는지라 패배는 당할 수 있다. 문제는 경기 내용이다. 패배도 패배지만 체급 내 최약체급 선수를 맞아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컸다.

초반부터 저돌적으로 들어온 테이머와 달리 조성빈은 소극적인 경기운영을 펼쳤다. 체급 내 최고 수준의 신장(180.34cm)을 살려 유효타 중심의 전략으로 단신(165.1cm) 테이머를 공략할 것이다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더 이상 패하면 끝이다'는 간절함을 가슴에 품고 옥타곤에 올라온 테이머는 초반부터 필사적으로 조성빈에게 달려들었다. 장신인 조성빈의 거리 안으로 들어와 거칠게 훅을 휘두르는가하면 테이크다운까지 성공시켰다.

반면 조성빈은 카운터 타이밍이 수없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2라운드부터는 대놓고 거리를 두고 피하기만 하는 등 버티기 일변도로 나오며 지켜보던 팬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멀리 스웨덴까지 날아가서 싸운 이유를 모르겠다', '팔콘이 아니라 아무데서나 빵빵 터지는 팝콘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는 국내무대서 활약하던 당시 잠재력 라이벌로 꼽히던 '스팅' 최승우(29, 프리)와도 크게 비교됐다. 최승우는 러시아에서 있었던 UFC 데뷔전 당시 모브사르 에블로예프(28, 러시아)에게 완패를 당하기는 했지만 근성 있게 버티어내며 박수를 받은 바있다. 기량에서 딸렸을 뿐 투지에서 밀리지는 않았다.

데뷔전에서의 다른 경기 내용은 이후 양선수의 행보를 가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최승우는 이어진 다음 경기에서마저 패했지만 이후 3연승을 만들어내며 UFC 정착에 성공했다. 직전 경기에서 패하며 연승이 끊어지기는 했지만 그동안 해온 것이 있고 경기내용도 재미있는 편인지라 당분간 옥타곤 무대서 생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반면 조성빈은 데뷔전이 UFC에서의 마지막 경기였다. 주최측은 단 한 번만 경기를 치렀을 뿐인 조성빈을 그대로 방출시키고 말았다. 계약위반, 약물 적발 등의 사례를 제외하면 1전 퇴출이라는 것은 흔치않은 경우다. 더욱이 한창 젊은 나이를 감안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주최측에서 당시 경기에 대해 얼마나 큰 실망감을 느꼈는지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PFL 정규시즌 대진표

PFL 정규시즌 대진표 ⓒ PFL 제공

 
1경기 만에 UFC에서 떠나게된 조성빈은 지난해 PFL무대서 복귀전을 가졌지만 아쉽게도 또다시 패배하며 선수생활 처음으로 연패를 당하게 된 상태다. 이제는 적지않은 나이를 감안했을 때 재도약을 위해서라도 승리가 절실한 입장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PFL에 참가하게 된 그는 오는 29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서 있을 2022 PFL #2 제5경기를 통해 '배드맨(BAD MAN)' 버바 젠킨스(34, 미국)와 맞붙는다.

2007 세계청소년레슬링선수권 자유형 -66㎏ 금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대 젠킨스는 결코 쉽지않은 상대다. 그는 2011년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레슬링부 소속으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1부리그 -71㎏ 토너먼트 우승을 차지하고 종합격투기로 전향했다. 라이트급(-70㎏)에서 활동하다 2014년 페더급으로 내려왔다.

2018~2019년에는 아랍에미리트 종합격투기대회 'UAE워리어스' 챔피언을 지냈다. PFL에 데뷔한 2021시즌에는 페더급 정규리그 3위로 진출한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동체급 최고 수준의 레슬링 실력에 더해 통산 16승 중 넉아웃 승리가 6번(38%)이나 있을 정도로 한방파워까지 갖추고 있다. 첫경기부터 난적과 맞붙은 셈이다.

2022 PFL 페더급 정규시즌 후반기 경기는 오는 6월 25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치러진다. 조성빈이 리그전 합계 성적 4위 안에 들면 8월 열리는 플레이오프 준결승 참가 자격을 얻는다. 플레이오프 우승자에게는 상금 100만 달러(12억 원)가 주어진다. 연패 수렁에 빠진 조성빈이 PFL 무대서 부활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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