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박건우(NC 다이노스)의 이적,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의 개막전 등판 불발 등 악재를 안고 개막전을 맞이한 두산 베어스가 경기장을 방문한 홈 팬들에게 승리로 보답했다.

두산은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6-4로 꺾고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역대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6할이 훌쩍 넘는 승률을 기록하던 팀답게 올해도 첫 단추를 잘 끼웠다.

결과도 결과이지만, 경기 내용에서 몇 가지 희망을 발견했다. 특히 개막전 선발 투수로 등판해 5이닝을 꾸역꾸역 소화한 로버트 스탁의 투구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집중력을 발휘한 타선, 타 팀 부럽지 않은 불펜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2일 한화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2회말 동점 투런포를 터뜨린 이후 김주찬 코치와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는 양석환(왼쪽)

2일 한화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2회말 동점 투런포를 터뜨린 이후 김주찬 코치와 가위바위보를 하고 있는 양석환(왼쪽) ⓒ 두산 베어스

 
시즌 1호 홈런으로 존재감 드러낸 양석환

1회초 터크먼과 하주석의 1타점 적시타로 두 점을 내준 두산은 곧바로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선봉장 역할을 한 선수는 '우타 거포' 양석환이었다. 2회말 무사 1루서 김민우의 3구째를 그대로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다음 타석에서도 내야 안타를 기록해 이날 양석환의 최종 성적은 3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자동고의4구로 1루에 나간 것까지 포함하면 3출루 경기를 펼쳤다. 첫 경기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냈다.

스프링캠프를 치르던 중 내복사근 손상을 진단 받아 잠시 팀 전력에서 이탈해야 했던 양석환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린 덕분에 완벽한 몸상태로 개막전을 치를 수 있었다. 1루 수비를 소화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특히 박건우가 이탈한 만큼 타선의 무게감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페르난데스-김재환-양석환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개막전부터 정상적으로 힘을 보태면서 우려를 불식시키는 모습이었다.
 
 2일 한화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5회말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린 김인태

2일 한화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5회말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린 김인태 ⓒ 두산 베어스


중요할 때 한 방, 박건우 공백 지워버린 김인태

승부의 추가 두산 쪽으로 기울어진 것은 양석환이 자동고의4구로 출루한 5회말이었다. 한화 벤치에서는 양석환 대신 김인태와 2사 만루에서 승부하는 것을 택했고, 한화의 선택이 틀렸음을 김인태가 증명해 보였다.

김민우가 던진 공이 3개 연속으로 존을 외면하면서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한 김인태는 김민우의 5구째를 공략해 우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그 사이 3루 주자와 2루 주자가 홈을 밟아 두 점을 추가한 두산이 3점 차로 달아났다.

이날 김인태가 기록한 유일한 안타였지만, 그 안타 1개가 결과적으로 승부에 큰 영향을 주었다. 만약 김인태가 이 기회서 추가 득점을 뽑아내지 못했다면 6회 이후 두 팀의 경기가 어떤 양상으로 흘러갔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벤치에서 머물렀던 강진성, 교체 출전한 조수행과 안권수까지 두산 외야진은 박건우가 빠져나갔어도 여전히 탄탄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FA 이적으로 팀을 떠나는 선수들이 나와도 묵묵하게 첫 경기를 치렀다.
 
 2일 한화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4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임창민

2일 한화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4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임창민 ⓒ 두산 베어스


든든한 셋업맨, 첫 경기부터 필승조로 나온 임창민

5회초까지 97구를 던진 스탁이 불펜에게 마운드를 넘겨주고 나서도 한화의 거센 추격이 계속됐다. 7회초에는 터크먼과 노시환의 연속 2루타로 2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이미 '필승카드' 홍건희를 6회초에 꺼내든 두산으로선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두산에게는 또 다른 '필승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시즌 이후 NC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임창민이 그 주인공이었다. 7회초 1사 2루서 등판해 김태연과 노수광을 각각 뜬공, 땅볼로 잡고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낸 임창민은 8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와서 이성곤-이원석-정은원을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시즌 첫 경기부터 2점 차 리드를 지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 임창민은 피안타, 볼넷 1개 없이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패스트볼, 슬라이더, 포크볼 등을 적절히 활용해 한화 타자들을 요리했다.

이전보다 구위가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임창민이지만, 이영하의 선발 로테이션 합류와 박치국의 공백 등 불펜 보강이 필요했던 두산으로선 임창민을 영입하며 한숨을 돌렸다. 개막전부터 김태형 감독의 믿음에 부응한 만큼 지난해보다 필승조 사정이 한결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어도 희망적인 요소를 충분히 찾을 수 있는 경기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올 시즌 5강 예상에서 두산을 제외시킨 가운데, 그 예상을 뒤엎고 좋은 분위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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