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수 휴-테레사 강-마이클 엘렌버그 수 휴 각본 및 총괄 제작, 테레사 강 총괄 프로듀서, 마이클 엘렌버그 총괄 프로듀서가 16일 미국 LA에서 열린 Apple Original Series <파친코>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25일부터 4월 29일까지 매주 금요일 한 편씩 공개.

▲ '파친코' 수 휴-테레사 강-마이클 엘렌버그 수 휴 각본 및 총괄 제작(가운데), 테레사 강 총괄 프로듀서(왼쪽), 마이클 엘렌버그 총괄 프로듀서가 16일 미국 LA에서 열린 Apple Original Series <파친코>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25일부터 4월 29일까지 매주 금요일 한 편씩 공개. ⓒ Apple TV+

 
 
국제무대에서 아시안 문화와 콘텐츠가 변방 취급받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등이 전 세계의 환호를 받은 뒤 업계에선 음으로 양으로 한국 콘텐츠 혹은 관계자와 협업하기 위한 움직임이 자주 포착된다. 오는 25일부터 공개될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는 그런 시도 중 가장 화려하고 의미 있는 결과물일 것이다.
 
이민진 작가의 원작 소설을 드라마화 한 <파친코>는 일제강점기와 1970, 80년대를 아우르며 총 4대가 겪은 가족의 역사를 다룬다. 대하 드라마로 분류할 수 있지만 우리가 알던 구성이 아니다. 항상 약자거나 조력자로 묘사되곤 했던 여성을 중심으로 한 가족이 어떻게 생명력을 이어왔고, 사랑으로 연결돼 있는지 교차 편집을 통해 보여준다. 
 
지난 18일 해당 드라미 각본 및 기획을 맡은 수 휴, 총괄 기획을 담당한 테레사 강, 마이클 엘렌버그 프로듀서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세 사람은 가망 없어 보였던 프로젝트가 글로벌 채널로 전 세계에 공개되게 된 것을 두고 서로에게 공을 돌렸다.
 
흔들리지 않았던 믿음
 
"수 휴 피디님을 비롯해 우리가 먼저 소설의 판권을 확보한 뒤 여러 곳을 돌며 제안했다. 결과적으론 애플과 함께하게 됐다. 기획 초기 때만 해도 한국어, 영어, 일본어로 이뤄진 <파친코> 시리즈가 성공한다고 예상한 건 우리 뿐이었을 것이다. 수 휴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마치 과거와 현재의 대화처럼 구성하자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금전적 재원이 절실하던 때였다. 근데 그가 프레젠테이션을 30분 간 이어갈 때마다 투자자들이 눈물을 흘리더라. 속으로 이거 되겠다 싶었다. 여러 곳에서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애플TV와 함께 하면 전 세계에 이야기를 호소할 수 있겠다 싶어서 결정했다." (마이클 엘렌버그)
 
"그게 4년 전이었다. 당시엔 아시안이 전면에 선 작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라는 영화가 막 나오던 때였다. 제발 흥행하라며 우리끼리 기원하고 그랬다. <기생충>은 나오기도 전이었지. 우리 프로젝트가 위험도가 좀 높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시대극인 데다가 아시안 캐스팅이라. 근데 수 휴 피디님의 발표가 너무 감동적이었다. 제가 20년간 일하며 봤던 그 어떤 발표 중 가장 감명 깊었다. 각 투자사 간부급들이 눈물 흘리는 걸 보며 보편적 정서가 있는 이야기임을 확신하게 됐다. 그 당시엔 참 무모한 도전이긴 했다." (테레사 강)
 

두 사람의 말대로 <파친코>는 선자(윤여정)라는 인물을 중심축으로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손자와 그들의 가족을 넘나들며 인류 보편 정서인 사랑과 이해라는 주제를 설파한다. 총 8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될 예정인데 수 휴 프로듀서는 시즌 하나로 끝날 이야기가 아님을 강조했다. 아시안, 그것도 자이니치(재일교포)라는 소수의 그룹을 다룸에 있어서 그는 매우 진중한 태도를 갖고 있었다.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 관련 이미지.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 관련 이미지. ⓒ 애플TV

 
"방대한 책을 한 시즌으로 끝내는 건 불가능하다. 아직도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 많다. 너무도 사랑받은 책이라 부담도 물론 있지만 원작 그대로 구현하기보단 제가 해석하고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편집을 통해 세대 간 소통을 우선 전달하고 싶었다. 특히 책 자체는 픽션이지만 주인공인 선자가 살아낸 역사는 실제라는 걸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역사 검증과 고증에 정말 신경 썼다. 저도 한국 역사의 흐름은 학교에서 배우긴 했지만 미국에선 자세히 다루지 않기에 자이니치의 존재를 몰랐다. 제대로 탐구하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재키 킴 등의 역사학자를 만났다. 그분 도움으로 자이니치 2세대, 3세대를 만날 수 있었고, 시즌 마지막회에 다큐멘터리처럼 그분들 인터뷰를 담을 수 있었다.
 
각본팀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건 오류를 줄이는 것이었다.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발견되면 빈틈을 채우려 애썼다. 3,40명에 달하는 자문 학자를 뒀고, 음식 전문가, 일본 관동 대지진 전문가, 심지어 1980년대 일본 부동산 법 전문가도 초빙해서 자문을 구했다. 그만큼 역사 고증을 충실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수 휴)

 
환상의 배우 조합
 
탄탄하게 각본을 구성한 다음은 캐스팅이 관건이었다. 제작진은 선자 역의 윤여정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냈다. 여기에 더해 어린 선자 역의 김민하나 선자의 손자 솔로몬을 연기한 진하 또한 신선한 얼굴로 관객에게 현실감을 줄 수 있었다. 오디션을 여러 차례 본다는 말에 윤여정은 출연을 거절하기도 했지만, 이내 제작진의 설득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윤여정 선생님은 이젠 세계적으로도 전설 같은 분이다. 작품을 보면 그분이 선자라는 걸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다른 캐릭터와 교감도 뛰어나셨다. 미국 제작 환경에선 오디션을 관행적으로 거듭해서 진행한다. 테이프 오디션, 콜백 오디션, 나중엔 조합을 맞춰 오디션을 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전 이 과정을 좋아한다. 최고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에 따라 각자가 훌륭해도 조화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거든. <파친코> 또한 배우를 한 쌍씩 맞춰 호흡을 보는 페어 오디션을 긴 시간 진행했다.
 
가장 어려웠던 캐스팅은 솔로몬이었다. 한국어, 일어, 영어, 간사이 사투리까지 다 소화해야 했거든. 카멜레온처럼 다재다능한 배우이길 원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샅샅이 뒤졌다. 그러다가 진하 배우를 만났다. 몇 년 전 그가 출연한 브로드웨이 공연을 제가 봤기에 더 특별한 기억이었다. 일어를 전혀 못한다고 했는데 연기를 보며 언어에 천부적 재능이 있다고 느꼈다. 정말 빠르게 터득하더라. 김민하 배우는 좀 늦게 합류했다. 젊은 선자 캐스팅을 걱정하기 시작했을 때 그의 테이프를 봤다. 눈빛에 진정성이 보였다. 배우들의 목소리나 대사는 훈련으로 나아질 수 있지만 눈빛은 속이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선자에 걸맞은 진정성이 느껴졌다." (수 휴)

  
한 자리에 모인 '파친코' 윤여정, 김민하, 이민호, 진하 배우 등과 제작진들이 16일 미국 LA에서 열린 Apple Original Series <파친코>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25일부터 4월 29일까지 매주 금요일 한 편씩 공개.

▲ 한 자리에 모인 '파친코' 윤여정, 김민하, 이민호, 진하 배우 등과 제작진들이 16일 미국 LA에서 열린 Apple Original Series <파친코>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25일부터 4월 29일까지 매주 금요일 한 편씩 공개. ⓒ Apple TV+

 
제작진의 목표는 적어도 시즌 4까지 <파친코>를 이어가는 것이다. 테레가 상 프로듀서는 이에 "이민자와 소수자를 따뜻하게 조명한다는 점, 캐릭터들이 다 다채롭고 각자의 매력이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이민자들이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여러 곳에 존재한다. 그런 이야기에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테고, 아시안과 한국인의 휴머니즘을 담고 있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고 작품의 의미를 강조했다.  
파친코 윤여정 이민호 애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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