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윤여정 윤여정 배우가 16일 미국 LA에서 열린 Apple Original Series <파친코>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25일부터 4월 29일까지 매주 금요일 한 편씩 공개.

▲ '파친코' 윤여정 윤여정 배우가 16일 미국 LA에서 열린 Apple Original Series <파친코> 시사회.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25일부터 4월 29일까지 매주 금요일 한 편씩 공개. ⓒ Apple TV+


 

2017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직후에도 근현대 한국인, 그것도 자이니치(재일교포) 이야기가 전 세계인 앞에 드라마로 선보여질 줄 상상이 됐을까. 일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1970년대를 관통해 온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가 오는 25일 애플TV를 통해 공개된다.
 
배우 윤여정과 이민호, 그리고 재미교포 진하를 비롯해 신인 김민하 등 신구 및 세대를 아우른 이들이 이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드라마는 선자(윤여정, 김민하)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4세대에 걸친 한 가족의 아픔과 투쟁, 사랑을 다루고 있다.
 
소수자의 보편적 이야기
 
미국 LA에서 평단에 먼저 공개된 직후 반응이 뜨거웠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 사람들이 겪은 비극으로 치부하기엔 이 드라마가 품고 있는 가족애, 이민자의 정서라는 보편성이 더욱 두드려졌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막 프리미어 시사를 마친 뒤 선자 역의 배우 윤여정, 그리고 선자의 손자 솔로몬 역을 맡은 배우 진하를 18일 오후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소수자의 이야기면서도 <파친코>는 인류 보편의 감정과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게 두 배우의 해석이었다. 진하는 "디아스포라(고국을 떠나 이민하는 현상)나 식민지, (타국에 의한) 침략 등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경험했을 것이기에 공감하시는 것 같다"며 "모든 가족 안에 그들만의 선자, 솔로몬이 있을 것이다. 저 또한 그렇다. 그리고 작품이 그리고 있는 상황이 너무 구체적이고 인간적인데 그게 잘 부각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애플이 드라마를 만든다는 소식을 접하기 전부터 원작 소설은 알고 있었다. 친구들이 추천해줬는데 읽기까지 망설였다. 감정적으로 저와 결부돼 있어서 힘들까 걱정이 됐다. 근데 읽으면서 그게 틀린 생각이었음을 알게 됐다. 원작을 읽었음에도 이 드라마에 참여할 거라곤 생각조차 못했다. 일본어를 전혀 못하니까. 근데 참여하게 돼서 흥분됐다. 자이니치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가 이전에도 많지 않았고, 이처럼 자세하지도 않았는데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상을 받은 이후 윤여정은 전 세계가 기억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뒤이어 제안 온 <파칭코>를 두고 그는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덥썩 한다고 했다가 오디션을 보라는 말에 거절했던 사연이 있었다.
 
"소설은 알고 있었다. 그 시절 이야기는 우리 엄마에게 듣기도 했고, 사실 읽고 싶진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대본을 받게 됐는데 선자의 강인함, 생존 의지를 잘 표현할 수 있겠더라. 각본을 쓴 수 휴 작가가 조사를 얼마나 끔찍하게 했는지 느껴졌다. 근데 오디션을 보라네? 미국 시스템을 어느 정도 알지만 자칫 오디션을 봤다가 떨어지면 내 50년 연기 인생에 흠이 될 수 있으니 못하겠다고 했다. 근데 다시 아니라며 감독님이 불러주시더라(웃음)."
 
숨은 노력, 그리고 감동
 
대수롭지 않은 투였지만 윤여정은 그 어떤 작품 못지 않게 <파친코>에 혼신을 다했다. 일제 강점기를 관통하며 사랑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고 일본으로 건너가기까지 박복했던 선자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남몰래 일본 대사를 수없이 연습했다고 한다. "정말 고문이었다"라며 말을 이었다.
 
"처음엔 제작진이 큐 카드를 만들어 한국말로 쓴 일본어를 보여주곤 했다, 근데 내가 나이가 많아 눈이 안 보이더라(웃음). 선자 아들 역할을 한 소지 아라이 배우가 자이니치다. 그 친구 앞에서 대사를 연습하기도 하고, 혼자 베란다에 나가거나 술 마시면서 연습하기도 했다. 별 짓 다했다. 어느 날 좀 뭔가 된 것 같아서 소지와 카호 배우를 불러서 대사를 해봤다. 소지가 울더라. 정확히 자기 할머니 억양이라면서."
 
<미나리>에 이어 또 다른 이민자 정서를 표현한 윤여정은 이번 작품이 본인에게도 매우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고백했다.
 
"우리 엄마 세대는 나라를 잃고 말을 잃은 것에 대해 많이 부끄러워했지. 그래서 그때 사람들이 빨리 그걸 극복하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이니치는 떨어져 버린 거지. 그걸 난 몰랐다. 그냥 재일동포가 있구나 그 시대에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이구나 하고 내막을 몰랐던 것이다. 이번에 자이니치 배우들을 만나며 울컥하는 순간이 많았다. 나라를 한 번 잃었다는 게 이처럼 우리에게 오래 영향을 끼치는가 싶더라.
 
사실 작품을 할 때 복잡하게 생각 안하고 내 역할만 집중하는데 이번엔 달랐다. 그 여자의 역사를 내 늙은 얼굴에 잘 표현할 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선자는 결국 선택을 한 사람이잖나.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한국에서 편히 살 수 있었는데 일본으로 갔다. 그래서 모진 일을 겪었다. '끼끗하다'라는 단어가 있다. 살기 위해 비굴해지는 사람도 있는데 비굴하지 않은, 존엄성이 있는 여성을 표현하고 싶었다. 한국 여자를 대표해서 말이다. 되게 오랜만에 그런 생각이 든 작품이었다."

  
'파친코' 진하 진하 배우가 18일 오전 미국 LA에서 비대면으로 생중계된 Apple Original Series <파친코> 온라인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25일부터 4월 29일까지 매주 금요일 한 편씩 공개.

▲ '파친코' 진하 진하 배우가 18일 오전 미국 LA에서 비대면으로 생중계된 Apple Original Series <파친코> 온라인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25일부터 4월 29일까지 매주 금요일 한 편씩 공개. ⓒ Apple TV+


 
윤여정이 세대를 아우르는 정서를 표현했다면 진하는 이민자 3세로서 새로운 세대의 정서를 담아내야 했다. 정체성 혼란을 겪으면서 자신과 과거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연속성을 표현하는 것 또한 그의 몫이었다. 참고로 진하는 미국에서 여러 무대 공연과 뮤지컬로 내공을 쌓았고, 드라마 <데브스>와 <러브 라이프>로 얼굴을 알리고 있는 한국계 배우다. 2016년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영화학 석사를 마친 뒤 전업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이번에 저의 세 번째 TV 드라마 출연작이다. 매번 배움의 연속이다. 특히 <파친코>는 저를 비롯해 제 가족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더욱 기뻤다. 제 아버지가 일본어, 한국어, 영어를 조금씩 하시는데 이 작품은 자막 없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첫 번째 작품이다. 그전까진 자막을 보셔야 했거든. 제게도 아버지에게도 가까운 이야기다. 이 여정에 함께 할 수 있어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한국에서도 활동하고 싶다. 스티븐 연 이야길 종종 한다. <옥자>나 <버닝>을 보면서 한국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가 제겐 더욱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한 자리에 모인 '파친코' 윤여정, 김민하, 이민호, 진하 배우 등과 제작진들이 16일 미국 LA에서 열린 Apple Original Series <파친코>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25일부터 4월 29일까지 매주 금요일 한 편씩 공개.

▲ 한 자리에 모인 '파친코' 윤여정, 김민하, 이민호, 진하 배우 등과 제작진들이 16일 미국 LA에서 열린 Apple Original Series <파친코> 시사회.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25일부터 4월 29일까지 매주 금요일 한 편씩 공개. ⓒ Apple TV+


 
파친코 윤여정 진하 애플TV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