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창단 첫 통합 우승의 기쁨도 잠시,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한 kt 위즈는 별다른 전력 누수 없이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황재균과 장성우, 주전급 야수 2명이 FA 시장에 나왔으나 타 팀 이적이 아닌 원소속팀 잔류를 택했다. 여기에 외부 FA로 영입된 1루수 박병호는 공-수 양면에서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내야진만 놓고 본다면 3루와 1루, 코너 내야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특히 강백호가 수비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게 된 점도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관건은 키스톤 콤비인데, 주전 유격수 심우준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팀이 1군에 진입한 이후 매년 100경기 이상 출전하고 있는 kt의 주전 유격수 심우준

팀이 1군에 진입한 이후 매년 100경기 이상 출전하고 있는 kt의 주전 유격수 심우준 ⓒ kt 위즈


늘 공격이 아쉬웠던 주전 유격수 심우준

창단 원년 멤버 중 한 명인 심우준은 kt가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은 2015년부터 줄곧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지난해까지 무려 7시즌 동안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년 100경기 이상 출전했다.

수비, 주루에서의 강점을 앞세워 팀에 활력을 불어넣은 심우준은 주로 하위 타선에 배치됐으며 전 경기를 뛴 2020년에는 35개의 도루로 박해민(당시 삼성 라이온즈, 34개)을 1개 차이로 따돌리고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다만, 심우준을 이야기할 때 늘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역시나 타격에 대한 아쉬움일 것이다. 2019년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시즌이 전무했고, 이전보다 비교적 많은 타석을 소화한 최근 2년간 타격 성적은 초라한 편이었다.

지난해 심우준의 성적은 139경기 407타수 109안타(6홈런) 48타점 타율 0.268 OPS 0.694로, 2020년에 비하면 수치상 향상된 시즌이기는 했다. 그럼에도 박성한(SSG 랜더스) 등 타 팀 주전 유격수에 비해서는 여전히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이 느껴졌다.

크고 작은 트레이드는 이뤄졌어도 심우준의 입지가 흔들릴 만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수 년간 심우준만 바라보며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팀 입장에서는 선수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부산 기장군에서 진행됐던 스프링캠프서 구슬땀을 흘린 심우준

부산 기장군에서 진행됐던 스프링캠프서 구슬땀을 흘린 심우준 ⓒ kt 위즈

 
호시탐탐 자리 노리는 선수들, 안심해선 안 된다

그러나 이제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여러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내야수 신본기, 오윤석뿐만 아니라 권동진을 비롯해 내부 자원 중에서도 심우준의 자리를 위협할 선수가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했다.

당장 큰 변화는 없어도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특히 지난해 뛰어났던 마운드에 비해 아쉬움을 남긴 타선에서 부진이 길어지다보니 한때 1위 자리를 삼성에게 내준 적도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해와 같은 어려움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격력이 더 살아나길 바라고 있다. 팀에 새롭게 합류한 헨리 라모스나 박병호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또 한 가지, 군입대를 계속 미뤄왔던 '1995년생' 심우준에게 기다림의 시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올 시즌 종료 이후 군 문제 해결을 위해 잠시 동안 자리를 비워야 하는 만큼 선수 개인으로서도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스타플레이어와는 거리가 멀어도 원년 멤버라는 상징성이 있는 선수로, kt가 써 내려가는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2연패에 도전하는 kt의 8번째 시즌, 심우준의 존재감이 더 돋보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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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T위즈 심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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