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히어로물인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는 전 세계인의 80%가 '개성'이라는 초능력을 지니고 태어난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모두가 히어로가 될 가능성을 지니기에 히어로란 직업이 더 각광을 받는 세계를 보여준다. 여기에 다수의 히어로가 등장해 히어로 수업을 받는 학원물의 형태를 취하며 막강한 마니아층을 구축했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더 무비: 월드 히어로즈 미션>은 이 시리즈의 세 번째 극장판이다.
 
이 작품은 시점상 인턴 재개편과 초상해방전선급습편 사이를 다룬다. 이 시기에 대한 이야기가 시리즈에서 잘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극장판이 지닌 팬무비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다. 원작자 호리코시 코헤이가 총 감수와 캐릭터 원안을 담당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시리즈 최고의 인기 캐릭터 3인방인 데쿠, 바쿠, 쇼토를 전면에 내세움과 동시에 이들이 삼총사로 펼치는 활약상을 그린다.
 
극장판의 메인 빌런과 오리지널 캐릭터는 세계관을 고취시키는 설정을 보여준다. 개성 종말론을 신봉하는 빌런 집단 휴머라이즈는 엄청난 인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테러를 저지른다. 이들은 핵심 간부들이 개성을 소유하고 있지만 개성을 혐오한다. 개성 부스트 약물인 트리거를 도심에 살포해 개성을 지닌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테러를 저지른다. 이 장면은 마치 일본의 사이비 종교 및 테러리스트 집단 옴진리교의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사건을 연상시킨다.
 
휴머라이즈의 리더 플렉트 턴은 마치 <엑스맨>처럼 초능력(개성)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고통으로 작용하는 존재다. 이는 인류의 80%를 없애더라도 개성을 종말 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설정이다. 개성이 깃들지 않아 히어로가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했던 데쿠와 최종대결을 펼친다. 이 대결에서 자신의 노력으로 운명을 바꾼 데쿠와 대비되며 노력과 열정이란 소년물의 주제의식을 강화한다.
 
오리지널 캐릭터 로디 소울은 사건에 휘말리며 데쿠와 함께 여정을 떠나는 역할을 한다. 버디무비의 형태를 통해 주인공과의 유대관계와 활약을 조정한다. 오리지널 캐릭터에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한 방법이며 로디의 과거를 효과적으로 조명해 감정이입을 자아낸다. 사회적으로 몰락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도둑질을 하는 로디의 캐릭터는 히어로가 모든 개인을 구할 수 없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여기에 미약한 개성을 지닌 로디가 극장판의 주인공답게 큰 활약을 펼친다는 점은 누구나 히어로가 될 수 있는 이 작품의 세계관처럼 보편적인 정의와 선을 추구하는 정신을 비춘다. 최근 히어로물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히어로 개인의 고뇌나 히어로가 지닌 어두운 측면을 조명하는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작품은 히어로가 지닌 정의와 열정이라는 본연의 색에 충실하며 장르적인 매력을 극대화한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주목받은 이유는 높은 수준의 작화에 있다. 최근 국내에 극장판이 개봉해 큰 화제를 모았던 '귀멸의 칼날'이나 '주술회전' 못지않은 수준의 액션작화로 시선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이번 극장판 역시 최고의 애니메이터를 대거 투입하며 액션의 질감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다수의 히어로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큼 이들 하나하나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자 한 노력은 높은 오락성으로 발현된다.
 
클라이맥스 지점에서 데쿠, 바쿠, 쇼토가 각자 빌런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교차로 보여주는 지점은 파괴력에 있어 상당한 만족을 선사한다. 각 히어로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건 물론 정의를 지키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화려한 작화를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시리즈와 극장판의 연출을 도맡아온 나가사키 켄지가 시리즈를 담당한 만큼 극장판이 주는 이질감에서 벗어나 일관된 매력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