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장기하와얼굴들을 졸업하고 약 3년 반 만에 솔로로 돌아온 가수 장기하. 자신이 직접 만들고 부르고 프로듀싱하고 믹싱까지 한 이번 미니앨범 <공중부양>에는 '장기하스러운' 다섯 곡이 담겼다. 

오랜만에 앨범을 낸 터라 아직도 실감이 안 나고 떨린다는 장기하를 23일 오전 화상연결로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2년을 고민하여 찾은 답
 
 장기하 솔로 미니앨범 <공중부양>

장기하 솔로 미니앨범 <공중부양> ⓒ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밴드를 마무리한 뒤 2년 간 파주에서 생활하다 고향인 서울로 돌아왔다는 장기하. 큰 커리어를 일단락하고 낯선 환경에서 재충전을 한 후에 발표한 신보인 만큼, 이번 솔로 앨범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하는 음악팬들이 많았다.    

장기하는 이번 앨범을 '자기소개서'라고 칭했다. 앞으로 저는 이런 음악을 할 것 같습니다, 하고 솔로 장기하의 기본 값을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그는 "'제가 이 정도 지점에 좌표를 찍었습니다, 지켜봐주세요 하고 (솔로로서 음악활동의) 출발점을 제시한 것"이라고 비유했다. 또한 "다른 창작자분들께 '지금 나 이런 상태니까 같이 할 분들 들어와' 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앨범"이라며 "많은 아티스트분들과 작업을 하고 싶다는 것, 이것이 솔로 장기하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새 음반을 만들면서는 저 자신, 장기하라는 뮤지션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과연 뭘까 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는 데 2년 정도 쓴 것 같다. 그 결과, 내 목소리라는 생각을 했다. 내 목소리를 내 목소리답게 해서 활용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떤 사운드를 붙여도 내 목소리를 잘 활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봤고 그렇게 작업했다."

'솔로 뮤지션'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2년이란 시간을 오롯이 정체성을 찾는 데 썼다는 장기하는 자신이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먼 길을 돌아서 결국 든 생각은 '맨 처음에 했던 생각이 맞는 것 같다, 나다운 걸 나답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라는 것"이라며 "가장 나다운 것 외에는 다른 것은 신경 쓰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자신의 목소리를 정체성으로 삼은 장기하는 "이 목소리가 한 곡의 가요로써 인식되는 데 있어서 최소한의 소리만 넣자는 생각으로 작업했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의도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다섯 곡 모두에 베이스 기타가 빠졌더라"라며 "밴드 할 때는 베이스가 굉장히 강조된 음악을 했는데 지금은 아예 빠진 걸 보니 은연중에 내가 장기하와얼굴들 때와 많이 다르게 하고 싶었나보다"라고 덧붙였다. 

"새 앨범은, 새롭게 무언가를 보여드리기 보다는 보여드리던 걸 안 보여드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빼는 형태가 됐던 것 같다. 베이스를 제외한 것도 그 중 하나고, 2절을 위한 2절은 쓰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전에는 대중가요의 클리셰를 안 따르면 안 될 것 같아서 이미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했는데도 2절을 만들고 그랬었는데, 이번에는 '하고 싶은 말이 다 끝났으면 가만히 있자' 이 생각으로 했다."

타이틀곡 '부럽지가 않어'... "나는 래퍼다"
 
 장기하 솔로 미니앨범 <공중부양>

장기하 솔로 미니앨범 <공중부양> ⓒ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타이틀곡은 '부럽지가 않어'다. 마치 랩을 하는 듯한 가창이 인상적인데 이 말에 장기하는 "저는 원래 래퍼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싸구려커피' 때도 '이거 랩입니까?'라는 질문을 종종 받았는데 '저는 랩을 했습니다'라고 늘 답했다. 이번 것도 랩인데, 라임을 맞추는 그런 랩이 아니라 말 자체에 있는 운율을 살려서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부럽지가 않어'는 제목 그대로 '나는 네가 부럽지 않다'라는 내용의 노래인데, 장기하는 왜 이런 노래를 지금 만들었을까. 이 질문에 그는 "음악을 만들면서 '당신들은 이걸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이런 마음은 갖지 않는다"라고 운을 떼며 "알아서 들으실 거고, 어떻게 들으셔도 상관없다. 저도 음악을 만들어놓고 청자 입장에서 이 곡을 들으면서 생각한 건, 부러움이란 감정이 지금 시대에 정말 중요한 것 같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부러움을 이용해서 장사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부러움이란 감정을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하면 사람이 살기 힘든 시대 같다. 부러워할 만한 타인의 일상을 알려고 하면 너무 잘 알 수 있는 시대인 것 같다. 소셜 미디어가 발달해서. 하지만 사실은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이 곡이 부러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그렇다면 타이틀곡 외에 앨범 전체를 통해 장기하가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그는 "'이게 장기하다'를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간결하게 답변했다.

장기하는 파주에 있는 동안 책을 써서 지난 해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는 에세이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언급에 그는 "저는 책 쓰는 과정 자체가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글 쓰는 건 살면서 계속 저의 일부분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너무 자주 내고 싶진 않다. 에세이란 게 그 시기의 나를 찍은 스냅샷 같은 거라고 본다. 음악가로서의 활동이 꽤 진행된 다음에 나중에 글을 쓰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앞으로 바라는 것에 대해 물었다. 이에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저는 다른 아티스트들과 같이 작업을 해서 싱글앨범을 내보고 싶다."
 
 장기하 솔로 미니앨범 <공중부양>

장기하 솔로 미니앨범 <공중부양> ⓒ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장기하 부럽지가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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